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님은 어디쯤 오시나/곽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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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님은 어디쯤 오시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곽예순
맞은편 꽃가게에서는 봄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화사한 봄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춘분이 지났는데도 바람은 여전히 차다.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유난히도 바람이 차가워서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 같다. 시내버스 안내 표지판으로 바람막이를 삼아 버스가 오는 반대방향에서 기다리면서 나도 모르게 '내 님은 언제쯤 오시나?' 혼자 중얼거리고 말았다. 옆에서 같이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난 그냥 잔잔한 미소로 답할 수밖에.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작된 시내버스파업이 3월 23일로 107일째를 맞았다. 일주일에 한 번쯤 이용하지만 그때마다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불편함을 시민들이 고스란히 안아야 되는가 싶어 짜증이 난다. 강의시간에 늦을까봐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배차시간을 알고나니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귀가할 때는 마냥 기다려야 한다. 내가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그들의 표정을 보면 웃음이 나왔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화가 난 듯 굳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절대로 저런 표정을 짓지 말아야지 했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버스가 왔다. 빈 좌석에 앉아서 두어 정거장을 가자 몸이 불편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손잡이를 붙잡고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자리를 권하자 사양하면서 뒤로 가겠다고 했다. 자리를 내주고 다른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남자는 눈인사를 건넸다. 한 정거장을 오자 내릴 준비를 하고 일어선다. 좀 빨리 내릴 수 있도록 발판 아래로 내려서면서 말했다.
“개수(숫자라고 다시 한 번 말을 한다)는 똑 같은데 하는 건 아무것도 못해요.” 멋쩍게 웃으면서 내리는 그 남자를 보고 불편한 몸으로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보기에는 정상인 같지만 몸이 불편하여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리라. 정상인들도 평소보다 좀더 많은 시간을 기다린다고 불평하는데 저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기다렸을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정상운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짜증스런 마음으로 시내버스를 기다렸던 나는 어쩌면 정신적 장애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부터는 불평을 하거나 짜증을 내지 말고 “내 님은 어디쯤 오시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 좋을 것이다. (20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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