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은 아직도/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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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맛바람은 아직도
김 학
극성스런 치맛바람이 잠잠하나 했더니 요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부산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분규가 일어 마침내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질 것 같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 선거가 이렇게 말썽이 된 것은 아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상 유례가 없는 세계신기록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이력서에조차 기록되지도 않을 초등학교 회장 자리가 얼마나 큰 감투라고 그렇게들 성화를 부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어린이 회장 선거 후유증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의 극성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 회장에 입후보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어느 후보의 어머니가 투표지를 검표하고 나서 당선자의 투표지 중에 어른의 글씨가 들어있다면서 부정선거라고 주장한 나머지 투표함 봉인을 요청하게 됨으로써 발단이 된 일입니다. 그러자 학교 당국은 터무니없는 트집이라고 맞서고 있어 사태는 자못 심각합니다. 이번 어린이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빚어진 학부모와 학교의 대립은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심각한 면이 있습니다.
낙선 후보 어머니가 당선자의 투표지에 어른의 글씨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그 학교 선생님을 불신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믿었다면 감히 어린이 회장선거가 부정이라고 트집을 잡을 수가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어린이 대표들이 자기 의사에 따라 투표를 한 투표지에 어른의 글씨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그 학교 어느 선생님인가가 그런 짓을 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사실의 진부야 차차 밝혀지겠지만 학부모가 선생님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큰일입니다.
한 때 어린이 회장에 출마한 어린이가 인기를 얻으려고 과자나 빵 또는 학용품 따위를 자기 반 어린이들에게 돌린 일이 있다고 해서 말썽이 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어린이들이 이렇게도 어른들의 못된 행동들을 그대로 흉내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어린이들이 이대로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이 나라의 꼴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어린이들이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감투를 노린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지각없는 학부모들의 빗나간 과욕 탓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가 초등학교 때 회장 감투를 썼다고 해서 어른이 된 다음 훌륭한 정치가가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을 불신하면서까지 극성스럽게 치맛바람을 날리고 다니니 걱정입니다.
어떻게 자기 자녀의 교육을 맡기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린이 회장 감투를 노리고 학교에 자녀를 보낸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배워서 훌륭한 민주시민이 되게 하려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러다가는 초등학교에서도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 분립제도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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