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벌초를 하는 날/임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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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벌초를 하는 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종우
2010년 9월 5일, 아침에 일찍 잠이 깨었다. 오늘은 우리 집안이 합동으로 벌초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연초 정기총회 때 가을 벌초 날짜를 미리 정해 놓았었다. 우리 집 벌초는 7대조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대까지 여섯 집에서 모여서 제일 웃어른이신 7대조 할아버지부터 공동으로 벌초를 한다. 엊그제 7호 태풍 곤파스가 지나고 바로 이어서 9호 태풍 말로가 비를 몰고 온다고 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동쪽하늘이 훤했다. 비는 멀리 가고 맑을 것만 같았다. 우리내외와 아들 태훈이가 함께 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였다. 가면서 오늘 행사가 잘되기를 기원하고 많은 종원들이 참석하여 벌초가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빌면서 고향 선산에 도착하였다.
우리 집안에서는 오래전부터 7대조이하 전 종원이 함께 모여 합동벌초를 하는 전통을 세워놓았다. 가을을 맞아 벌초 겸 집안 단합대회를 갖고 있다. 현지에 도착하니 벌써 형님 식구들이 와서 어머님 산소 벌초를 깨끗이 하고 계셨다.
예정된 시간에 종원 사십여 명이 모였다. 젊은이들이 많이 참석하여 기분이 좋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애취기를 점검한 다음 큰산소부터 벌초를 하는데 큰산소는 벌 안이 좀 넓고 산소 가에 칡넝쿨이 어우러져 있으며 고사리대도 적지 않았다.
젊은 동생들과 조카들이 애취기로 풀을 베고 형님과 우리 세대들은 뒤에서 감독을 하며 갈퀴질을 하고 칡넝쿨도 걷어냈다. 큰산소 벌초를 끝내고 새참시간이 됐다
이 새 저 새해도 먹새가 제일이라고 새꺼리와 점심은 종정이 동생이 준비하였다. 돼지고기 안주에다 쌀 막걸리 한 잔씩 마시면서 용담댐 만수광경을 바라보니 즐거웠다. 간단하게 묘지관리와 집안 내력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다시 애취기 6대로 작업반을 편성하여 2차 벌초를 시작하였다.
제일 멀리 계시는 5대조 할아버지 산소는 조카들이 자원하였다. 이곳은 넘악골이라는 상당히 높은 산인데 옛날 어른들께서는 명당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도로에서 가깝고 관리하기 편리한 곳이 치산명당이라고 한다. 여기는 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산89, 90번지 우리 종산이다.
전에는 산에 나무가 자라면 하루에 얼마치식 벌어준다고 했지만 지금은 산림이 재산 가치가 없어 세금만 내야 한다고 한다. 이곳 벌초를 끝내고 점심시간이 되어 다시 모여 식사를 한 다음 오전 일과를 마치고 쉬었다.
오후 일을 하려고 준비하고 나서는데 북쪽 구봉산에서 먹구름 사이로 소나기가 묻어오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한 시간만 참아주었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작업을 하였다. 벌초를 다 하고나니 오후 3시가 되었는데 비도 개고 일도 끝났다. 젖은 옷과 신발을 정리하고 콘테이너 박스로 간단하게 지어놓은 회안사 방안에 모여서 오늘 일을 정리하며 남은 음식을 먹었다. 서로 애썼다는 격려와 아울러 우리 종중은 서로 화합하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형님의 격려말씀과 건강하게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전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201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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