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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방궁/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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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1,008회 작성일 09-07-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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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방궁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어릴 적 온 가족이 함께 살던 서신동집에는 지금도 어머님이 혼자 살고 계신다. 그래서 나는 가끔 어머님을 뵈오러 그곳에 간다. 오늘도 그 집에 가서 어머니와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 인근 공터의 풀을 매려고 오랜만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10년만에 내가 살던 옛집에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아파트에 길들여져서인지 단독주택의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하룻밤 못 보내랴하면서 꾹 참고 잠을 청해 보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요란하였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살짝 잠이 들었는지 휴대전화 알람이 새벽 5시 반을 알렸다.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6시쯤 일어났다. 물을 덥혀 어머니를 씻겨 드리고 나는 집을 나왔다. 중화산동에 있는 가게 빈터에 풀을 매려고 장갑을 끼고 덤볐다. 큰 도로를 끼고 있는 앞부분을 먼저 끝내고 뒤란으로 들어가니까 음침한 곳에 모여 있던 모기와 깔따구들이 떼거리로 달려들었다. 7부 바지와 반소매 옷을 입었는지라 팔과 다리를 사정없이 쏘아댔다. 하지만, 장갑은 이미 흙으로 범벅이 된데다 물까지 젖어서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팔다리 여기저기 벌레 물린 자리가 온통 볼록볼록 올라오며 몹시 가려웠다. 일주일마다 가서 풀을 매다가 이번에는 3주 만에 갔더니 풀이 꽤 많이 자랐었다. 간밤에 비가 와서 풀은 잘 뽑혔지만, 새벽 시간이라 햇빛이 없는데다 습기가 많아서인지 놈들의 기승이 보통이 아니었다. 대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고 돌아설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2시간여 동안 곤욕을 치렀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9시 반이었다. 시장기도 들었지만 먹는 것보다 씻는 게 우선이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아주 시원하고 개운했다. 이제 살 것 같았다. 아! 천국이 따로 없다. 내 집이 바로 지상 천국이구나. 이곳이야말로 외부로부터의 모든 침입자를 막아 주고 편히 쉴 수 있는 나의 아방궁이다.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하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살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침을 먹고 나니 모기에 물린 자국들도 서너 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사라지고 가려움증도 견딜 만했다. 우리말에 도둑 피하려다 강도 만난다는 말이 있듯이 햇빛을 피하려고 새벽에 나갔다가 모기와 깔따구들에게 아주 혼쭐이 났다. 오늘의 고통은 나에게 큰 경험을 안겨주었다. 절대 두 번은 당하지 않을 테니까. 이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는가 보다. 고생을 많이 겪을수록 살아가면서 수시로 닥쳐올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리라.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소파에 몸을 맡기니 온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오늘의 일을 계기로 앞으로의 삶의 계획도 세워야겠다. 그동안 대충대충 살아왔는데 지금부터라도 이전의 삶과는 다르게 새로운 삶의 시작을 준비해야겠다. 그래서 남은 삶이 내가 진정 하고 싶던 일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한다면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집이란 그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내 지친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것 같아 더없이 고맙고 감사하다. 이럴 때 부르라고 '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가 만들어졌을까? 소파에 기대어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노라니 행복감이 난향(蘭香)처럼 피어오른다. (20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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