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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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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6회 작성일 11-04-0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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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忌日)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잠자리에 들어서서야 오늘이 형님의 기일임을 깨달았다. 나도 죽으면 동생들이 나처럼 기일을 잊어먹겠지! 멀리 살아서 그러는지 마음이 없어서 그러는지 가끔 깜박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들, 손자, 며느리들이 많으니 기제(忌祭)야 내가 염려할 일은 아니다. 슬픔의 이별이었건만 벌써 10년이 흐른 세월! 아무리 형제라 해도 사별하면 잊히지만 허전한 마음만은 지울 수가 없다. 기일이라 하면 사람이 죽은 날, 명일(命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이승에 첫발을 들여놓은 생일이다. 비록 고인은 세상을 떠났다지만 명복을 빌고 업적을 기리고자 신앙에 따라 추도회(追悼會)나 기제(忌祭)를 올린다. 명망이 높고 많은 공적이나 업적을 남긴 분들은 일주기(一周忌)를 성대히 치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범인(凡人)들은 가족이나 친지(親知)중심의 추도에 그친다. 일찍이 선조들께서는 조상의 은덕을 영원히 기리고자 부모님은 3년 상을 모셨고 이어 4 대 조부모(부, 조, 증조, 고조)를 그 기일(忌日)에 각각 기제(忌祭)를 올렸다. 가정에서 4대의 기일을 챙기다보니 번거로워(적어도 8회) 5대 이상 조부모님부터는 시제[(時祭)봄, 가을)]를 모셨다. 특히 국가 사회적 저명(著名)인사들은 가문을 떠나 문묘(文廟),향교(鄕校),사당(祠堂),서원(書院) 등에서 매년 시향(時享)을 올려 후예(後裔)와 백성들의 숭조사상을 각성시켜왔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숭조와 효 사상을 과거지향적인 사랑으로, 서구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견해를 미래지향적인 사랑이라 평한 바 있다. 시대와 세상이 변해 생각(사고:思考)이 과거지향(過去指向)에서 미래지향(未來指向)으로 흐르다보니 숭조사상(崇祖思想)은 물론 효 사상(孝 思想)이 흐려진다 할까? 부모님의 상사(喪事)도 사십구일재(四十九日齋)는 물론, 각각의 기제보다 부부합사기제로, 심지어 사대봉사(四代奉祀)를 일시합사(一時合祀) 시제(時祭)로 간소화하는 경향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가졌던 도의적 효 사상이 차츰 사라지고 동물과 같이 본능적 사랑으로 기우니 아쉬울 따름이다. 과거지향적사상은 진부(陳腐)한 생각이라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 생각이었다. 본능적(개체, 종족 유지)으로 자연스러운 사회정책이요, 인구정책인 셈이었다. 과거에는 출산장려정책이나 노후복지정책이란 필요 없었다. 간혹 ‘무자식 상팔자’란 속담이 있었지만 숭조 및 효 사상은 첫째가 선조와 부모님에 대한 불효가 무자식(無子息)이었으니까! 근래 국민의식이 미래지향적으로 기울면서 효 사상의 결여(缺如)는 본능적인 개체유지본능만을 중시하고 종족유지본능은 저버린 탓으로 신생아가 줄어들어 국가적으로 인구정책과 노후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좋은 생각만은 계속 간직하고 지켰으면 좋겠다. 핑계가 양육비와 교육비 탓이라지만 효에 뜻이 없으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각자 국민이 해결 못하니 국가차원에서 풀어야한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산아장려와 노인복지를 결말지어야하니 누가 그 부담을 지어야 하나? 아직 부모님 기일은 꼭 잊지 않고 찾는다. 효 사상이 살아있는 탓일까? 즉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기일과 생일이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다. 기일 이야기가 출산장려와 노후복지정책에 이르렀다. 생일파티는 이승이요, 기일파티는 저승이다. 이승에서의 환송파티라면 장례예식이다. 결국 이승의 정으로 잊지 말자는 날이 기일이 아니겠는가? 내년 형님의 기일은 꼭 잊지 않고 찾아야지! '형님, 그간 안녕하셨어요?'라고 인사를 해야겠다. 그래야 미구(未久)에 내가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 형님을 뵈올 때 겸연쩍지 않고 활발하지 않겠는가? "세상 사람들아! 아무리 바쁘다 할지라도 선조님들의 기제와 묘제에 참사(參祀)하면 어떨까?" (201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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