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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ㄱ'자 할머니/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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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2회 작성일 10-08-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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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ㄱ’자 할머니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은 종 삼 “할 일 없으면 잠이나 잘 것이지!” 안골노인복지관 식당에서 천 원짜리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할머니를 따라다니다 들은 말이다. 기역자로 허리가 굽은 할머니는 점심시간을 빼고는 이른 아침부터 온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신다. 할머니로선 따라다니는 내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리라. 그런 나 역시 조금은 할머니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도 안골노인복지관 소속 기자로서 할머니를 취재하노라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며칠간 따라다녔다. 할머니는 이른 아침 6시 30분경이면 유모차를 끌고 나오신다. 어린아이 대신 종이상자 등 폐지를 주워 싣는다. 동네 골목길을 돌며 버려진 광고 전단지 한 장도 소중히 줍고 수거 한다. 아파트며 상가에서 모아주기도 한다. 점심 식사는 복지관에서 하는데 그때가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오후 4시 30분, 복지관 곁 물류창고 왼쪽 처마 밑은 할머니가 폐지를 모아 처리하는 작업 공간이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평상 정도 넓이의 작은 텃밭이 있다. 이곳이 할머니의 주된 삶의 터전이다. 이 텃밭에서 상추를 뜯고 계셨다. 물류창고 여사장은 7년째 할머니와 인연을 맺어왔는데 할머니가 91세라고 넌지시 알려 주었다. 할머니는 폐지 정리를 하고 나면 텃밭 일을 하신다. 오후 6시 반쯤 뒷정리를 하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이 들어있는 비닐 팩을 힘들여 뜯어내고 음식물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셨다. 아마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버릴 법한 쓰레기다. 종이상자, 신문지 등 폐휴지를 수레에 단단히 묶었다. 신문종이 두 뭉치와 종이상자 세 뭉치가 꽤 무거워 보인다. 나갈 준비를 마치더니 뜯어온 상추를 사장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수레에 실었다. 할머니는 부지런히 일을 하실 뿐만 아니라 공짜를 바라지 않고 꼭 보답하려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움직이는 대로 계속 따라갔다. 비록 굽은 몸이지만 수레를 밀고 이리저리 비켜가며 잘도 가신다. 안골사거리를 지나 30여분 후 한 고물상으로 들어가셨다. 쇠붙이며 종이 등 고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할머니의 수레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보였다. 할머니는 마당에 설치된 대형 저울에 수레를 맡긴 채 의자에 주저앉았다. 10여분 후 고물상 주인은 할머니에게 천 원짜리 몇 장을 건네주었다. 나오시는 할머니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4,500원이라고 하셨다. 하루 종일 노동의 대가(代價)이지만 할머니는 불만이 없으셨다. 집으로 가시는 길이다. 골목길 음식점에서 종이상자를 주워 싣더니 옆 미장원 안으로 들어가셨다.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니 이내 수레에 싣고 온 상추를 미장원 미용사에게 주는 것이었다. 미용사는 할머니에게 폐지를 모아 드렸더니 꼭 보답을 하신다며 훌륭한 할머니라고 칭찬을 한다. 상추를 가지고 온 이유를 알았다. 드디어 저녁 8시쯤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어둑어둑한데 불도 켜지지 않았다. 허름한 주택 대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드나들기 쉽도록 길옆 샛길 좁은 철판 위로 올라가셨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녁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자는 91세 기역자 할머니를 따라다니면서 요양원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수많은 노인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 연예인이며 전직 대통령, 80세 전․후에 입원실에서 얼마 동안 병고를 겪다가 타계하신 성직자나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을 떠올리며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이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곰곰 되새겨보았다. 91세 기역자 할머니를 계속 따라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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