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사이소/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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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사이소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미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처음 보는 신부님이,
“갈치 팔러왔어요. 어제 제주도에서 그물이 아닌 낚시로 잡은 ‘은갈치’가 저도 몇 번밖에 안타본 비행기를 타고 왔답니다. 저처럼 길쭉하고 큰놈은 한 마리에 만 칠천 원, 동생은 만 오천 원, 그런데 갈치가 이렇게 비싼 겁니까?”
빙그레 웃으시는 신부님은 비가 새는 시설에 도움을 주려고 갈치판매에 나섰다고 하였다. 문득 유년 시절이 고개를 내밀었다.
“갈치 사이소, 갈치! 싱싱한 갈치 사이소!” 자갈치아지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새벽을 깨울 때면, 골목길엔 개 짖는 소리와 슬리퍼 끄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어서 오이소, 방금 낚시로 잡은 횟감임니더, 덜부디하고 쫄깃쫄깃한 게 진짜 끝내줌니더.”
“맞심더, 우리 집 양반이 퍼떡 사오라고 해서 쫓아왔다 아임니꺼?”
아줌마들의 넋두리 속에 갈치는 동이 나고, 우리들은 밥상에 올라갈 갈치생각에 군침이 감돌았다. 갈치는 어떤 요리를 해도 맛이 있다. 갈치 국, 찌개, 조림, 구이, 회, 튀김, 그리고 곰삭은 갈치속젓은 배추 속에 싸 먹으면 고소하여 혀끝을 녹인다.
가을 단풍이 익어가고, 무서리가 내릴 때면 오륙도 앞바다는 갈치 떼가 몰려든다. 해거름 녘이면 선착장에서 배를 대절한 선상낚시와 갯바위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모여들어, 낚싯줄을 당기는 신들린 손놀림에 갈매기도 덩달아 춤을 춘다. 갈치는 서서 유영하는 야행성으로, 밤바다는 온통 은빛물결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갈치는 묘한 습성을 가졌는지, 다른 녀석 꼬리를 잘라 미끼로 쓰면 덜컥덜컥 잘도 걸려든다. 초보자도 낚싯대에 갈치꼬리만 달면 몇 마리씩 낚는 재미에 날 새는 줄 모른다.
어느 날, 비를 흠뻑 맞은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고기 많이 잡았어요?”
“……”
할아버지는 바다만 응시하다 재빠르게 릴을 감자, 흰 포말을 일으키며 수영선수처럼 갈치가 달려왔다.
“아이고, 한 발도 넘겠구먼, 이렇게 큰놈은 처음이여!”
“와! 할아버지 좋으시겠네요?”
“암, 이럴 때는 바다 속에 첨벙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껴.”
“못 잡을 때는요?”
“딱 한마디로 마누라와 이혼하려 법정에 들어서는 기분이지.”
5에서 3을 빼도 2해가 안되네, 고개를 갸웃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얼마 전 부산에 사는 막내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야, 갈치 좋아 하제? 싱싱해서 한 상자 보내니 먹어봐라이.”
이튿날 얼음이 채워진 갈치는 밤차를 타고, 전주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아파트 7층까지 뛰어 올라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비릿한 고향냄새가 묻어나는 갈치를 보니, 문득 먼 길 떠난 엄마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면 양념을 듬뿍 바른 도톰한 갈치구이로 점심을 싸가지고 오셔서 자식들을 챙기셨다. 자상하고 음식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가 오늘따라 더 그립다. 어머니와의 아련한 추억들이 바닷바람에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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