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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에 취해/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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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03회 작성일 10-11-2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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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에 취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요즘 어디로 가나 나뭇잎 지는 소리가 들린다. 은행나무의 노란 잎은 나비가 날 듯 떨어지고, 참나무 잎은 바스락거리며 진다. 수북수북 쌓인 낙엽을 보면 지금이 늦가을이라는 것을 느낀다. 올해의 단풍은 예년에 비해 너무 아름다워 내장산은 날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다. 마지막 가는 단풍을 보려고 몇몇이 전주 건지산을 찾았다. 소설가 최명희 선생의 묘소인 혼불공원에서 만났다. 이곳은 요즘 단풍이 늦게 들어 제철을 막 지나고 있었다. 일찍 든 단풍잎이 떨어지는데 여기저기서 사부작사부작 소리가 났다. 단풍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최 선생이 우리말 하나하나를 수십만 개 모아 혼불을 창작했듯이 수북이 쌓인 단풍잎으로 또 사후의 혼불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그냥 말 수는 없을 것 같다. 살았을 때의 정렬 같다면 지금도 저승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쓸지 누가 알랴. 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잎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하도 좋아서 곱게 물든 것으로 몇 개를 주웠다. 이것을 어디에 쓸까 궁리하다가 번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책갈피에 꽂았다가 손자 손녀에게 단풍잎 편지를 띄워야겠다. 그 귀여운 것들이 받아보고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단풍이 늦게 들어 아름다웠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코앞에서 이런 단풍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유명한 화가가 이것저것 물감을 개어 나무에 확 뿌렸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고운 단풍을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주황, 주홍, 가지각색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이렇게 고운 단풍을 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햇빛을 향하고 보면 더 반짝반짝 빛이 나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해를 등지고 보면 느낌이 반감되었다. 모두 감탄하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오송제를 돌아 건지산 정상에 올랐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줄지어 선 것이 꼭 병풍을 쳐 놓은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내장산에서도, 설악산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다.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을 사각사각 밟으며 병풍 안쪽으로 몇 걸음을 옮겼다. 은행나무 밑에는 노란 요가, 빨간 단풍나무 아래는 빨간 금침이 깔려 있었다. 누워서 뒹굴고 싶었다. 칠순 어린이가 되어 주위의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반듯하게 누웠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청잣빛 호수였다. 잠깐 사이에 내 몸이 둥둥 뜨는 느낌이었다. 티끌 하나 없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었다. 나무는 갖가지 색으로 변해 눈이 부셨다. 무지개 색 같았다. 보라색만 없고 6가지 색으로 빛났다. 무지개가 여름 하늘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 늦가을 건지산에도 떠 있었다. 누워서 하늘을 보고 단풍을 쳐다보니 딴 세상 같았다. 옆에는 오래된 묘가 있었다. 땅에 묻힌 저 영가도 단풍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 때가 있었을 것이다. 아들 딸 낳아 큰 나무로 키워 놓고 남을 도우며 좋은 일 하다가 삶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그 보답으로 이런 아름다운 곳에 묻혔으리라. 이 어른은 참 좋을 것 같다. 이런 경치를 날마다 보고 누워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조상이 호사를 누릴 수 있도록 모셨으니 그 자손들은 복을 받았을 게다.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좋은 환경에서 지내는 것은 얼마나 바라는 일인가. 나도 훗날 저렇게 묻힐 날이 올 텐데 마지막으로 내 삶도 단풍이나 한 번 곱게 들어 보이고 싶다. 정자에서 쉬면서 지나는 사람을 훔쳐보았다. 대부분 3,4십대의 여자들이다. 입은 옷이 울긋불긋한 단풍색깔이다. 사람도 단풍, 나무도 단풍, 단풍천지다. 몇몇이 짝을 지어 걷는 사람, 운동기구에 매달려 몸매를 만드는 사람, 숲에서 깊은 숨을 쉬며 피톤치드를 마시는 사람 등 여러 가지다. 수다를 떨며 까르르 웃는 모습도 귀엽다. 단풍을 즐기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근심걱정 떨쳐버리고 마음 편안히 지내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구상에는 여러 나라가 있으나 우리나라 같이 단풍이 드는 나라는 드물다. 열대지방이나 한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온대에서 단풍이 들지만 우리나라처럼 곱게 드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지난 번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단풍을 보고 감탄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런 단풍을 우리만 보고 말 것인가. 하늘이 주신 은혜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일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의 가을단풍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 관광수입도 무역처럼 흑자를 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단풍 속에 푹 빠져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일행을 놓칠까 봐 뒤를 따랐다. ( 2010. 11.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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