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뭘까/김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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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뭘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양순
1년동안 글쓰기 공부를 해왔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발을 내딛은 것이, 나도 모르게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겨 이제는 문학이라는 바다에 한쪽 발을 담근 기분이다. ‘무모한 도전이 아름답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의지하여 일주일에 두세 편씩 꼬박꼬박 시를 썼다. 다른 사람이 칭찬을 하든, 비판을 하든 개의치 않고 썼다. ‘다른 사람 정서에 폐를 끼치지 않는 글 그리고 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글’이라는 기준을 두고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되도록 유쾌하게 표현하려 애썼다. 하지만 동시 비슷한 시밖에는 써지지 않았다. 생각을 깊이 발효시켜 시를 써보라는 주변의 권고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심오한 글을 쓰기 위해 심각하게 고뇌해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에 글감이 떠오르는 즉시 써서 카페에 올리는 것을 즐겼다.
무모한 도전, 일 년 만에 백여 편의 글이 모아졌다. 간간이 쓴 몇 편의 수필과 90여 편의 시, 모두 내 나름으로는 솔직한 감정을 글로 썼기 때문에 한 편씩 쓸 때마다 마음이 풍선처럼 둥둥 뜨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냉장고에 식재료를 가득 쌓아두고도 요리법을 몰라 끙끙거리던 주부가 새로 배운 요리법으로 한 가지씩 멋스런 요리를 해내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일 년쯤 지나고 나서 내가 요리한 음식을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즉, 내가 쓴 글에 대한 책임감으로 내가 쓴 글을 독자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글쓰기가 뭘까? 내 자신에게 물어보면 아직 명쾌한 대답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읽은 ‘연암에게서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을 통해서 글쓰기의 참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 때, 이용후생을 강조한 중상학파 실학자이자 조선 최고의 문장가였다. 그는 당시까지 유행하던 고문체(古文體)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자유기발한 문체로 글을 썼는데 그가 썼던 여러 책 중에서도 청나라에 다녀와서 쓴 기행문 ‘열하일기’는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열하일기는 정조의 노여움을 불러일으켜 결국 문체반정의 결과를 가져왔고, 그 일 때문에 박지원은 억울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국사자료에 의하면, 당시 정조임금은 박지원에게 자송문(반성문)을 모범적인 고문체로 잘 써 내면 홍문관 대제학을 시켜준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지원은 높은 벼슬보다는 자신의 글을 선택했다. 그때 박지원의 발목을 붙잡은 열하일기는 그가 쓴 다른 소설 허생전이나 양반전 등과 함께 오늘날 초중고 학생들에게까지 필독서처럼 읽히고 있는 책이 되었다.
연암의 글쓰기 이론 중에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힘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세속적인 명예와 이익이 아닌 순정한 마음으로 쓰는 글이어야 세상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라는 내용이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문장이 있었는데,
‘코골이 글과 이명(耳鳴)의 글을 쓰면 안 된다.’는 대목이었다. 코골이 글이란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자신만 그 뜻을 모르고 쓴 글이요, 이명(耳鳴)의 글은 자신의 귀에는 들리는데 다른 사람 귀에는 안 들리는 글, 즉 작가의 뜻이 독자에게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글이라 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이야기마저도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코골이 글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암의 가르침대로, 작가가 순정한 마음으로 쓴 글은 두고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작가의 뜻이 바르게 전달되는 글을 쓰려면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형식을 잘 갖춰 써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200여 년 전에 쓰여진 연암 박지원의 좋은 글 한 편이 오늘날 나에게도 큰 깨우침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힘을 가진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문예부흥기를 이룬 대단한 군주 정조 임금 앞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참신한 문체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박지원 자신의 출세와 부귀를 포기하고, 다가올 새 시대에 필요한 인물상을 그려내느라 초지일관 투철한 문학정신을 지켜냈던 진정한 문인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몇 해 전 겨울학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 등록을 하고 두 달 동안 글 한 편도 못 써보고 추운 겨울밤을 오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이렇듯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많이 발전한 셈이다. 앞으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점점 향상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만 재미있으면 됐지 뭘.’하던 지금까지의 글쓰기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의 책임감에 대하여 눈뜨고 싶은 것도 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내 열망의 표현으로 여기고 싶다. 이왕지사 문학의 바다에 한 발을 담그게 되었으니 더 노력해서 내 글을 읽는 독자 한 사람에게라도 아름다운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기를 꿈꾼다.
(2010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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