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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색깔/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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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61회 작성일 10-09-0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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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색 깔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신 구 가끔 귀여운 꼬마들이 울고 떼를 쓰는 걸 본다. 그럴 때면 꼬마의 마음이 되어 생각해 본다. 무엇이 그 아이를 울고, 떼를 쓰게 만들었을까? 엄마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달래 보고 야단을 쳐도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누가 아이의 심정을 알랴마는 아마 그 아기 나름으로는 하기 싫고, 분하고, 속상하고, 참을 수 없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뜻대로 안되니 울어서 관심을 끌거나 심리적 위안을 받으려 하는 것이리라. 이 세상에는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느낄 수 있는 것만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다. 마음에도 색깔이 있고 그 색깔에 따라 표현하는 언어에도 여러 가지 색이 있을 것이다. 거짓말에는 색깔이 있다고 했다. 정말 색깔이 있는 거짓말은 어떤 것일까? 인간은 하루에도 200번 가량 각양각색의 거짓말을 한다는데, 요즈음 내가 듣고, 한 말 중에서 거짓말의 색깔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깬 나는 ‘아! 상쾌한 아침이다’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무더운 햇살을 피해 그늘을 따라 뒷산을 오르다가 친구를 만났다. "어이, 일찍 다녀오네 그려. "그럼! 자네보다 일찍 다녀 오려고 잠도 안자고 올라갔다네. 허허허!" 뒷산에 다녀와 아침식사를 한다. "맛있게 잘 먹었네!" 그래야 아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말인 줄 뻔히 안다. 등산을 하노라면 앞서 갔다 오는 분에게 정상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으면 으레 거의 다 왔다고 한다. 한 십여 분 정도가면 된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시간 가까이 가도 정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희망을 주고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려는 선의의 거짓말일 것이다. 오전엔 정기 검진 날이라 병원에 갔다. 날도 더운데 젊은 엄마들이 웬 꼬마들을 안고, 걸리며 병원 문을 들어섰다. 꼬마는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엄살을 피우며 칭얼댄다. 간호사의 하얀 옷만 봐도 우는 애기도 있다. 주사를 맞기 싫어서다. 꼭 저학년 학생이 학교 가기 싫어 배 아프다고 핑계를 대던 생각이 난다. 의사선생님의 검진이 시작되었다. 차트를 보고 검사결과를 살펴보더니, "어! 선생님, 아주 좋아지셨네요. 좋습니다, 두 달 뒤에 오시지오." 그렇게 좋아졌다면 왜 두 달 뒤에 또 오고, 약은 왜 처방해 주는 것일까? 그러나 기분은 나쁘지 않다. 돌아 오는 시내버스 안에서 만난 어느 젊은이가 몹시 화가 난 모양이다. "내가 지금 간다. 만나면 죽여 버릴 테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하며 핸드폰으로 악을 박박 써가며 싸운다. 차 안 사람들이 모두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나이 지긋하신 분이, "어이, 젊은이, 조용히 하고, 욕 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가?" "‘뭐요? 남 열 받는데 도와줄 일 있어요?" 세상에, 공중도덕은 어디로 갔을까? 목적지에 이르러 내렸으니 그 뒷일은 잘 모른다. 오후에는 동기동창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만나는 친구들인데, 그래도 항상 반갑다. 서로 악수를 나누고 싫지 않은 농담으로 웃음꽃이 핀다. 자주 만나도 싫지 않은 친구들이다. 이곳에서 하는 농담의 반절은 파란 거짓말이다. 오늘 한 말과 들은 말을 곰곰 생각해 본다. 말의 색깔은 얕은 색보다 진한 색 중에 좋지 못한 거짓말이 많은 것 같다. 신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목회자와 성직자들이 주로 한다는 하얀 거짓말,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억지를 쓰는 깡패나 사기꾼, 불량자들이 많이 한다는 까만 거짓말, 속이 훤히 보이면서도 밉지 않은 꼬마들의 내숭떠는 노란 거짓말은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듣기에 싫지 않다. 또 희망을 주고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들을수록 마음이 풋풋해지는 거짓말, 연인이나 친구들이 즐겨 한다는 파란(연두 빛)거짓말도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면 대다수의 후보자들이 국민의 세금을 호주머니 돈처럼 생각하며 쏟아내는 거짓말도 있다, 내가 당선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등 성취하기 어려운 수많은 공약(空約)을 늘어놓고 순진한 민심을 유혹한다. 그렇게 당선이 되면 빚잔치로 생색을 내고, 부정으로 얼룩진 임기를 채우며 한 보따리를 챙겨 물러나려는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속고 사는 게 세상살이다. 정치가나 권세가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말, 이것이 새까만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이며, 그러고도 시치미르 뚝 떼고 멀뚱멀뚱 고개를 처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 임용을 위한 청문회를 보니 가관이었다. 청문대상자가 하나같이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 비리와 범법, 위법의 백화점 같은 인상을 주엇다. 그런데도 하나 같이 모르쇠 아니면 ‘죄송합니다’ ‘반성 합니다’고 한다. 법치국가에서 어떤 사람들은 같은 법으로 수년씩 감옥살이를 하고, 수천만 원씩 벌금을 물게 하면서, 그저 말 몇 마디로 덮어두는 도덕성이 실종된 세상이다. 그러고도 국민을 지도해야 할 중요 공직에 군림할 수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들의 부정을 숨겨주거나 옹호하고는 그 수하에서 단물을 빨겠다고 휘젓고 다니는 식자들이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거짓말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그들의 마음에도 양심의 색깔은 있으리라. 그리고 짙은 색깔의 말은 듣는 이에게 불신을 안겨주고, 자신의 양심을 속이며, 남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아마 시꺼멓고, 새빨간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은 미래를 보지 못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인생을 살다가 잠에서 깨면 이미 모든 이가 등을 돌렸음을 깨닫게 되리라. 오늘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인 양’ 자기중심적 생각으로 탐욕의 눈을 굴리며, 고집만을 앞세우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으며, 새빨갛고, 시꺼먼 거짓말을 태연히 하면서 자신은 전혀 뒤를 돌아 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현께서는 ‘경청과 수용을 중요시하지 않으면 아집(我執)의 우(遇)를 범하기 쉽다’고 말씀하셨던가 보다. 말에도 색깔이 있음을 알고, 그 말의 색깔을 분석하면서 살아야겠다. (2010.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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