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모르면/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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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모르면
- 컴맹만은 벗어나자 -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승(現世)에서 한평생을 살다가 떠난 것이 인생살이의 전부요, 누구나 이 길을 밟게 마련이다. 그래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죽으면 끝난다. 죽어서는 무(자연으로)로 돌아간다. 혹은 종교에 따라 생각이 다르지만 저승(來世: 천당, 극락, 백옥경, 현옥, 지옥)이란 곳이 있어 그곳에 머문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이와는 달리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 있다가 적당한 기회가 되면 다시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믿는 이도 있다. 이렇게 생사가 되풀이되는 것이 윤회전생(輪廻轉生)사상이다. 현재 종교를 안 믿는 이보다 종교인이 더 많다. 저승을 다녀온 이가 가끔 있었다지만 믿을 수는 없고 이승과 저승이 있다는 데는 거의 인정하고 이의(異意)가 없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직 반신반의(半信半疑)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승과 저승을 공존하는 공간이라 치자. 이승은 날로 문화가 발달해 문명사회화 되었고, 현대화되어 모든 영역이 전산처리가 된다. 심지어 장례절차와 방법도 옛날과 달리 현대화되었다. 그런데 저승은 옛날 그대로가 아닐까? 불교전설에 따르면 사람이 죽어 사자(使者)를 따라가서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는다고 했다. 이때 심판대에 서면 거울에 생전의 활동이 활동사진처럼 나타나 선악을 판단하여 등급을 분류한 뒤 심판한다고 했다. 지금도 과연 그럴까? 이승과 저승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수레의 양 바퀴처럼 같아야 하는데 한쪽만 달라지면 굴러갈 수 없을 것이다. 저승도 오래되고 망자(亡者)가 많으니 모든 시설이 낡아 개보수하여 현대화되었다는 우스개이야기가 있다.
홍 할아버지께서는 나이는 들었지만 현대화된 멋쟁이 컴맹(盲)이었다. 자가운전을 하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염라대왕의 심판대에 올랐다. 생전에 듣기와는 달리 심판거울은 없고 대왕님전용 컴퓨터가 있지 않은가? 대왕님께서 자판기를 두드리며 묻기를,
“네 이름이 무엇인고?”
“홍길동입니다.”
“ID는?”
“네? ID가 무엇신지요?”
“아, 이 녀석! 딱하구먼! 제 ID도모르네? 이 컴맹, 이승에서 왔어?”
“예 맞습니다만.”
“나도 컴퓨터를 쓰는데 이승에서 온 녀석이 ID를 모르다니 괘씸하구먼!”
“내 컴퓨터에 ID등록이 안 되었으니 신상파악이 어렵게 되었구나! 옛 장부(閻魔帳)를
찾자니 귀찮고!”
“어이, 비서!”
“예?”
“이 녀석 다시 데려다 주어야겠는데! ID도 모른 놈이 왔어.”
“예 알겠습니다.”
전화 벨소리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예, 호송 팀 X사자입니다.”
“심판 팀 Y비서인데, 방금 데려온 녀석 다시 데려다 주어야겠어!”
“예?"
사자와 비서가 통화하는 순간, 숨이 되살아나 돌아온 뒤 열심히 컴퓨터를 배웠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현대를 살아가는데 참고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팔순이 지났지만 일찍이 컴퓨터를 좀 배워 컴맹만은 겨우 면했다. 서툴게나마 활용할 수 있어 여러 정보도 검색하고 수필공부에도 편리하니 퍽 다행이다.
옛날 같으면 상례나 장례를 잘 못 치르면 동티가 났다. 그로 인하여 이승 사람들이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보았는데 이제 저승도 현대화되어 그런 일을 꾸미지도 않고, 지난날과 같은 이야기도 이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했다. 그 뿐이랴!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대화에 적응하지 못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되살아났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적당히 살고 저승에 가야 하는데 앞으로 컴퓨터를 모르면 염마대왕님 호출에서 누락되어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남녀노소는 물론 극심한 시청각(視聽覺)장애우들 조차도 컴퓨터를 빠짐없이 배워 활용하는 세상이다. 이제 컴맹은 스스로 불편하고 이승이나 저승 가릴 것 없이 현대인으로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컴맹들이여! 전자제품 다루듯 하면 되는데 좀 복잡하고 어렵다지만 포기하지 말고 배워 보면 어떨까?
(2010. 8. 20.)
※염라(閻羅:閻魔)대왕
<불교> 지옥에 살며 18의 장관과 8만의 옥졸을 거느리고,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는 인간들의 생전활동(生前活動)을 심판하여 징벌하는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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