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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밥/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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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2회 작성일 10-06-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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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밥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 반 石河 이 신 구 “아이고, 이게 누구시대요, 선생님 오셨어유, 참 오랜만이구만유, 하나도 안변했네유, 반갑구만이라우.” 정말 이십여 년이 지났는데 주인과 종업원 모두 바뀌지 않았고, 더욱이 모두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니 그 어찌 고맙지 않으랴. 이십여 년 전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를 만나도 “누구시더라, 많이 변하고, 하도 오랜만이라 잘 모르겠네요.” 하여 세월이 하 수상함을 실감하는데……, 며칠 전 가까운 친구가족과 함께 진안 마이산을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그 오묘한 석탑과 산세는 찾는 이들을 신비의 경지로 이끈다. 이곳을 찾은 것은 자연의 경관도 경관이려니와 그 옛날 맛보았던 좀 색다른 음식이 생각나서였다. 산사(山寺)를 거쳐 암수 마이계곡을 넘어 내가 찾고자 하는 음식점은 그 곳에 그대로 있었다. 그 주인도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20여년이었다. 첫 승진의 꿈을 안고 부임했던 곳이 인근이었기에 당시 축하 인사차 찾는 지우, 선배, 친지를 이 집으로 모셨고, 교직원 식사도 이 집에서 3년간 책임지어 주었다. 이 집 특식은 애저(猪)였지만 내 특식은 따로 있었다. 대충 인사를 나눈 뒤 대접할 식단을 주문하고, 그 옛날 후식으로 준 깜밥(눌은밥)과 구수한 숭늉을 마셨던 그 때를 생각해 보았다. 그 후식이 내 특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밥 뜸들이는 구수한 냄새를 좋아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깜밥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친척 잔칫집에 갔을 때, 큰 가마솥에서 나는 구수하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입맛을 당기던 냄새에 끌려 부엌을 기웃거리다 쫓겨났던 일, 깜밥을 긁어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깜박 잊고 물을 부었을 때의 아쉬움, 밥을 짓는 엄마의 치마끈을 잡고 어서 깜밥을 먹게되기를 기다리던 그때, 어느 때는 밥을 푸고 난 뒤 보면 깜밥이 없어 울먹였던 시절, 그 시절이 생각난다. 하얀 쌀밥은 얻어먹기 어려운 때였기에 깜밥이나 구수한 숭늉은 더 맛이 있었고, 좋은 식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식사가 끝날 무렵 주인이 다정하게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아직도 후식은 숭늉으로 할까요?” 그 주인은 내 식성을 여태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배려인가. 더욱이 나올 때는 잊지 않고 내가 좋아했다면서 노릇노릇한 깜 밥 한 뭉치를 선물로 주었다. 너무 고마워 가슴이 찡했다. 이십년간 나를 기다린 깜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한 아내와 친구 내외분이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밥을 짓다가 솥바닥에 수분이 없어지면 아미노카보닐 반응으로 구수한 맛을 내는 전분이 분해하여 포도당과 덱스트린이 더욱 맛을 강하게 하여 숭늉문화를 발달시켰다고 한다. 옛날 엄마와 형님은 깜밥을 불려 만든 누룽지를 즐겨잡수셨기에 나는 불만이 많았다. 내가 먹고자 하는 깜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먹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 그러느냐고 따지면 누나는 엄마랑 오빠는 위가 약해서 밥보다는 이것이 좋다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깜밥과 숭늉에는 우리 몸을 자연치유하는 힘과 성분이 있어 소화불량을 해소시키고 위를 건강하게 하며 위산과다를 치유한다고 한다. 숭늉 속에 포함된 소당류의 일종인 덱스트린(포도당 성분)이 알콜분해를 촉진하여 숙취에도 좋다고 하며, 숭늉속의 에타놀 추출물은 강한 항 산화작용으로 산성체질을 알카리성으로 중화시키며, 지방을 분해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임산부의 입덧에도 현미 누룽지와 숭늉(熟冷)이 특효요, 입 냄새를 없애주는 ‘웰빙 차’ 가 아니랴. 나는 깜밥과 숭늉 예찬론자가 다 되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서식품인 깜밥과 우리 차 숭늉, 그러나 요즈음에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전통음식 보존 차원에서 순수한 우리 쌀 ‘깜밥과 숭늉’에 대한 영양학적 연구와 다양한 식품개발 그리고 보급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구수한 깜밥이나 숭늉 없나? ” “ 별 개꽝스런 말씀을, 시골 잔칫집에나 가서 찾으시지…….“ 88번 손질을 거쳐 쌀(米)이 탄생했다면, 깜밥은 93번 손질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솥바닥에 깔려 짓눌린 채 담금질을 당해 온 그 신세, 엉키고 긁혀 밖에 끌려나와 그 마지막 삶과 몫을 다한다고 생각하니, 세파에 시달리는 우리의 삶도 바닥에 눌리고 눌려 찌꺼기 대접을 받을 지라도 그 가치와 유용성이 사랑받고 칭송받을 수 있다면, 그 고난과 인내가 큰 보람을 기져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 200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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