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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없었더라면/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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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1회 작성일 10-12-1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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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없었더라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김길남 어느 때부터 나이를 세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나이를 세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 나같이 80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이를 세는 것이 두렵다. 모르고 살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세어서 나이의 족쇄에 묶이는지 아리송하다. 그저 무사태평으로 살다가 홀연히 이승을 떠난다면 좋을 텐데 80살이니 90살이니 하니까 갈 날을 걱정하게 된다. 어려서는 얼른 나이를 먹고 싶었다. 동지 팥죽 한 그릇을 얻어먹으려면 지루하기도 했다. 어른들이 일가를 이루고 아들딸 낳고 즐겁게 사는 것이 부러웠다. 또 꿈을 성취하려고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다. 친구들끼리도 내가 형님이라고 나이 먹은 체했고, 몇 달 늦게 태어난 친구에게도 동생이라 부르며 으스댔다. 그런데 요즘은 젊다고 하면 기분이 좋다.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옷맵시를 다듬기도 한다. 늙기 싫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왕 세는 나이이니 나라고 세지 않을 수 없다. 세다 보니 너무 빨리 지나간다. 속된 말로 나이 먹는 속도가 10대는 시속 10km, 50대는 50km, 80대는 80km라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어쩌면 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섣달이 다 지나갔다. 절대적인 속도는 같지만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기다리면 느리게 가고 늦추려면 번개같이 지나는 게 시간이다. 있는 그대로 두고 마음을 가다듬어 대양을 유영하듯이 살아가야 하리라. 사람이 로켓을 타고 초음속으로 달리면 시간이 멈춘다고 들었다. 그렇게 날아가면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겠다. 오래 살고 싶으면 초음속으로 달려 시간을 멈추면 되리라 여겨진다. 지루하도록 머물다 지구로 돌아오면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날 게 아닌가. 오래 사는 것으로만 친다면 그 이상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이지 현실이 될 수는 없다. 그 비용은 어떻게 댈 것이며 갔다 오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몇 대 후손들이 살 텐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우리의 전래민담에 신선이 자주 나온다. 그 신선은 시간을 초월하여 산다고 했다. 어느 나무꾼이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신선이 바위 위에서 바둑을 두는 것을 보았다. 재미있어 옆에서 구경하였다. 바둑 한 판 두는 것을 보았는데 많은 세월이 흘러, 들고 있던 도끼 자루가 썩어 내려앉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다. 시간을 초월하여 살고 싶은 옛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려니 싶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박태형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새 색시가 새벽에 일어나 물을 길러 우물로 갔다. 동쪽 하늘에 해가 솟으려는 때였다. 두레박으로 물을 긷다 깜빡 잠이 들었다. 이상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니 산천이 아름답고 꽃이 활짝 피었으며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노래 부르고 있었다. 참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준수한 총각을 만나 결혼하고 아들딸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사이에 세월이 흘러 남편이 늙어 병에 걸리고 말았다. 투병 끝에 세상을 등지니까 아내는 통곡을 했다. 슬피 울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동쪽에는 해가 한 뼘쯤 올라와 있었다. 잠깐이 한 평생이 된 꿈이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잠깐도 길게 산다면 좋겠다. 나이에 쫓기지 않으려면 잊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노인들도 아침을 먹으면 바로 밖으로 나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이리 뛰고 저리 달리다 보면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른다. 무엇이 할 일이 있어 그리 돌아다닐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다. 요즘은 자기 취미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관공서의 자치센터, 노인복지관,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 다양하다. 요일별로 일정을 짜서 찾아다니면 얼마든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몸만 바쁘면 안 된다. 마음도 정신도 바빠야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이것을 하고 내일은 저리로 가야지 하고 머리가 움직여야 한다. 오전에 할 일과 오후에 할 일이 나누어져 있어 생각하고 연구하고 골몰해야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바둑을 두고, TV를 보고 등 계획적인 삶이면 족하다. 바쁜 벌은 근심할 틈이 없다는 말처럼 바쁘게 살아가면 나이를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부터 나이를 잊고 살자. 무엇하려고 세어서 족쇄에 얽매이는지 모를 일이다. 내 나이 얼마인지 모르고 살다가 저승에서 부르면 가면 되지 않겠는가. 80이니 얼마 남지 않았구먼, 90이니 곧 가겠네 하며 걱정하지 말고 살아갈 일이다. ( 2010. 12.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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