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한4동/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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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4동(三寒四凍)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요즘 날씨가 몹시 춥다. 전주지방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겨울은 여러 차례나 그보다 낮았다. 부산도 1915년에 영하 14도를 기록한 이후 2011년 1월 16일 영하 12.8도로 떨어져서 56년 만에 맞는 강추위라 한다. 대관령은 체감온도가 영하 34도를 기록해서 시베리아와 같은 추위라니 너무나 심하다. 춥다가도 영상으로 돌아가 따뜻해지기도 했는데 올 겨울은 3주일이나 계속 추웠다. 지구가 온난화되어 따뜻한 겨울이 될 거라 여겼는데 난데없이 추워져 견디기가 어렵다. 더구나 눈까지 많이 내려 설상가상이다.
추위가 심하니 군대생활을 할 때가 생각난다.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자락에서 중대본부 서무계 일을 보았다. 취사당번이 밥을 짓고 부식을 모두 넣어 찌개를 끓였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미식기에 밥을 푸고 찌개를 부어주면 먹고 각자 그릇을 씻었다. 중대본부 앞에 흐르는 냇가에서 얼음구멍을 뚫고 식기를 씻었다. 어찌 물이 찬지 손이 어는 것 같았다. 식기를 씻어 들고 오면 손가락이 쩍쩍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도 추웠었다. 밖에 나가 세수를 하고 물 묻은 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면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난방이 잘되어 별로 추운 줄 모르나 땔감이 넉넉지 못한 그때는 방도 춥고 옷도 허름하여 몹시 추웠다. 그래도 눈이 오면 좋다고 밖에 나가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었다. 햇볕이 쪼이면 눈이 녹아내리다 얼어붙어 처마에 고드름이 생겼다. 큰 것은 팔뚝만한 것도 있었다. 고드름을 따서 먹기도 하고 칼싸움도 했다.
논에 물코를 막아 물이 고이면 겨울에는 얼음판이 되었다. 각자 집에서 만든 스케이트를 가지고 나와서 탔다. 스케이트 위에 쪼그리고 앉아 양손에 송곳을 잡고 밀면 스르르 미끄러져 나갔다. 힘주어 계속 밀면 번개처럼 빨리 지쳐졌다. 철사로 만든 스케이트를 오른발에 신고 왼발로 밀어 타기도 하고 양발에 신고 달리기도 했다. 스르르 미끄러지는 재미는 타보지 않으면 모른다. 한 번은 앞으로 넘어져 입술이 깨어지고 피가 나서 치료를 받은 일도 있었다. 그래서 그러는지 지금도 얼음판이 미끄러우면 무서운 마음이 든다.
지난 목요일 야간반에서 수필공부를 하고 돌아오는데 어찌 추운지 덜덜 떨렸다. 찬바람이 불어와 무릎도 시리고 귀가 떨어져 나가려 했다. 걸어오면서 노숙자 생각이 났다. 나는 추워도 조금 참으면 따뜻한 집에 들어가는데 그들은 어떻게 이 밤을 넘길까. 따뜻한 아랫목이 얼마나 그리울까. 아내와 아들딸과 같이 오순도순 살던 가정이 얼마나 생각날까. 나 같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음성 꽃동네 생각이 났다. 꽃동네에서는 노숙자를 데려간다는데 집에 들어갈 형편이 못되면 그런 곳에 가지 왜 노숙을 할까. 착잡한 상념이 추운 머리를 뒤흔들었다.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탓으로 지구가 온난화 되어 기상 이변이 잦다. 남반구에서는 폭우가 쏟아져 홍수 피해가 크다. 호주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집이 무너져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다. 북반구에서는 곳곳에 한파가 밀려와 동사자가 나오고 눈이 많이 내려 교통이 두절 되는 등 피해가 크다.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큰 재앙이 발생할 것 같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 빙산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져 지구상의 여러 섬이 물속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하니 큰일이다. 뉴기니 열도에서는 이미 물에 잠긴 곳이 있고 남태평양의 피지와 투발루, 카리바티 등 산호섬나라가 위험지역이 되었다. 세계가 힘을 합해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이 큰 재앙을 입을 것 같다.
온대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하고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가 확연했다. 그런데 요즘은 봄이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인가 하면 어느 사이에 찬바람이 불어와 금방 겨울날씨가 되는 등 변화가 심하다. 봄꽃이 한창일 때 눈이 소복이 내리고, 한 여름에 우박피해를 입으며, 가을에 갑자기 한파가 밀려와 농작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울에도 3한 4온이라 하여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했다. 그래서 추운 겨울도 지낼 만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3한 4온은 어디로 가고 계속 춥기만 하니 3한 4동(三寒四凍)이 아닌가 싶다.
( 2011. 1.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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