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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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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00회 작성일 11-03-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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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황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이었던 이 단어가 이제는 그 무대에서 내가 노닐고 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라도 한 편 보려고 난생 처음 인터넷 예약을 하려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간에는 막내딸이 있어서 불편한 줄 모르고 예약을 했었는데, 막상 내 손으로 하려니 약 1시간쯤 헤매다가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중에서 관객들의 평점이 높은 영화를 살펴보니‘그대를 사랑합니다'란 영화였다. 황혼기 노인들의 이야기여서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눈 내리는 언덕길을 배경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이 저마다 성격이 다르듯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늙은 남녀가 보여주는 사랑이었다. 코끝이 찡했다. 김만석은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 내외와 손녀랑 함께 살면서 새벽에 우유를 배달한다. 홀아비지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성격이 거칠어 아무에게나 반말이지만 마음은 곱다. 송이뿐은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이웃 사내와 눈이 맞아 어머니를 버리고 야반도주하였다. 그러나 그 사내는 송이뿐을 함부로 대하다가 결국 송이뿐을 버리고 사라져 버린다. 두 사람 사이에 딸 하나가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만다. 송이뿐은 원래 이름도 없이 송 씨로 살다가 김만석의 도움으로 이뿐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송 씨에 대한 색다른 감정이 싹튼 김만석은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사정을 알고 손녀가 근무하는 동사무소로 데리고 가서 송 씨에게 '이뿐'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어 주민등록증도 발급 받게 해 주었다. 독거노인에게 지원되는 생활보조금도 받게 되자 고마워한다. 장군봉의 2남 1녀가 출가하기 전에는 부모에게 잘하겠다고 철썩 같이 약속하였다. 그러나 며느리들은 시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서로 미룬다. 딸년은 오히려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면서 주차관리를 하여 근근이 살아가는 아비에게 도움을 청하는 파렴치한 자식이다. 그렇지만 치매에 걸려 대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나와 주차관리를 하면서도 아내를 끔찍이 사랑한다. 대소변에 저린 옷을 짜증내지 않고 빨아 입히고, 식사도 손수 지어주며, 어디가 그렇게 예쁜지 아내를 꼭 껴안아 주곤 한다. 아마 두 부부가 살아오는 동안, 아내가 치매에 걸리기 전에도 자주 그렇게 해 주었기에 아내는 남편 장군봉을 사랑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 같다. 집을 찾지 못하는 장군봉의 아내를 김만석이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는데, 뒤에 타고 가면서도 남편으로 착각하고 오늘 뭐했는지 이야기를 해달라는 등 사랑한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하게도 장군봉의 아내가 말기 암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 장군봉은 아내만 혼자 저승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식들을 모두 불러 한 자리에 앉히고 얼굴을 보게 한 다음 자식들을 돌려보냈다. 자식들과 이별의식을 가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딸에게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그동안 모아 두었던 통장을 건네준다. 자식들이 간 뒤 주차관리를 그만두고 쓰다 남은 테이프를 챙겨가지고 집에 와서 문틈을 테이프로 붙인다. 연탄불을 피워 놓고 두 내외가 나란히 누워 손을 꼭 잡고 이 세상을 하직한다. 가끔 매스컴에 보도된 사건이지만 직접 영화로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 함께 하늘나라로 간 그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했을까. 송이뿐은 김만석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향으로 갔다. 왜냐하면 김만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누구든 먼저 떠나고 나면 홀로 남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또 김만석은 늦게나마 마음을 주었던 송이뿐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신나게 달리다가 환한 웃음을 뿌리며 죽어갔다. 얼마나 행복한 인생의 마감인가. 부부가 손을 꼭 잡고 함께 죽어간 장군봉 부부의 죽음, 저승길이나마 송이뿐을 태우고 신나게 달리다가 하늘나라로 간 김만석의 죽음이 내 가슴을 찔렀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의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조화) 역시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욕쟁이 김만석 역의 이순재, 치매노인 역 김수미의 연기는 감칠맛이 있었다. 문득 오래 전에 우리 곁을 떠나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오로지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자식 하나 남에게 뒤지지 않게 키우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의무인 양 살다 가신 그분들에게 죄스러움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미래를 예견해 보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베풀어준 부모의 무한한 사랑도 아니다. 자식들에게는 부모로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했으니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자신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지만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영 중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찔끔거리는 것이었다. 뜻하지 않은 영화감상으로 괜히 울게 만들었나 보다. 돌아오면서 지난번에 나만 먹어본 전복짬뽕이 먹을 만해서 함께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눈치를 살펴보니 싫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남들보다 많다고 비웃음을 샀던 1남 3녀가 지금은 모두 출가하여 열심히 살고 있으니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그 아이들이 우리 내외를 걱정하며 날마다 전화를 해주고 동정을 살피니 고맙기 그지없다. (2011. 3. 1.) *싱크로율 : 영어 synchronization의 줄임말로 ‘같다’ 등의 뜻이지만 극에서는 역할에 가깝게 연기하는 정도를 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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