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참외/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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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참외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종다리가 허공에서 날개를 털무논 귀퉁이에 며 우짖는 초여름을 지나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갈 무렵이다. 거름으로 쓰려고 베어다 놓은 풀이 말라갈 때, 또래 친구들과 함께 그 마른풀을 걷어다가 불을 피우고 밀이나 보리를 구워 먹으면 입이 까맣게 되었다. 그것은 배고플 때 손쉬운 먹을거리요 간식거리였다. 보리밭 주인도 말리지 못하고 조금만 구워먹으라고 눈을 감아 주었다.
마을 앞 큰 냇가는 널찍한 우리들의 쉼터요 놀이터였다. 물고기를 잡고 놀다보면 옷이 다 젖었다. 그러면 젖은 옷을 벗어 자갈 위에 널어놓고 한바탕 미역을 감고나면 옷이 말라 다시 입을 수 있었다. 검정고무신은 따끈따끈한 모래사장 한편에서 종달새 알을 품고 있고, 저만치서 자라는 개똥참외를 내 것이라고 하면 친구들도 인정해 주었다. 개똥참외는 일부러 심어 놓은 게 아니라 참외를 먹고 사람이 변을 보면 거기에서 싹이 나서 저절로 자랐다. 따로 비료나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크는데 그 개똥참외는 골프공만하고 맛이 없어도 먹을거리가 되었다. 조금 덜 커서 내일 모레 따먹으려고 아끼다가는 누가 따먹었는지 모르게 사라지고 만다.
개똥참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칡의 새순이 아직 덜 자라서 더 크면 꺾어 먹으려고 내 것이라고 친구들 앞에서 맡아 놓기도 했다. 그 뿐인가. 마을 앞 뽕나무 밭두렁에 줄지어 여러 나무가 있는데 오디가 많이 달린 나무를 약삭빠른 친구는 개똥참외 맡아 놓듯이 그 뽕나무밭 주인은 제쳐두고 제 것이라고 맡아두면 친구들도 그걸 인정하고 함께 오디 따먹을 때 그 나무에서는 따먹지 않았다.
요즘은 참외농사도 발달하여 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모종으로 거름을 많이 주어 노랗게 익은 참외 맛도 좋다. 성주참외가 유명하다 보니 어디서 생산되었는지도 모르는 참외들도 모두 성주참외로 둔갑한다.
어려서 초등학교 다닐 때 개똥참외를 맡아 놓고 날마다 친구들과 밀, 보리타작을 하면서 그 개똥참외 크는 걸 보던 추억이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는다.
우리 2세들은 개똥참외를 맡아놓을 줄도 모르고 그런 추억도 없으리라. 더구나 손자들은 피자나 햄버거 맛에 길들여져 그런 개똥참외는 먹지도 않을 것이다. 배고픈 세월을 모르고 풍요한 삶을 사는 탓일 것이다.
(2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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