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표롤 뽑히던 날/최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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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로 뽑히던 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최정순
반대표로 뽑히던 날, 내가 한 행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무려면 사양 한 번 안하고 선뜻 일어나 "하겠습니다. 대통령이라도 시켜주면 하겠습니다."라고 나선 걸 보면, 아마도 그때 내 간(肝)이 밖으로 뛰어나왔던 모양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들으실 때마다 키가 크려고 개꿈을 꾼 거라며 등을 다독여주곤 하셨다. 하물며 지금은 들어줄 이도 없는데 오늘 새벽에 꾼 꿈은 필경 무슨 뜻일까.
우리 집이 호화스런 저택으로 이사를 했다. 좋기는 한데 이렇게 큰집에서 살려면 연료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생각으로 꿈속에서도 걱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인사말이랍시고 횡설수설 했었다. 꿈은 해몽하기 달렸다지 않던가. 아마 수필창작 고급반이라는 울안에서 보잘 것 없는 내가 심부름꾼으로 부름을 받게 될 것을 미리 암시해 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어설픈 해몽을 해본다.
수필창작 금요반의 구성원은 대충 이렇다. 10년의 법칙을 고수하는 행촌수필문학회 초창기 멤버들을 비롯하여 1대에서 5대에 이르기까지 행촌수필문학회 회장과 갖가지 화려한 수상경력 그리고 시집과 수필집을 거의 한두 권씩 펴낸 어르신들이다. 이러다보니 연세가 지긋하다. 뿐만 아니라 사진과 그림,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재주를 갖춘 분들이 많다. 자랑을 하자면 끝이 없다. 지나간 세월이 길어서 수필고급반이라 호칭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원뿌리가 단단하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한 사람 자만하거나 고고한 척하거나 분위기가 고리타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학기에는 서너 명의 40대가 등록을 하여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필쓰기로 삶을 아름답게 엮어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제부터'어르신'이란 말을‘어리신'으로 고쳐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그간 총무를 맡아보았던 지난 일들이 새삼스럽다. 내 자리는 309호 강의실 뒷문 바로 옆이다. 공교롭게도 뒷문 손잡이 바로 밑에는 탁구공만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보기에는 흉물스럽지만 나는 이 구멍을 천리경이라 속칭하고 있다. 렌즈에 잡힌 반원들의 발자국소리며 옷 색깔만으로도 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또 뒷문으로 들고나는 반원들을 보며 출결사항을 파악할 수가 있어 내 자리로는 안성맞춤이다. 사실 강의실에 들어설 적마다 행여 먼저 온 반원이 이 자리를 차지했으면 어쩌지 하며 문을 연다. 차라리 염려하느니 내가 먼저 강의실에 들어서려고 금요일이면 아침부터 서두른다. 앞으로도 계속 부지런을 떨 생각이다.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를 진맥하듯이 나 또한 틈만 나면 컴퓨터 마우스로 수신여부를 확인한다. ‘읽음’과‘읽지 않음’을 통하여 반원들의 거동을 짐작할 수 있으며 덕분에 컴퓨터 실력도 좋아졌다.
내 컴퓨터 한글 창에는 2009년 3월 13일부터 2011년 3월 25일까지의 교재가 저장되어있다. 앞으로도 계속 저장할 것이다. 언제라도 날짜별로 교재를 파일로 띄울 수가 있다. 이뿐인가, 가끔 반원들의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물으면 알려주기도 하니, 이 또한 복을 짓는 일이 아니겠는가.
횡재라고나 할까 가끔 교수님께서 하사품을 내리기도 하신다. 그중에서도《교과서에 싣고 싶은 나의 수필》이란 책을 지금도 나는 화장대 위에 놓고 읽고 또 읽곤 한다.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총무를 맡아보면서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기에 누구라도 이 직책이 자기 앞에 주어지면 주저하지 말고 감사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키가 크려고 개꿈을 꾸었다며 늘 내 등을 다독여주셨던 어머니의 손처럼 나 또한 틈만 나면 컴퓨터의 마우스로 한글창과 인터넷 창을 넘나들며 수신확인을 할 것이다.
(2011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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