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IS MOBILE PAGE (~767)
WEBIS TABLET PAGE (768~991)
WEBIS DESKTOP PAGE (992~1279)
WEBIS BIG DESKTOP PAGE (1280~)

혼수 1호/이금영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도전하는 노인, 함께하는 안골!

  • 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 HOME
  • 자유게시판

혼수 1호/이금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1회 작성일 11-02-07 06:10

본문

혼수 1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꽃밭정이 수필창작반 이금영 혼수1호! 집을 구하고 제일 먼저 들여 놓은 가구다. 그것은 공부방 이쪽 모서리에서 저쪽 모서리까지 둘이서 공부할 수 있는 넓은 책상과 안락한 쌍둥이 의자였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이 젊은이들의 공부방이며 혼수 1호다. 집안에 들어서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여기가 내 아이의 새 보금자리, 이곳이 어미의 품을 떠나 짝을 찾아온 둥지이며, 평생을 서로 의지하고 살을 부비며 살아야할 터전이자 새 역사를 이룰 곳이구나 싶었다. 새살림을 차린 신혼집이라기보다 어디 작은 회사 사무실 같은 분위기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이 전부가 아니라 공부의 시작이라 한다. 이 젊은이들은 지금의 위치에서 만족하지 아니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끝없는 도전을 펼치리라. 신혼집을 마련했다고 꼭 한 번 올라오라하여 집 구경을 하려고 상경하였다. 부모의 도움도 바라지 않고 저희들이 마련한 전셋집이라 얼마나 기대를 했겠는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서울의 전세 값을 한 3년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뜰히 저축하여 아파트는 버겁다며 대출 없이 다세대주택을 전세로 구했다고 하였다. 사위는 영어를 공부하려고 새벽에 학원에 가고, 직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 딸은 퇴근 후에 학원에 다닌다고 한다. 미래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젊은이답기도 하지만 안쓰럽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때로는 여행계획을 세우겠지. 서로가 방해되지 않도록 침묵하며, 때로는 눈빛만 봐도 상대가 어느 정도 피곤한지 눈치를 채고 어깨를 토닥여 주겠지. 집은 좁지만 서재 외에 편안하게 잠잘 곳이 있고, 또한 주방에는 작은 식탁이 있어 같이 차를 마시며 아이를 낳아 어떻게 교육을 시킬 것인지 가족계획도 세우며 미래를 설계하겠지. 집은 작아도 이곳저곳 요모조모 쓰임새가 있어보였다. 딸은 과욕부리지 않고 작은 것에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웃음이 배어 나왔다. 딸의 혼인날을 눈앞에 두고 좁혀지지 않는 세월의 무게 앞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혼수하면 신랑신부의 원앙금침인 두툼한 목화솜이불이 장롱 속에 차곡차곡 들어 있었는데 주거문화가 침대로 바뀌면서 목화솜이불은 밀려나 버렸다. 이불은 물세탁할 수 있는 가벼운 이불로 바뀌었다. 또한 두툼한 목화솜으로 만든 요를 대신하여 침대가 있고, 동남아 수입제품인 진드기가 서식하지 못한다는, 고무나무를 원료로 한 라텍스라는 침구가 예비신부들이 선호하는 인기 제품이다. 생각만 해도 따뜻할 것 같은 목화솜이불은 30여 년 전 내가 혼인할 때 친정어머니가 애면글면 농사를 지어 만들어주신 이불이다. 지금도 고스란히 장롱 속을 지키고 있고, 베란다 한쪽에는 낡았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재봉틀이 한 자리를 하고 있다. 30여 년 간 열두 번 이사를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꼭 가지고 다녔다. 비교적 관리가 잘되어 별로 흠집이 없었는데 어느 해 여름철에 긴긴 장마에 습기를 견디지 못했던지 재봉틀의 호마이카 겉 표면이 툭! 툭! 떨어지니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모습이 조금 흉하게 되었어도 바지나 치마 단을 고친다든가, 인조견으로 잠옷을 만들거나 고슬고슬한 삼베이불과 베개 등을 만들 때는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이 보잘 것 없는 재봉틀은 나와 평생을 같이할 것 같아 애착이 가는 내 혼수 품목이다. 내가 혼인하면서 주고받은 금반지 금목걸이는 집을 장만할 때 보태느라 모두 팔아버렸다.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내 딸을 시집보내며 여러 가지 예쁜 혼수를 꼼꼼하게 챙겨주고 싶었다. 이사를 자주 다녀야하는 이유 때문에 꼭 필요한, 유일하게 쓰일 주방용품 같은 물건들만 고집하여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지구 반대쪽이 어디인 줄 지도상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이든 여행을 할 수 있고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 지구촌으로 변했다. 젊은이들에게 컴퓨터는 유일한 혼수품목이고, 또 작고 가벼운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인생의 동반자이며, 백과사전이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 보면 된다. 척척박사가 따로 없다. 먼 훗날 젊은이들은 무엇을 추억할까? 고가의 보석으로 치장한들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기밖에 더 하겠냐고, 평소에 하고 다닐 수 있는 앙증맞은 목걸이와 백년가약의 징표로 커플링 하나면 족하다고 하였다. 금반지나 금목걸이는 금 펀드를 들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젊은이들이다. 혼수 1호, 책상에서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상대를 인정해주며, 사랑어린 격려의 말 한마디로 위로하고, 동반자로 소중한 삶을 가꾸며, 미래의 꿈을 펼치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2010. 어느 가을날 오후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LOAT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