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아, 고마워/장지연
페이지 정보

본문
콩아, 고마워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이른 봄, 열 마지기 논배미에 이팝나무, 산사나무, 산딸나무 등 세 살짜리 묘목을 심었다. 이십여 일이 지나자 땅 맛을 알았는지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고개를 내밀고, 이랑에는 잡초들이 팔짱을 끼고 넘실거렸다.
“어, 퇴비를 듬뿍했더니, 풀이 새까맣게 올라오네!”
남편의 얼굴에 그림자가 스쳤다.
‘풀’ 풀을 없애는 방법이 없을까? 선뜻 농약이 떠올랐지만, 콩을 심기로 하였다. 콩은 풀보다 빨리 자라고 잎이 무성하여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풀이 자랄 수 없을뿐더러, 뿌리에서 영양분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한다. 오월중순 인부들과 함께 콩 3알씩을 넣고 흙을 덮었다. 한 알은 새가, 한 알은 벌레의 몫으로 그리고 또 한 알은 누굴 줄까?
일주일이 지나자 두 개의 떡잎이 땅을 비집고 봉긋봉긋 고개를 내밀었다. 정말 콩 심은데 콩이 났다. 자식 키우듯 돌봐야한다는 농사,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밤낮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마른장마가 계속되어 시들어가는 콩잎을 보니, 내 목도 타들어가고, 쏟아지는 폭우에 생채기가 나질 않을까, 일조량이 부족해 발육에 지장이 없을지, 마음은 항상 콩밭에 가 있었다.
다양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연둣빛 잎이 녹색으로 쑥쑥 자라나 마디마디 꽃을 피웠다. 콩(백태)은 하얀 꽃, 서리 태는 보라색 꽃이 잎사귀사이에서 피어났다. 따가운 햇살아래 연둣빛 빈 콩깍지는 주저리주저리 매달려 속 채우기에 여염이 없었다. 녹색융단이 좍 펼쳐진 한편에는 파가 삐쭉삐쭉 올라오더니 어느덧 한 뼘 정도 자라났다. 조금만 뽑으려고 손끝으로 흔들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머리채를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아니 이럴 수가! 파 씨 한 쪽이 열여섯 쪽으로 불어나 엉켜있었다. 와! 왕방울 눈으로 들녘을 바라보며 목을 가다듬었다.
초가삼간 집을 지은/ 내 고향 정든 땅/ 아기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세상 욕심 다 내려놓고 이곳에서 살까보다. 부쩍 발길이 잦아진 콩밭엔 콩잎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콩깍지 주머니는 탱글탱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순환의 법칙에 순응하는 자연, 소슬한 바람을 타고 노랗게 익은 콩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톡톡 콩 껍질 터지는 소리에 콩알이 사통팔방으로 날아간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하얗게 서리가 내리면 시커먼 그물망을 깔고 콩콩콩 타작이 시작되었다. 윙윙~탈곡기가 신명나게 돌아가고, 선별기에는 콩깍지 분리와 콩 가리기로 잘 여문 콩알이 또르르 굴러 나왔다. 땀과 먼지가 얼룩진 나흘간의 콩 타작이 끝나고, 첫 수확의 기쁨이 곳간에 차곡차곡 쌓였다. 백태종자 20kg이 800kg으로, 서리 태는 2kg이 40kg의 수확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 고마워, 콩아. 너무 애썼어!”
땀 흘린 대가만큼 거두어들인다는 농사, 어렴풋이 농부의 수고로움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텅 빈 들녘, 훌쩍 커버린 나무들이 빈 가지를 흔들고, 햇살무늬 곱게 수놓은 서쪽하늘에는 흰 기러기 한 쌍이 구구단을 외우며 날아가고 있다.
- 이전글중국의 자충수/서호련 11.02.26
- 다음글제5기 두근두근 댄스스포츠클럽 회원 모집 11.02.2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