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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그리고 구제역/김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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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25회 작성일 11-01-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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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그리고 구제역 김세명 소를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고향 같아진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기에 소에 관한 추억이 많다. 그 당시는 소가 큰 재산이었다. 어릴 때 소죽을 끓이고 산과들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던 추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고향을 생각하면 산과 들의 풍경은 물론이고 소를 몰던 장면이 떠오르고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예전에는 구제역이란 말이 없을 정도였다. 농사를 지으려면 소가 없으면 안 된다. 쟁기로 논밭을 갈았으며 써레질을 하여 모내기를 하도록하는 힘든 일은 소가 하였다. 소가 입에 물집이 생기고 여물을 잘 먹지 않으면 아버지는 소금을 주먹에 쥐고 소의 입을 문질러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구제역인지 모르지만 소는 가족처럼 생각한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 시절의 소는 농사일로 열심히 일한 덕으로 저항력이 있었나 보다. 지금은 소가 할 일을 기계가 하니 소는 식용으로 여기며 사료로 사육되니 전염병에도 취약한 것 같다. 지금 온 나라가 구제역이란 대재앙을 만났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입술이나 혀, 잇몸, 코, 발굽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질병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는 A급질병(전파 력이 빠르고 국제교역상 경제피해가 매우 큰 질병)으로 분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살처분되는 소와 돼지들이 늘어난다. 사람들은 병이 돌자 소비가 줄어 식육점이나 음식점까지 타격이 크다. 가축들의 수난시대다. 2백여만 마리가 생매장 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그 수가 늘고 있다.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차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식육으로 공급되는 소나 돼지 뿐 아니라 닭과 오리까지 생매장되니 수급에 문제가 크다. 가축을 키운 농부는 생매장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농부들뿐 아니다. 살처분에 참여하는 공무원과 수의사, 군인들까지 심리적 고통이 크다고 한다. 그들은 쉬지도 못하고 혹한 속에서 울부짖는 소와 돼지들의 몸짓과 소리를 들으며 생매장하자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수백 마리씩 살아있는 가축들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하여 살처분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은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한 때는 한우와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토종을 우대하고 선호하였지만 요즈음은 수입육이 오히려 우대를 받고 있다. 구제역은 바이러스로 전염되어 한두 마리가 양성반응이 나오면 다른 소도 살처분된다. 처음에는 살처분되는 소를 생매장하였다.동물학대로 여론이 확대되자 안락사 시킨 뒤 매장한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학살과 동물의 학살은 무엇이 다른가? 카틴 숲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1940년 러시아가 폴란드를 점령하면서 폴란드 장교 2만 명을 카틴(katyn) 숲에서 학살하여 매장한 사건이다. 마치 동물을 살처분하듯 인간을 학살하였다. 2차대전 시 독일 히틀러의 나치들이 유태인을 학살했다. 지금 동물들을 생매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역사적 사건들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쟁, 천재지변, 폭행만이 인간의 불행은 아니다. 구제역의 창궐로 소와 돼지들의 죽음과 살처분에 동원된 사십여만 명의 관계자들은 어떤가? 며칠 간의 폭설과 혹한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살처분에 동원된 사십여만 명의 관계자들은 마치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울부짖는 가축의 울음소리에 날마다 악몽에서 신음하는 트라우마 환자들이다. 구덩이를 팔 때마다 가족의 무덤을 파는 마음이고 안락사 주사는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눈물이 마를 날 없고 환청으로 지옥을 헤맨다. 불면에 우는 농부의 한숨을 누가 위로할까? 왜 방역에 구멍이 뚫렸을까? 국민의 가슴 만 뻥 뚫린다. 하루 빨리 이 땅에서 전쟁 같은 대재앙인 구제역이 끝나고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 불면의 밤을 지새며 눈물로 한숨을 쉬는 농부를 위로하고 살처분된 가축의 명복을 빌고 싶다.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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