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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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
전주안골 복지회관 수필 창작반
전북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어린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우리 동네 또래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냇가 길로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가 끝나면 책보를 어깨에 둘러메고 겨우 우마차 한 대 다닐만한 넓이의 냇가 길을 따라 3킬로미터쯤 되는 거리를 날마다 걸어서 다녔다.
집에 가면서 게가 살만한 굴에 잔디를 뜯어 두세 번 꼭꼭 틀어 막고 진흙으로 발라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고 이튿날 다시 냇물 따라 집으로 돌아가면서 막아놓은 게의 굴을 열어보면 게가 숨을 쉬지 못하고 문 앞으로 기어나와 있었다. 그렇게 어른 손바닥만한 큰 게 한두 마리를 잡아 집에 가지고 가면 엄마는 애호박을 넣고 빨간 고추를 썰어넣어 찌게를 끓여놓으면 게가 빨갛게 익었다. 그 게탕은 밥반찬으로 온 식구가 잘 먹었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어느 가을날, 국어가 끝 시간이었다. 그런데 5~6페이지나 되는 국어과목의 '솔거'란 긴 글을 외워야 집에 보내 준다며 선생님께서 외우라 하시니 참으로 난감했다. 그 긴 글을 어떻게 외울 것인지 걱정이었다. 선생님은 무조건 반복해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읽어보면 나중에는 외워진다고 하셨다.
솔거는 신라 진흥왕 때 유명한 화가로 황룡사 벽에 그린 벽화 소나무 그림에 새들이 앉으려다가 부딪쳐 죽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내용과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열중했으나 벽촌에 스승이 없어 천신(天神)의 가르침을 청하여 꿈속에서 단군으로부터 신필(神筆)을 받아 꿈 에서 본 단군화상을 그린 훌륭한 화가였다는 내용이었다.
외우려면 무조건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열심히 열 번쯤 읽고 선생님 앞에 나가서 외우려했는데 절반도 못 외우고 막혀 버렸다. 산생님은 다시 외워오라고 하셨다. 또 다시 열 번 수무 번을 읽고 또 읽었다. 눈을 감고 혼자 외워보니 외울 것 같았다. 그런데 마음이 급했다. 어제 게의 굴을 세 개나 막아 놓았으니 오늘 열어보지 않으면 게가 죽어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빨리 가서 게의 굴을 열어 보아야겠는데 다른 때보다 '솔거'를 외우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니 마음이 급했다.
내가 세 번째로 외우고 집으로 가게 되었다. 급히 냇가로 달려가 오늘 걸려든 게는 얼마나 큰 놈일까 기대하면서 게의 굴을 열어 보니 큰 게가 문 앞으로 나와 시들시들 다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큰 놈 두 마리를 잡아 기분 좋게 집으로 가면서 '솔거'를 또 한 번 외워보았다. 냇가에 하얀 갈대꽃이 피고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면 게의 맛이 가장 좋을 때다. 게딱지를 떼어 보면 불그스레한 알이 꽉 찼고 살이 많아 반찬으로는 최고였다.
그때 '솔거'를 외우면서 글을 외우는 방법을 배웠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잘 써먹었을 뿐 아니라 지금 늘그막에도 무언가 외우려면 무조건 반복적으로 읽고 또 읽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였다. 그때 '솔거'를 외우게 하신 선생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시다.
(20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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