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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28회 작성일 11-04-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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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氷板)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날씨가 계속 영하를 맴돌며 꽁꽁 얼어 녹을 줄 모른다. 어젯밤에 눈이 내려 미끄러운 얼음판을 살짝 덮어 놓았으니 잘못 디디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쉬운 빙판길이다. 나는 오늘도 늘 다니는 운동길에 들어서니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았다.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갓길 낙엽이 있는 쪽으로 조심조심 걸어서 숲길로 들어서니 하얀 얼음판이 눈부셨다. 유리알 같은 곳에 발을 디디니 쭉 미끄러져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났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우리 동네 뒷동산 묘지는 급경사였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눈길을 꼭꼭 밟아 미끄럼을 탈 수 있게 만들어놓고 다 닳아서 굽이 없어진 나막신을 신고 맨 위에서 쪼그리고 앉아있으면 아무 거침없이 백미터도 넘는 아스라한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오며 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내가 이 멀쩡한 눈길을 벌벌 떨면서 걸어가는 내가 우스꽝스러웠다. 어려서 마음 놓고 마냥 뛰어 가다가 일부러 발을 쭉 내밀어 미끄럼이라도 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세상 다 산 것인가. 조심조심 소리문화의 전당 뒤로 해서 장덕사쪽을 향해 오르는데 빙판길은 더욱 길게 이어졌다. 가까스로 장덕사능선 운동기구가 많은 곳에서 운동을 마치고 오던 길로 내려가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멀리 돌아서라도 송천동 오송제 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고개를 넘어 조심스레 내려오니 잘 가꾸어놓은 오송제도 꽁꽁얼었다. 스케이트 타기 좋게 꽁꽁 언 얼음판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옛날 동네앞 고라실 논배미가 생각났다. 사과궤짝을 뜯어 만든 스케이트에 앉아 손잡이 송곳으로 얼음판을 찍어 뒤로 밀면 앞으로 기분 좋게 잘도 나갔다. 눈보라가 치고 영하 20도 날씨에도 추운 줄 모르고 내복도 없어 못 입고 솜바지 저고리만 입고도 추운 줄 모르고 스케이트를 타고 놀던 어린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얼음을 지치고 팽이도 치면서 추위 속에서 놀아도 감기도 안 걸렸다. 그 시절이 엊그젠데 이제 몸이 말을 안 들어 빙판에서 벌벌 떨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걸으니 인생무상이라고나 할까.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다가 내리막도 아닌 멀쩡한 평평한 길 한복판에서 그렇게 조심했건만 기어코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어려운 빙판을 내려 왔으니 안심이 되어 마음 놓고 발걸음을 내딛다 그런 것이다. 그래도 크게 다친 데가 없으니 다행한 일이었다. 열 번 조심했어도 다 내려왔다는 순간적인 방심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매사 끝까지 마음 놓지 말아야 할 일이다. (20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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