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분분/정장영
페이지 정보

본문
시비분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요즈음 공무원 특별채용시비가 분분하다. 능률적인 공무수행을 위해 특수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 인사를 영입해서 공직을 활성화시키고 직종을 전문화시키겠다는 취지다.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국가를 위해 참으로 좋은 시책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외교통상부가 꼭 1명을 특채할 때 장관의 딸을 선발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명분 좋은 특별채용이 특혜채용으로 변질된 셈이다. 아무리 공정하고 정당한 선발이었다 해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반국민들은 특채란 결국 연줄에 따라 특별히 임용하는 제도로 알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을 관행적으로 연평균 전체 채용인원의 37%에 해당하는 특채가 이루어져 왔고,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관가에는 전통적으로 상피제(相避制)란 것도 있다는데 아랑곳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뒤늦게 딸의 채용을 취소하고 장관직마저 그만두고 끝났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옛날의 음서제(蔭敍制)와 비슷한 임용을 한단 말인가?
음서제란 ①음사 ②문음 ③천거 등으로 특별 채용하는 제도다. 음사(蔭仕)는 음직(蔭職)라고도 한다. 이는 과거 왕정 때 왕조를 위한 공신이나 현직 당상관의 자손을 과거를 거치지 않고 관리에 등용한 것을 뜻한다. 처음은 고려시대 정5품 이상 관리의 아들, 사위, 조카, 중 단 한 사람 만이 등용되었다 한다. 비슷한 문음(門蔭)은 문벌의 음덕, 고관직, 명신, 공신, 유현(儒賢), 전망자(戰亡者), 청백리들의 자손을 등용함을 뜻하고, 사림(士林) 가운데 학행, 덕행이 높은 분을 고관이나 지방고관이 추천하여 등용함을 천거(薦擧)라 했다. 아무리 왕조의 특권인 관원임용이라 하지만 과거를 통하지 않으니 적용에는 매우 엄정했었다 한다. 이 음서제는 매우 떳떳한 연줄임용이 아닌가?
민주국가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자는 것이 지상 목표다. 공무원은 공정한 고시 혹은 채용시험을 거처 공평하게 등용됨이 원칙이다. 공공기관 및 기업체 역시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 공정하게 채용한다 해서 공개경쟁채용시험이란 말, 즉 공채를 하고 있다. 아무리 민주적인 세상이라지만 후진국에서는 아직도 재벌은 부를 상속받고 고위 공직자는 특채로 직위를 계승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일반국민의 자식은 아무리 노력해도 차별과 가난을 대물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민주국가라지만 문제가 많다. 정당정치는 정권교체기마다 중앙 지방 가릴 것 없이 정무직 공무원은 물론 정무직 외의 공무원을 특별채용이란 명분으로 특채된다. 정무직이야 임기가 끝나면 당연 물러나지만 정무직 외의 공무원은 그대로 눌러앉으니 일반국민의 자리가 없어지게 마련이다. 취업난(亂)에 공개경쟁시험 경쟁률 수백 대 일의 자리를 잠식해버리니 문제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기관대로 선출직 교체 때마다 연줄 따라 특채바람을 일으키니 공채는 경쟁이 높아 갈 수밖에 없다. 이런 풍조가 만연된다면 일반국민의 눈으로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국가란 무엇인가? 만민평등이 아니던가?
근래 동, 리, 통장 위촉의 경우 옛날에는 위촉할 사람이 없었다한다. 그런데 요즘엔 이것도 채용시험을 치러야 하고 높은 경쟁이 따른다니 취업난을 짐작할 수 있겠다. 아무리 특수 분야 전문직 특채라 할지라도 일반에 공개하여 특혜채용이 아닌 공정한 경쟁으로 임용되어야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은 더욱 공정한 사회를 갈구하고 있다. 위정자는 특채가 명분도 있고 편리한 시책이라 하겠지만 특혜가 아닌 공정한 채용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통령이 공정사회건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퍽이나 다행한 일이다. 다만 그게 말로만 그칠지 행동으로 보여줄지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2010. 9. 3.)
- 이전글명태와 나부(裸婦)/김학 10.10.03
- 다음글회원 가입 했습니다 10.10.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