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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키우는 딸/이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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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2회 작성일 10-08-2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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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키우는 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이애란 큰 아이를 낳은 뒤 6년 만에 딸을 얻었다. 그동안 큰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으로 한결 여유로워져서 그런지 큰 아이에 비해 딸아이는 칭찬을 많이 해주면서 키웠다. 나이 차이가 많은 어린 딸을 데리고 나가면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동네 어른들이 힘들겠다는 말을 건네곤 했었다. 그런데 난 그때마다 이 아이 키우는 건 내 취미생활이라 말하곤 했다. 그럴 정도로 아이 키우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얻은 딸이라 난 힘들다기보다는 내 기쁨이라 말하며 딸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칭찬이란 게 조금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인사를 잘한다거나 웃는 모습이 예쁘다거나 칭찬하면 모든 게 칭찬덩어리다. 칭찬으로 키운 아이라 그런지 매사에 밝고 명랑해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아주 어릴 때는 내가 많은 책을 읽어 주었다. 하지만 딸이 혼자 글을 읽기 시작한 5살 무렵부터는 책을 읽고 읽은 책의 줄거리를 매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만화책으로 나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했는데 그 많은 신화 속의 주인공 이름과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신기했다. 저녁때 잠 잘 준비를 마치고 나면 낮에 읽은 책의 내용과 함께 자기 소감을 섞어 내게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나중에 아이가 다 자란 뒤에 읽은 책의 내용을 말하게 하는 게 아주 훌륭한 독서지도법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지금 문학소녀란 말을 듣는 딸이 그때 키워진 듯하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교육이란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교육이라기보다 놀이였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반짝이며 조그만 입술로 조곤조곤 말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잠을 청하곤 했던 우리 모녀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해주며 딸을 재운다. 그런데 거꾸로 우리 집에선 딸이 엄마를 재웠으니 그때부터 엄마 같은 딸이었다. 어느덧 딸은 훌쩍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요즈음은 내 딸이 더 나를 칭찬해 주곤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도 딸에게 칭찬을 받으면 용기가 생긴다. 딸 앞에서는 간단한 반찬 한가지로도 난 일류 요리사로 거듭나고 평범한 옷 한 벌에도 패션모델이 되곤 한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방안퉁수인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피아노 연주를 해야 할 일이 있거나 노래를 불러야 할 경우 몹시 힘들어한다. 그럴 때마다 칭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봐주는 딸의 표정을 보면 용기가 생기곤 한다. 게다가 글쓰기를 시작한 뒤로는 거의 매일 난 딸에게 투정을 하곤 했다. 매주 수요일이면 일찍 서둘러 나가야하는 일부터, 강의실에서 앉아있는 게 힘들다는 둥 숫제 떼를 쓰는 수준이다.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무사히 방학특강을 마친 건 순전히 딸아이의 격려 덕이었다. 며칠 전엔 이제는 경험도 해봤지만 난 아무래도 글재주가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수필이란 게 잘 읽히지도 않는다. 그러니 다음 학기엔 등록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던 딸은 수필이란 게 원래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글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 게 당연하단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남의 글을 읽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하듯 다른 사람의 글을 자주 읽다보면 내 마음속의 이야기도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내 글도 다른 사람이 읽어 줄 수 있게 되는 거라고 했다. 딸아이의 말에 힘을 얻은 나는 곧바로 다음 학기 수필창작반에 등록을 했다. 학교에 다녀온 딸에게 또 칭찬 받을 생각을 하면서……. 우리 집에선 엄마가 딸을 키우는 게 아니라 딸이 엄마를 키운다. 딸아이의 칭찬을 먹고 엄마인 내가 자라는 기분이다. 그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오늘도 난 어떤 글을 써볼까 마음속으로 수필을 찾는다. (20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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