돌아온 외규장각 도서/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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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外奎章閣) 도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서상옥
참으로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병인양요(丙寅洋擾)이후 145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긴 외규장각의궤(外奎章閣儀軌)는 특별히 어람용 왕실기록이다. 이 도서는 조선왕실 관혼상제의 기록으로 매우 귀중한 문화재다. 왕실에서 거행된 여러 가지 의례 전모를 기록한 조선왕조의궤는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병인양요는 1866년에 조선의 흥선대원군이 천주교 탄압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천주교의 포교를 막기 위한 천주교금압령(禁壓令)을 내려 프랑스 신부 9명을 포함하여 8.000명에 달하는 신도를 살해하자 프랑스함대가 쳐들어온 사건이다. 강화도를 점령하고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서적과 문서를 약탈해갔다. 그 당시 보관되었던 서적과 문서는 1.007종에 5.067책이나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서적이 소실되고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도서는 297권이라고 한다. 이제 그 도서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145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정말 감개무량하다. 그야말로 조선왕조의 숨결이 다시 살아나는 듯 가슴이 뿌듯하다.
3011년 4월 14일에 1차로 75권이 도착한데 이어 다음달 5월 27일까지 4차에 걸쳐 모두 돌아온다고 한다. 오는 7월 19일부터 9월18일까지 3개월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중앙국립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국순회전시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서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자책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학자들의 연구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우리나라 외규장각도서가 고국으로 귀환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활동이 있었다. 우선 프랑스에 살고 있는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현재 83세)의 공적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촉탁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이 도서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세세한 목록을 만들어 한국정부에 도서반환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계속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국사편찬위원회와 학자들이 외규장각도서의 반환에 대한 내용을 국제법적 근거에 의해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봄부터 프랑스 외교부와 본격적인 협상을 이끌어 온 프랑스 주재 박흥신 대사와 실무책임자인 유복렬 참사관의 공적도 높이 사야 한다. 이들은 1993년 양국 정상 간의 협상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프랑스 측에서는 친한파 정치인 자크라 하원의원의 공이 컸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는 우정을 존중하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니코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여러 번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 몇 권을 받는 것보다 한국인의 영원한 감사의 뜻을 받으라는 말이 훨씬 의미가 컸던 게 아닌가 싶다. 합의문에는 비록 5년 단위의 대여라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국제적인 관례일 뿐 실질적인 환수라 하였다. 그러나 임대형식의 반환은 매우 불만스럽다.
약소국가인 우리나라는 역사상 많은 외국의 침략에 시달려 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이어 병인양요, 신미양요, 한일합방 등 주변 강대국의 침략 속에 국보급 문화재까지 약탈당하는 한 많은 세상을 살아왔다. 그동안 외국으로 약탈당하고 반출된 문화재가 무려 14만 점이라고 한다. 그 중에 환수된 것은 겨우 8.000점이라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예로부터 강자가 약자를 강탈하는 것은 대도라 하여 용인되는 성싶다. 영국을 밤이 없는 대영제국이라 하고 중국을 대국이라 일컬어 온 것도 상당한 뜻이 있는 것 같다. 콜럼버스가 무인도를 개발한 것도 아니요, 홀로 사는 이웃 집 과부를 보쌈해서 업어온 것도 아니건만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약탈해 간 문화재를 모두 자기 나라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현대판 해적을 만난 듯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에 귀환하는 도서도 소유주가 프랑스이기 때문에 이송할 때 아시아나 항공일 뿐 운송안전원 중에 한국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우리나라 문화재를 찾아오는데 이런 절차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OECD국가로 경제 11위국이라고 자처하는 우리의 국력이 아직도 선진국들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 같아 분노를 느낀다. 황평우 외규장각 약탈문화재 환수위원장은 대여형식의 반환은 ‘제2의 병인양요’라면서 모든 문화재 소유권을 찾아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미국 등지에 있는 보배로운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는데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문화의 자존과 긍지를 살려야 한다.
(20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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