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택시야/박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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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택시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박세규
새는 날아야 하고 물고기는 헤엄쳐야 하며, 택시는 달려야 제맛이다.
총성없는 전쟁! 이것이 택시운전이다. 한 명의 손님을 더 태우기 위해 눈동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양쪽 귀는 토끼처럼 쫑긋 세워야 한다. 장사하시는 분은 첫 손님에게 물건 파는 것을 '마수'라고 하는데, 택시 역시 첫 손님이 하루 분위기를 좌우하고 그날 하루의 운과도 연관이 된다. 한낮이 지났는데도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부는 걸 보니 이제 한 겨울의 중턱인가 보다.
손님 중에 미운 사람은 누구일까? 탑승하자마자 바쁘다면서 서두르는 손님이다. 혹시 비행기를 탑승할 손님이거나 열차를 탈 손님이면 몰라도 괜스레 습관적으로 호들갑을 떠는 손님도 있다. 손님이 바쁘다고 재촉하면 운전대를 잡은 기사도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것이 잘못되어 사고로 이어진다면 모든 책임은 운전자가 감당해야 된다.
이쁜 손님은 누구일까? 택시기사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손님이다. "어디로 갈까요?" 라고 물으면 "기사님 편하실대로 가세요."한다. 손님은 기사를 믿고, 짧은 시간이지만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 상대방을 믿고 편하게 대접해주면, 'Give and take'란 말도 있듯이 나 역시 무엇인가 손님에게 대접해주고 싶고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운전을 할 수 있으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 전주 시내 관통로 농협 앞에서 시골부부가 탑승하여 봉동까지 가자고 하셨다. 요즘 시내 버스가 파업을 하여 좀처럼 기다려도 버스를 탈 수가 없으시단다. 시내버스가 파업을 하니 죄없는 서민들만 피해가 크다. 한 달을 넘겼으니 이곳 저곳에서 불만이 메아리친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하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배탈이 나셨는지 터미널약국으로 가시는 것을 보고 전주로 돌아왔다. 시내에서 짧은 거리만 다니다가 시외손님을 맞이하면 왠지 기분이 날아갈듯 기쁘다. 매상이 순식간에 상승하면 기사의 마음도 편해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한참 달리다가 수만리 근처 신호등에 멈춰 뒷쪽을 보니 작은 가방이 있지 않은가? 봉동 손님이 놓고간 물건이었다. 연락처를 찾으려고 가방 속을 열어보니 농협 통장, 도장 그리고 현금, 수표와 함께 100만원을 족히 넘을 액수의 돈이 들어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욕심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순간, 그 손님을 찾아 전해드려야 한다. 그 시골 농부가 얼마나 애를 태우고 계실까. 운전대를 돌려 다시 봉동터미널로 향했다. 잠시동안 망설인 내 자신이 미워졌다. 마침 터미널 약국에 가보니 그때까지 그분들이 그곳에 계시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돈 가방을 잃어 버리고 탄식을 하고 있었단다. 너무나 고맙다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주머니는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수가!" 라고 하셨다.
아들 대학 입학금 때문에 농협에서 찾아오는 돈이란다. 인사를 마치고 막 돌아서려니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몇 번을 사양해도 3만원을 내손에 쥐어주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기사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정 주고 싶으시다면 만 원만 받겠습니다." 다시 2만원을 돌려드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전주로 돌아오는데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승객이 손을 들지 않는가? 전주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택시를 잡았단다. 한사람당 3,000원씩 받기로 하고 세 사람을 태웠으니 이 또한 큰 복이 아닌가? 오늘은 이래저래 큰 복이 굴러온 하루였다. 작은 실천! 봉사하는 마음! 초심을 잃지 않고 나의 애마 7964와 함께 힘껏 달려보리라 다시 한 번 나 자신과 약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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