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빚은 신비의 세계/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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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빚은 신비의 세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신 구
삼다도 제주라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돌이요, 검붉은 용암이다, 용암이 흘러가며 다양한 모양과 지형을 만들어 낸 제주의 다공질 용암이야 말로 하늘이 내린 귀중한 돌이다. 그중 제주의 ‘돌하르방’, 괴기한 ‘용두암’, 산이 숨을 쉬어 생긴 구덩이라는 ‘산굼불이’, 바다와 하늘을 이을 듯한 ‘주상절리’, 용암이 만들어준 천상의 조화 ‘용천굴’은 공개하지 않아 보지 못하고, 대신 얼음 궁전인 ‘만쟁이굴’을 답사하기로 했다.
먼저 우리가 묵는 대명콘도 바로 위쪽에 있는 ‘북촌 돌하르방 공원’을 찾았다. 마을입구에서 수호신역할을 하며, 간절한 기원 대상이었다는 돌하르방은 제주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열쇠다. 돌하르방은 돌 할아버지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원래는 옹중석, 우석목, 무석목, 벽수머리라고 했다는데 1971년 문화재 지정 시(민속자료2호) ‘돌하르방’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원래 제주 4개 지방도읍지 성문 앞에 있던 47기 중 2기는 중앙박물관으로 옮기고 45기만 제주에 있다. 그 기능은 수호신, 주술적 종교적 기능, 위치 표석기능이었다고 하며 북촌 돌하르방 공원엔 이들 돌하르방의 크기와 모양을 그대로 재현하여 전시하고 있다.
용암석 특유의 다공질 재질을 살려 입체감이 있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쏘아 보는 왕방울 눈, 커다란 코, 그리고 알듯 모를 듯 머금고 있는 미소는 어떤 의미일까.
벙거지를 꾹 눌러쓴 불룩한 뺨, 길쭉한 귀, 두 손을 가슴에 대고 험상궂은 미소를 짓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웃음을 머금게 한다. 특히 묻혀있는 대형 돌하르방이 땅속에서 뾰족이 내민 손가락은 그 크기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펄펄 끓는 용암이, 구멍이 숭숭 뚫린 용암으로 변하고 인간의 혼을 불어 넣어 태어난 돌하르방! 너의 펄펄 끓는 꿈은 제주인의 꿈이요, 한국인의 꿈이다. 돌하르방의 꿈을 생각해 보며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돌하르방은 보는 이에게 각기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리라.
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기 돌하르방도 견인(堅忍), 안분지족(安分知足), 무언(無言), 안정(安定), 어떠한 일에도 참고 견디며, 불평도 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는 것일까? 우도 해안 산방산 앞 바닷가 그 곳에는 수천년 억센 파도가 해안 암벽을 때려 만들어 놓은 용머리해안이 있다. 해질 무렵 또 하나의 용인, 제주 용두암을 찾았다. 다공질 용암 특유의 기괴한 용의 화신이 고개를 돌려 한라산을 돌아보며 포효하는 것 같다.
태초에 한라산 분화구에서 용출된 힘으로 빚어진 장관이다. ‘용궁에 있던 용이 승천의 꿈을 안고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치는 데 성공했는데 막 승천하려는 순간 발각되어 산신령의 화살에 맞아 주저앉은 채 머리만 나와 화석으로 굳었다’는 전설답게 넋놓고 제주시를 바라보며 황홀한 야경을 감상하는 듯하다. 용두암은 주위의 신비한 야광과 기이한 조명으로 용이 승천하려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튿날 찌는 더위로 땀이 줄줄 흐르는 한낮에 싸늘한 ‘바람의 얼음궁전’을 찾았다. 여기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만장굴’이다. 20-30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전형적인 용암동굴로 돌 거북, 용암석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만장굴은 총길이 7,416m(개발 1,000m), 폭 23m, 높이 30m로 바닥은 거친 편이고 습기가 있어 다소 미끄럽다. 평균 온도는 9℃ - 17℃정도로 생성연대 아주 오래되어 학술적 가치가 높고 특히 세계 최대규모의 7.6m의 용암 석주가 용트림하듯 서 있으며 긴 날개 박쥐, 굴 아기 거미 등 38종의 동굴 서식 생물이 있다.
뜨거운 용암이 흐르고 흘러 땅속에 멋진 궁전과 또 다른 세계를 이룩했듯이, 사람들도 뜨거운 피가 흘러 정열을 불태우며 멋진 삶을 가꾸고 자연이 준 유산을 잘 보전해야겠다고 다짐해 보면서, 용암분출없이 폭발로만 이루어진 분화구라는 산굼불이를 찾았다. 월드컵 경기장의 몇 배나 되는 푹 파인 분화구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돌이 만든 장관이자, 그 속에 멋들어지고 무성한 억새풀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경이었다. 차를 돌려 바닷가 절벽에 육각기둥이 즐비하다는 주상절리로 향했다. 중문관광단지 내의 바람도 시원하고 소나무 숲 그늘에서 파도에 바위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앞에 펼쳐진 파도와 주상절리의 절묘한 조화를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중문동에서 대포동에 이르는 약 2㎞에 걸쳐 발달되어 있고 25-14만 년 전에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것이다. 단면이 육각형, 삼각형의 긴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해변을 따라 펼쳐져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로 마그마의 표면이 급속도로 식어서 굳고, 수직 방향으로 갈라져 정 육각기둥 형태로 변했다고 한다.
태초에 조물주께서 하늘과 땅 사이에 기둥을 세우고 하강하시어, 이 세상을 만드시고 인간에게 인도하신 뒤 승천하셨다는 전설은 아닌지. 멋지고 보기 좋은 그 기둥이 남겨진 이 해안에는 바다와 하늘을 잇는 검은 육각기둥, 그 기묘한 장관을 보고 조물주의 예지를 본받고자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일까? 하늘이 내리신 신비의 돌 용암, 거기에 인간의 혼을 불어 넣은 돌하르방, 그리고 자연의 오묘함으로 조각한 용두암, 세계자연유산 거문 오름의 동굴, 하늘을 쳐받드는 주상절리의 육각기둥 들을 잘 보존하고 연구 발전시켜서 그 본래의 꿈을 실현시키라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2010.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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