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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살아온 인생/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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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84회 작성일 10-10-2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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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살아 온 인생 -제2시집 '꽃무릇 연정'을 출간하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서상옥 석양낙조에 황혼이 깃들면 노을빛에 떠오르는 영혼의 노래를 불러보았습니다. 붉게 타는 낙엽사이로 흩어져 가는 시혼詩魂을 느꼈습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가녀린 내 마음의 여로를 곱게 그리고자 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가느다란 붓끝이 떨렸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에 그려진 추억들이 언젠가는 포말에 말려 사랑과 그리움으로 메아리쳐 올 때 내 호심湖心의 나래를 펴 보고자 했습니다. 어쩌면 외로운 삶의 호흡일지 모릅니다. 고독을 이겨내는 꿈을 찾아 바다기슭과 산비탈을 방황하던 넋두리가 이렇게 연둣빛 새 움을 틔워 파란 잎으로 피어나고 있나 봅니다. 그 잎에서 나는 초록빛 향기가 벗님네의 가슴마다 촉촉이 적셔 주기를 기도합니다. 저물어 가는 인생의 뒤안길에서 서성이다 겁없이 글밭에 뛰어들어 시詩라는 꽃나무를 심어 보았습니다. 거친 황토밭을 고르고 잡초를 뽑아내면서 가꾸어 왔습니다. 그러나 밑거름이 부족해 빈약하게 자라는 내 시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저렸습니다. 좀더 자양분이 풍부해지기를 갈망하지만 그저 기름진 옥토가 그리워질 뿐입니다. 세월의 강물에 밀리고 쌓인 모래알이 황금빛으로 빛나기를 소망했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야 소진되어 가는 자신도 발견하게 됩니다. ‘삶이 모두 다 그런 것을!’ 몸과 마음으로 터득하고 외눈으로만 보아오던 생의 모순이 올곧게 피어 지기를 소원합니다. 떨어지는 꽃잎에 새겨진 낙서가 무명시인無名詩人의 옷을 벗어버리고 화사한 봄날을 맞아 이제 새로운 꿈을 잉태하고자 합니다. 해 저문 언덕에 누워 노욕을 버리지 못한 채 서산마루에 날려보는 군소리라 하겠습니다. 두 번째 시집 「꽃무릇 연정」에 나오는 시인의 말을 이렇게 다듬어 보았습니다. 5년 전 고희古稀기념으로 출간했던 자서전적인 「사랑과 그리움이 메아리쳐 올 때」에 새겨진 글발이 온고을로 터를 옮겼습니다. 가련산과 황방산을 감고 도는 전주천과 삼천천을 맴돌며 아롱진 발자국들이 또 이렇게 생의 흔적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황혼에 물든 노을빛에 영혼의 노래(詩)를 읊었습니다. 그 시들이 나의 고독을 달래 주고 내가 살아오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파도에 밀려간 추억들이 나를 새롭게 탄생시켰는지도 모릅니다. 떨어지는 꽃잎의 이야기를, 흩어지는 낙엽들의 속삭임을 들어 봅니다. 이제야 삶의 의미를 조금은 알듯합니다. 향기로운 꽃잎에 사뭇 가슴이 떨렸습니다. 붓을 가누기에 또 민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해가 기울고 밤이 깊어 가면 다시금 꿈을 꿉니다. 꿈은 언제나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나는 어린시절 할아버지에게서 한문을 배웠습니다. 천자문(千字文)과 사자소학(四字小學), 명심보감(明心寶鑑), 추구(推句) 등을 익히면서 한학의 깊은 뜻을 알았습니다. 한문학의 오묘한 진리와 철학, 윤리도덕과 문학예술이 희미하나마 내 기억을 새롭게 했습니다. 특히 추구(推句)에 나오는 오언시(五言詩)가 내 작은 가슴을 울렸던 것을 이제야 알 듯합니다. 당시 조부님께서는 한학자로 서당을 차려놓고 후학양성에 공이 많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부님 생전에 한학을 좀더 익혀 둘 것을 하고 후회도 합니다. 꿈 많은 학창시절에 즐겨 읽었던 동화나 시, 고전과 세계명작들이 나의 정신세계를 넓혀주고 문학의 옥토를 일구어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만권의 책을 읽으면 세상이 보인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나에게는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욕망이었을지 모르지만 어린 날의 티 없는 꿈이었다고 믿습니다. 소월의 ‘진달래꽃’과‘산유화’에서 시혼과 운율을 느꼈으며, 이별의 정한과 순수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데 공감했습니다. 윤동주의 ‘서시序詩’와 ‘별 혜는 밤’에서 시인의 맑고 깨끗한 삶을 체험하고 아름다운 이상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沈黙(침묵)’에서는 인생의 번뇌와 사랑, 불타는 조국애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조지훈의 ‘승무僧舞’는 시정에 사로잡힌 내 영혼을 붙들어 매었습니다. 유명을 달리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조병화의 ‘소라’에서는 자연애의 서정적인 감성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나의 시작詩作과정이 이렇게 여울져 흘러가고 있나봅니다. 이제 내 가슴속에 잠들어 있는 푸른 별들이 유성처럼 헤엄치다가 고운 꽃잎으로 내려와 아름다운 시詩로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인생의 마지막 열매를 곱게 맺어 주었으면 합니다.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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