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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아파트 투자는 아무나 하나/송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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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6회 작성일 10-10-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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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아파트 투자는 아무나 하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송일섭 재건축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아파트 가격의 수직상승이다. 또 아파트 가격은 그렇게 오르기만 하였다. 내가 사는 바로 앞의 삼천주공 2차 아파트가 재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날만 새면 재건축을 부추기는 글귀가 쓰인 대문짝만한 플래카드가 팔랑거렸다. 그때마다 그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용트림하고 있었다. 2008년 6월 어느 날, 연말에 다가올 시련을 까맣게 모른 채 부푼 꿈을 안고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고 말았다. 아파트를 판 주인은 30대 후반의 영어학원 여선생이었다. 그녀는 공인중개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광고지에 개인 직거래로 올렸다. 그러나 공인중개 사무실에서는 수수료를 내놓으라고 하니 어이없는 모양이었다. 내가 광고지를 보고 직거래를 하였으면 수수료를 아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은 저 멀리서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는 것을 몰랐을까? 추운 겨울이 다가올 무렵 미국에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러자 아파트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아파트 가격은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지고, 건축경기는 냉동실의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재건축조합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1차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하였다. 그런데 그 많던 건축업자들이 어디로 피신하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낮잠을 자다 금방 깬 토끼마냥 L업체만 손을 비시시 내밀었다. 그러나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유산되고 말았다. 조합은 2차로 시공사선정광고를 내고 건축업자들이 오기만 기다렸으나, 무심한 업자들은 코도 내밀지 않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L건축시공사만 응모하고 말았다. 경쟁 없이 L공사만 응찰하였기 때문에 옆의 세창아파트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몇 백만 원이 비싸게 책정되었다. 무상으로 주는 평수도 세창은 기존 평수에 두 평을 더 보태주었는데, 이곳은 더 주기는커녕 네 평을 덜 준다는 재건축사업안이 조합원총회에 상정되었다. 총회는 가까운 교회를 빌려 진행하였는데, 회의장 입구부터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되었다. 대통령을 경호하듯 말쑥하게 차려입은 건장한 젊은이들이 귀에는 이어폰을, 손에는 무전기를 들고 부동자세로 서있었다. 회의장 안 그 넓은 강당 벽면에 건장한 청년들이 눈동자도 멈춘 채 서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조합장 말 한마디면 얼른 달라 들어 취조실로 끌고 갈 것만 같은 기세등등 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회의는 진행되었다. 그 옛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회의처럼 진행하였고 간간히 반기를 드는 아줌마도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찬성 유무는 거수로 물었는데 부재자 찬성표를 합쳐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조합원이 485명인데 부재자는 300여명이었기 때문에 부재자가 찬성을 하였는지 유무도 의자에 앉아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재건축은 작은 평형이 26평이었는데 26평은 18세대뿐이고, 그다음이 33평을 분양받아야 하는데 1억 3천만 원을 더 내야만 했다. 485세대 중에서 분양을 받지 못하겠다는 세대가 약 100세대가 되었다. 일시에 집을 팔려고 예고하는 세대가 많아 아파트 가격은 내가 산 가격보다 400만 원 정도나 내렸다. 하지만 값은 고하간에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나 역시 분양 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분양을 포기하고 팔려고 하였으나 팔리지 않았다. 아파트 감정가격은 토지가격에다 헌 건물가격을 더한 가격이어서 내가 산 가격보다 700만원이 더 쌌다. 조합에서는 감정 가격으로 팔라고 하였으나 손해보고 팔 생각이 없었다. 아내는 아파트 산 것을 비난하였다. 나 혼자서 결정했기 때문에 마음이 쓰렸다. 조합에서는 날짜를 정하여 기한 내 소유권 이전 절차에 응하라고 통지가 왔고, 분양을 포기한 조합원끼리 수차례 모임을 가져 토의하였다. 나는 평형별 대표자를 뽑고 서로 연락체계를 갖고 조합과 협상을 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내 말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공인중개사 A씨를 따랐다. 주공아파트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나를 모르는 상태였고, 집을 산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뿌리가 약했다. 내가 본 조합원들은 패잔병처럼 오합지졸이었다. 힘을 합쳐 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한데 많은 경험이 있는 조합 및 건축업자를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조합 측이 소유권이전절차에 응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 번도 협상을 해보지 못하고 엉겁결에 피고가 된 것이다. A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모여 숙의했다. 전주와 서울의 재건축 변호사로 유명한 분들을 모셔다 설명을 들었다. 1인당 변호 비용으로는 60만원에다, 이길 경우 성과금으로 20만 원씩 더 내놓으라고 했다. 조합원 중에는 법대도 나오지 않고 취직 공부를 위해 법을 공부하여 법에 대해 잘 아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변호사를 사지말자고 하였다. 우리들 중에는 변호사를 사자는 분들과 사지 말자는 분들로 나누어졌다. 재판에 걸린 100여 명 중 변호사를 산분이 52명이고 나머지는 변호사를 사지 않았는데 변호사를 사지 않은 분 중 10여 명만 연락이 되었다. 나는 아파트를 비싸게 샀기 때문에 절약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사지 않는 편에 끼었다. 재판서류가 속달 등기로 집에 배달 될 때마다 스트레스로 피를 말렸다. 답변서와 준비서면 및 탄원서는, 법을 잘 아는 분이 써서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 보고 써서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하는 날 판사가 3명이었는데 가운데 1명이 말을 하고 다른 분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판사는 아파트 평형이 똑같고 일반인은 법을 어떻게 알겠냐면서, 앞으로 재판할 때 일반인은 제외하고 변호사들끼리만 하자고 하였다. 변호사를 안 산 사람은 덤으로 변호사를 산 셈이 되었고, 재판은 한 달에 한 번씩 1년이 걸렸다. 감정평가를 법원에서 의뢰하여 전보다 약간 오른 감정 가격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L건설사도 빨리 해결하고 싶었는지 변호사를 사지 않은 사람만 사무실로 불러 협상을 벌였다. 빨리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협상을 하였다. 그동안 마음 아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2010년 2월의 햇살이 따사로워 보였다. 집을 산지 2년도 채 안 되는 날이었지만 10년도 더 늙어 버린 것 같았다. 그 뒤 변호사를 산 사람들은 재판에 졌으며, 삼천 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은 힘차게 진행되었다. 분양받은 주민들은 프리미엄이 많이 오른 채 거래하고 있었다. 부동산 투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은 해프닝이었다. (201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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