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인의 기적 같은 이야기/김길남
페이지 정보

본문
33인의 기적 같은 이야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33인이라고 하면 삼일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칠레에도 33인이 있었다. 우리 33인은 나라를 침략한 일본과 싸웠는데 칠레 33인은 죽음과 싸워 이겼다. 온 세계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69일간의 사투에서 살아났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칠레의 산호세 구리광산에서 광구가 무너져 지하 622m에 갇힌 것이 지난 8월 5일이었다. 모두 죽었을 것이라 여기던 그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안 것은 17일 뒤였다. 현대 과학기술의 덕으로 정확한 장소에 구멍을 뚫어 알게 되었다. 가족들은 얼마나 기뻤을까. 그 구멍을 통하여 먹을 것도 전달하고 통신도 할 수 있었다. 기어이 구출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 그들을 안심 시켰다.
지하에 갇힌 광부들은 참 훌륭했다.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를 중심으로 마음을 합해 침착한 투쟁을 시작했다. 제일 나이가 많은 마리오 고메즈(63)가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구출될 때까지 살아남으려고 먹을 것부터 아꼈다. 48시간마다 한 번씩 참치 2숟갈,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씩 먹으며 버텼다. 산소가 없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장비의 사용도 금지했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작업반장은 유머와 위트로 대원들을 웃겼다. 오락도 하고 놀이도 하여 무료함을 달래기도 했다. 교대로 잠을 자며 변화를 지켜보았고 어려움이 있을 때는 가족을 생각하며 이겨냈다. 만약 내란이 일어나 힘센 사람이 말을 듣지 않고 먹을 것을 다 먹어 버리거나 싸움이 벌어졌다면 벌써 끝장났을 게다. 그들은 한데 뭉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죽음과 싸웠기에 살아났다. 구출작전이 시작되어 나가는 차례를 정할 때도 서로 먼저 나가라고 양보했다니 참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단결된 힘으로 69일을 버티고 비극으로 끝날 일을 희극으로 바꿔 놓았다. 인간 승리의 기적이었다.
10월 13일 0시 11분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첫 구출자로 땅 위로 올라왔다. 건강한 모습으로 7살 난 아들을 얼싸안았다. 현장에 나온 피녜라 칠레 대통령도 국가를 부르며 감동에 싸였다. 칠레 전국의 교회에서는 똑같이 종을 울려 환영했다. 자동차도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한다. 두 번째 구출자 마리오 세플베다는 ‘지하 감옥에서 기념품으로 가져왔다’며 돌멩이를 대통령에게 전했다. ‘치치치’ ‘레레레’를 외쳐 모두 웃으며 감격했다. 제일 나이가 많은 9번째 구출자 고메즈는 국기를 쥔 채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려 숙연해 지기도 했다. 22시간 반 뒤에 마지막으로 나온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가 나올 때였다. 산호세 광산 상공에는 칠레 국기가 그려진 풍선이 일제히 떠올라 생환을 기렸다. 광산에서 가까운 코피아포 시내의 아르마스 광장에는 1만 여명이 모여 밤을 새웠고 칠레 전역도 감격에 겨워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한다.
모두가 구조되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가족들은 하마터면 고아가 되고 홀어미가 될 뻔했다. 아버지와 남편 없이 살아가려면 고생도 많았을 텐데 용케도 살아나왔다. 나라에서 힘을 썼고 온 세계가 기술을 제공하고 힘을 더해 이룬 결과다. 위치를 정확히 찾아 착암기로 뚫었기에 구할 수 있었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아니었으면 구출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천운을 타고난 사람들이었다.
광산사고는 자주 일어난다. 중국에서도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친구 B도 노름으로 전답을 없애고 강원도 탄광에 가서 일하다 굴이 무너져 죽었다. 나중에 구출하고 보니 담뱃갑에 편지를 썼는데 아들더러 엄마를 부탁하고 공부 잘하여 이런 광산에는 오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에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서 15일 8시간 35분 만에 구조된 김창선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 땅속에서 산 기록이다. 그 때도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이번 사고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끔찍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칠레가 단결하는 기회가 되었다니 다행이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안전장치를 잘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계기로 광산의 안전에 주의를 기우려야 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이 다시 생각난다. 33인도 뭉쳤기에 69일을 버티고 지하에서 살아나왔다. 지도자의 역할도 큰 몫을 했다. 강압에 의한 제압이 아니라 우애와 덕으로 정을 베풀어 한데 뭉쳤다. 사람 사는 본분은 어디나 같다. 우리도 모든 일에 힘을 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2010. 10. 14. )
- 이전글남이장군 묘소 참배/임종우 10.10.16
- 다음글각종 장애인 보장구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하세요! 10.10.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