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추석풍경/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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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추석풍경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8월에는 그렇게 많은 비를 쏟더니 9월 들어 가을바람이 선선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완연히 다른 맛이다. 결실기에 접어든 8월 한 달에 24일이나 비가 내렸다는 기상대 발표였다. 거기다가 태풍이 두어 차례 찾아와 금방 수확할 과일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러니 맛도 지난해만 못하고 값도 비싸 금년 차례 상 준비는 비싼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은 9월에 들어서면서 틈틈이 추석차례 준비를 했다.
비싼 배추도 몇 통 사다가 김치도 담그고, 조기도 몇 마리 사다가 베란다에서 말렸다. 다른 생선도 준비하여 포를 떠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과일도 선물로 들어온 것 중에서 크고 좋은 걸 골라 챙겼다. 시장만 다녀오면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걱정을 했다.
송편을 만들 쌀가루도 빻아 준비했다. 추석 전날은 아침부터 두 동서와 며느리랑 함께 주방에서 전을 부쳤다. 옛날 시골에서 솥뚜껑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전자 부침판 세 개에다 나누어서 했다. 오후에는 세 동서와 며느리, 손자손녀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만들었다.
지난 1년 동안 서로 서운했던 일이나 오해했던 일은 풀고 좋은 일은 칭찬을 하면서 화기애애한 화합의 자리가 되었다. 명절 때면 형제간에 만나 회포도 풀고 우애도 돈독히 하며 고부갈등도 풀고 동서끼리도 더욱 가까워진다. 그래서 명절 차례준비는 꼭 함께 준비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올 추석은 징검다리명절이었다. 귀향길은 고속도로마다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여주었는데 많이 밀리는 풍경은 아니었다. 징검다리 추석은 9월 18일 토요일부터 월요일 하루 검정 글씨 달력에 21, 22, 23은 붉은 글씨다. 22일이 추석이니 그렇다. 그 다음 금요일 하루 지나 다시 토요일이니 모두 9일이 된다. 이렇게 긴 추석명절연휴이고 보니 누구나 넉넉한 연휴여서 귀성을 서들 필요가 없기에 고속도로가 다른 해보다 몸살을 덜 앓게 되었으리라.
추석날 아침 동생들과 아들, 손자들을 일찍 오라고 하였다. 해뜨기 전에 차례를 지낼 요량이었다.
제사음식을 목기에 담아 놓으면 그걸 차례상 제자리에 놓는 것이 내 몫이었다. 지방은 미리 써서 지방함에 넣어 놓고 상을 차린 뒤 차례상 앞 양 귀퉁이에 굵은 촛불 두개를 켜놓고 맨 앞 한가운데 지방을 모셨다. 가례백과사전대로 진설을 했다. 좌포우혜(좌측에 포, 우측에 혜), 어동육서(어류는 동쪽으로, 육류는 서쪽으로), 두동미서(생선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방향으로 향하도록), 홍동백서(밤‧대추‧사과‧배‧감) 순으로 붉은색은 동쪽, 흰색은 서쪽으로 과일을 올렸다. 이렇게 진설이 끝나면 제주인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을 피운다.
첫 제주(酒)는 어머니와 아버님께 두 잔을 올리고 모두 재배하는 등 차례대로 제주를 올렸다. 메도 올리고 물기까지 마치고 마지막 첨잔을 올리고 모두재배하고 차례는 끝났다. 문밖에서 지방을 사루고 음복을 하며,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 형제끼리도 그동안 섭섭했던 일이나 오해도 풀고 잘한 일은 칭찬해 주고 배우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용돈도 주었다. 그리고 서둘러 성묘를 다녀왔다. 나는 조카딸과 손녀들에게는 앞으로 시집가면 조상님들의 성묘를 올 수 없으니 빠지지 말고 꼭 참석하도록 신신 당부하였다.
(201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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