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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와 나부(裸婦)/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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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838회 작성일 10-10-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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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와 나부(裸婦) 김 학 벽에 걸린 희한한 서양화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가로 4미터 49센티미터에 세로 1미터 18센티미터쯤 되는 대작이다. 그렇다고 불후의 명작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그림에는 누가 언제 그렸는지 기록이 없다. 고전소설《춘향전》처럼 작가 미상이다. 문학작품에만 작가미상이 있는 줄 알았더니 미술작품에도 작가미상이 있는 모양이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은 5층 건물이다. 층마다 로비가 있고, 그 로비 벽에는 여러 가지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몇 해 전 수필창작과정 강의실이 103호에서 309호로 옮겨진 뒤부터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바로 오른쪽 벽에서 그 희한한 그림을 만나게 된다. 나는 강의가 있을 때마다 1주일에 네 번씩이나 그 그림과 눈길을 마주쳐야한다. 마치 마른명태가 발가벗은 여인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참으로 희한한 소재요, 희화적(戱畵的)인 그림이다. 고래나 상어라면 모를까 명태가 제아무리 크다고 한들 사람을 통째로 삼킬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추상화가 분명한데 왜 하필이면 마른명태 뱃속에 나부(裸婦)를 그려놓았을까? 또 나부를 그리더라도 여인의 유방이나 배꼽 등 사내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앞모습이 아니라 긴 머리의 뒤통수와 도톰한 엉덩이만 보이게 그렸을까? 입을 헤 벌린 채 눈을 멀뚱멀뚱 뜬 명태의 표정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 명태는 여인의 알몸을 품고 있으니 행복할까?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무척이나 장난꾸러기였을 것 같다. 요즘 국민생선 명태(明太)가 금태(金太)로 변했단다. 그 흔하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던 명태가 온난화 때문에 동해바다에서 잡히지 않아 수입하지만 그 값이 금값이란다. 그러다 보니 명태가 아니라 금태가 되었단다. 값이 크게 오르니 생태는 물론 동태조차 자주 먹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마른 명태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슬며시 맥주 생각이 난다. 명태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또 명태는 조기, 홍어와 더불어 제사상에도 오르는 양반생선이다. 갈치나 고등어보다 더 높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기에 그럴듯한 전설도 많다. 옛날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하도 찢어지게 가난해서 제삿날이 돌아와도 선친께 변변히 대접을 할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장터에 나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소매 속에서 숨겨온 신주(神主)를 꺼내 살짝 음식 앞에 내보이며, 아버지 혼령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소리로, “아버님, 여기 밤과 대추가 있습니다. 여기 감이 있습니다. 여기 배가 있으니 그저 잡수시기만 하십시오.” 이렇게 과일 맛을 보이고, 어물전에 가서도, “아버님, 여기 조기가 있습니다. 여기 명태가 있습니다."이번에는 푸줏간에 가서는, “아버님, 여기 쇠고기가 있습니다. 여기 돼지고기가 있습니다.” 또 채소가게에 가서는, “아버님, 여기 숙주나물이 있습니다. 도라지가 있습니다. 고사리가 있습니다. 많이 드십시오.” 이렇게 구경하듯 다니면서 주인은 알아듣지 못하고 신주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면서 소매에서 꺼낸 신주에게만 조금씩 내보였다. 그날 밤 선비의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시더니, “오늘 저자에 나가서 가게마다 다니며 제사 음식을 푸짐하게 잘 먹었다. 오죽하면 네가 그랬겠느냐?” 하시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마침내 가난한 그 효자 선비는 큰 부자가 되었다. 가난하지만 효심이 강한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전설이 아닐 수 없다. 명천에 사는 태 서방이 잡았다고 하여 이름을 '명태'라고 지었다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때 배워서 누구나 안다. 명태는 이름도 참 가지가지다. 잡는 시기에 따라 동태바리, 춘태바리라고도 한다. 또 그물로 잡은 명태는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釣太)라고 하며, 생것은 명태(明太)라고 하지만 말린 것은 북어(北魚)와 황태(黃太)라고도 한다. 명태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생선이다. 북어나 황태, 명태새끼인 노가리는 주당들에겐 맥주 안주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국을 끓이면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명태는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져서 밥상에도 오른다. 그러나 명태가 먹을거리로서만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옛날 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댁에서 첫날밤을 보낼 때면 으레 동네 총각들이 왜 신부를 훔쳐 가느냐며 마른명태로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며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동네총각들이 신랑에게 신부를 사랑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경고였을 것이다. 또 명태는 가수 '강산에'의 유행가로, 성악가 '오현명'의 가곡으로도 불리어 우리의 가슴을 파고들기도 한다. 그런 명태가 동해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마른명태가 발가벗은 여인을 품고 있는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꼭 그 화가를 한 번 만나고 싶다. 그 화가와 마주 앉아 북어를 안주삼아 맥주잔을 주고받으며 그 그림의 화제(畵題)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그런 희한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2010. 9. 22.)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 《수필아, 고맙다》등 수필집 11권, 수필평론집《수필의 맛, 수필의 멋》/ 펜문학상, 한국수필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동포문학상 본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전라북도문화상, 전주시예술상, 목정문화상 등 다수 수상/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http://blog.daum.net/crane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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