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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불/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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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01회 작성일 11-01-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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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불 행촌수필문학회 양희선 이불장 밑에 얌전히 개켜진 진분홍과 초록색 비단이불에 내 시선이 멈췄다. 편한 삶에 길들여져 이불을 덮지도 않고 어쩌지도 못하는 솜이불이 살림밑천마냥 장롱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세월의 무게를 침묵으로 이겨낸 유산으로 남아 장롱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딸 넷을 시집보낼 밑천으로 해마다 목화를 심고 거두면서 허리 펴실 날이 없이 고달프게 사셨다. 많은 솜을 모아 딸들을 시집보낼 때마다 이불 몇 채씩을 만들어 주셨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아랫목의 두꺼운 솜이불 속은 엄마품속처럼 따듯했었다. 그 이불속에서 우리자매들은 발장난도 하고 아랫목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목화솜이불은 고슬고슬하여 잠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뿐했다. 딸의 혼인날을 정해놓고 넓은 마당에 큰 멍석을 깔아 백설같이 하얀 솜을 펼쳐 비단이불을 꿰맸다. 이웃아주머니들은 찰밥과 엿을 들면서 신랑신부의 찰떡금술을 기원하며 새 이부자리를 만드셨다. 한동안 잘 덮었던 두꺼운 솜이불은 난방시설이 좋아진 탓에 요즘엔 가벼운 이불에 밀려나게 되었다. 애정이 담긴 이불인데도 무겁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덮지 않고 있으니 송구스럽다. 시집 올 때 가져온 이불을 얇게 만들어 편하게 덮어야 할 것 같다. 양지바른 산등성이 목화나무는 단년생으로 제법 짱짱하게 자란다. 목화 꽃이 필 때면 목화밭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 꽃이 시들고 돋아난 연두색열매를 다래라고 불렀다. 나뭇가지마다 물오른 다래는 방울토마토마냥 탱글탱글 달렸다. 그 시절 먹을거리가 없던 아이들이 그 다래를 따먹곤 했었다. 어른들께서는 마구 따서 목화밭을 망치는 것을 막으려고 다래 속에서 벌레가 나온다고 애들에게 농치기를 하셨다. 갈바람이 불어 찬 기운이 돌면 성큼 자란 다래는 숭어리가 되어 하얀 솜을 머금고 뾰족한 입술을 방긋이 내밀었다. 목화솜은 비를 싫어한다. 따사로운 햇빛과 살랑대는 바람을 맞으며 피어난 목화밭은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덮여 있었다. 벌어진 목화숭어리는 네 칸으로 나뉘어져 서로 엉키지 않게 하얀 솜을 부풀린다. 쏙쏙 뽑아내면 뽀얀 솜의 부드러운 촉감이 따스하게 잡혔다. 작은 나무에서 먹을 것이 아닌, 입고 덮을 것이 나오게 되다니 자연의 섭리가 신기하고 오묘했다. 모아놓은 목화를 동지섣달 긴긴밤에 씨를 빼는 틀을 놓고 씨를 빼낸다. 둥근 막대를 맞물려 목화를 넣고 돌리는 단순한 원리로 만들어진 틀이다. 목화를 조금씩 넣고 돌리면 앞에는 거무스레하고 딱딱한 씨만 빠져 나오고, 뒤에서는 가을하늘 뭉게구름처럼 하얀 솜털이 쏟아져 나왔다. 동생과 나는 엄마를 따라 재밌게 돌려댔다. 한참을 돌리니 팔도 아프고 지루해서 목화를 많이 넣었더니 꽉 막혀서 돌아가질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다급하게 많이 넣지 말고 조금씩 넣어라’ 고 하시며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법 이라고 말씀하셨다. 목화솜은 자연섬유다. 면은 땀을 잘 흡수하고 숨을 쉰다. 자연에서 얻어진 천연재료로 만든 솜이불은 보송보송한 온기가 느껴진다. 빳빳하게 풀을 먹여 다듬질한 광목홑청을 끼운 이불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친환경적이다. 섬유산업의 현대화로 가볍고 부드러운 화학솜을 넣어 만든 이불이 세탁하기 편하여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질환으로 가려움증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용하기엔 편할지언정 피부에 해로운 징조가 아니겠는가. 먹을거리에만 웰빙을 찾지 말고 옷과 덮을 것에도 자연섬유로 피부를 보호하고 아토피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목화를 심지 않으니 목화 꽃도 목화나무도 볼 수가 없다. 예전엔 농촌에서 집집마다 목화를 심었으나 지금은 외국에서 수입을 한다. 넓은 땅에서 대량생산한 목화를 수입하여 섬유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온 누리가 하나 되어 모자란 원료를 서로 교환하며 문화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섬유산업의 직조기술이 뛰어나 면과 모직과 폴리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제품이 최상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현실이 흐뭇하다. (2011.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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