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 뉴질랜드/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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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 뉴질랜드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서상옥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초원이다. 낮은 산맥으로 이어지는 푸른 언덕에는 하얀 누에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양과 얼룩소가 무리를 지어 한가롭다.
북섬의 중심도시 로토루아 관광을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8시에 출발하였다. 장장 300km의 거리를 3시간 반 정도 달렸다. 푸른 들판이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질주 속에 이루어지는 여행이다.
고속도로라 하지만 통행료를 받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국토를 아껴서인지 우리나라처럼 직선이 아니었다. 그저 자연 그대로 지형을 따라서 달렸다. 몇 차례 간이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한인협회 회장이 경영하는 맨하탄모텔에 짐을 풀었다. 겉보기보다 내부시설이 편하게 되어있어 다행이었다. 마침 기독교신자이면서 군산에서 몇 년 살았다는 말에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유황의 도시 로토루아는 로토루아 호수와 타라웨라 산을 끼고 발전한 도시다. 뉴질랜드에서 11번째 도시로 인구 6만 8천 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을 제일 반기는 것은 독특한 유황냄새다. 그래서 '유황의 도시'라고도 한다. 뿌연 연기가 가득한 온천호수, 온천폭포들은 살아있는 지구의 내부를 해부해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로토루아 호수 남쪽에는 시내가 형성되었고, 서쪽에는 뉴질랜드의 상징인 아그로돔과 송어양식장인 파라다이스 빌리지가 있다. 남쪽에는 마오리마을과 간헐천이 있는 와카레와레와 타라웨라 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이 도시에는 5천 명의 마오리인들이 전통적인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로토루아는 볼 것이 너무 많다. 적어도 2~3일의 여유를 가져야 한단다. 이 도시의 주변에는 화산활동의 결과로 감탄할만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로토루아 호수는 이 지역 12개 호수 중에서 가장 큰 호수로 옛날 화산들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웅덩이가 파여 호수가 되었다. 이 호수는 시가지동쪽에 가까이 자라잡고 있어서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처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날씨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호반의 여왕’이라고 하는 배를 타고 유람을 즐긴다. 갈매기와 참새, 흑백조라는 검은 고니가 사람들 가까이 와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호숫가에서 사람들과 공생하는 자연속의 새들이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토막영어를 사용하여 보트를 타고 있는 낚시꾼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도 낚시를 즐기는데 한 번 보여줄 수 없나요?” 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 떡? 고기를 한 번 보자고 했는데 한 마리 달라는 것으로 알고 큰 송어 한 마리를 선물로 주어 염치없이 웃으면서 받았다. 같은 일행인 안사람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당신은 정말 아프리카 땅에 떨어져도 굶지 않고 살아 날 거야! 당신이 영어를 그렇게 잘 할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면서 아내는 저녁 준비에 바빴다. 이 송어 한 마리가 네 사람의 저녁식사를 즐겁게 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쩌면 이 여행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저녁 만찬을 하고 밤 11시까지 개장한다는 세계 10위의 폴리네시안 스파에 갔다. 별이 빛나는 해변, 야외 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지하에서 직접 분출되는 라듐과 프리스토가 첨가된 광천수가 근육통이나 관절염에 좋다고 한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청아한 바람을 맞으며 온도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다가 한국에서 패키지 관광투어로 온 일행을 만났다. 뜻밖에 전주와 익산에서 온 분들이었다. 외국에서 고향사람들을 만나니 한결 더 포근한 정을 느꼈다. 호주 시드니를 거쳐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어느 관광지를 가든지 한국인이 많다. OECD 국가로 경제 11위국에 이르니 그럴 만도 하다. 코너마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순으로 안내를 해준다. 우리 국민에게 그래도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충만하구나 싶어 기뻤다. 우리나라도 뉴질랜드와 같은 평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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