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틱시장을 보면서/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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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시장을 보면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금요반 서상옥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는 지구촌 어디에나 똑같은 것 같다. 태양을 맞을 준비를 이렇게 싱그러운 노래로 시작한다. 밤새도록 고요했던 런던의 아침은 언제나 이처럼 환하게 열린다.
노랑풍선여행사의 안내로 서유럽 6개국 관광을 수박껍질에 줄긋 듯이 정신 없이 마치고, 무거운 다리를 달래면서 보고팠던 딸내외와 귀여운 외손자 남매를 안아보며 편안한 하룻밤을 새웠다. 말갛게 터오는 동녘 하늘을 바라보니 고국에 있는 옛날 시골집 생각이 떠올랐다. 싸늘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가까운 공원을 찾아 거닐어 보았다. 푸른 초원에 노란 수선화와 튤립, 민들레가 방글거리면서 우리를 반겼다. 겹겹으로 봉오리가 져 피어나는 벚꽃들이 흐드러지고. 라일락 꽃이 구름처럼 너울거린다. 영국의 봄날도 우리나라와 몹시 닮았다. 널따란 들녘이나 가로수에 까막까치가 날아들고 숲 사이로 울려 퍼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모두 낯설지가 않다.
둘째딸의 초청으로 유럽관광을 겸한 이번 여행은 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의미 있는 여행이다. 어느 때보다 특색있는 관광이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와 황금지붕을 관광하고, 이탈리아의 물의도시, 베니스와 피렌체 그리고 로마 바티칸시국의 박물관과 성 베드로성당 관광을 마치고 비운의 도시 폼페이를 거쳐 밀라노에 들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피에타로 유명한 조각상을 보았다. 다시 스위스에 들러 탑 오브 유럽으로 불리는 융프라우 관광 후 예술과 유행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인 파리로 이동하여 불르봉 왕가의 최대 역작이자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한 최고의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과 세느강 유람선상에서 에펠탑 야경을 관광하였다. 다음날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박물관과 나폴레웅의 개선문, 콩코드 광장을 관광했다.
다음 유로레일로 영국에 들러 현재 영국 여왕집무실이 있는 버킹엄 궁전과 대영박물관을 관광하였다. 나라마다 나름대로 고유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영국여왕이 살고 있다는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윈저성의 화려함을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었다. 당대의 유명한 조각가나 화가들의 작품들로 장식되어있는 건축물이나 내부장식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영국은 역시 뿌리와 전통이 있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엘리자베스여왕이 주말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윈저성을 찾아 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그간에 여독이 다소 풀리는 것 같고 긴장도 완화되어 아주 여유 있는 관광이었다.
오늘은 엔틱마켓 (antique market)을 들러보자는 딸의 권유로 영국 국민의 내면을 살펴보기로 했다. 템스강을 따라 그림 같을 경관을 바라보며 1시간 정도 달렸다. 우리나라와 반대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번번히 교통 위반으로 착각하기 쉬웠다. 캠튼파크 주변 경마장 북편에는 유명한 앤틱마켓이 있었다. 2주마다 열리는 앤틱마켓이라 한다. 한없이 넓은 광장에 빼곡히 들어선 앤틱 전시장이다. 주로 쓰다 버린 생활용품들이 많다. 낡아 빠진 가구들을 비롯해서 화색이 퇴색한 허름한 액자와 녹슨 철제의자, 이끼 낀 토분과 농기구, 철이 지난 옷가지 등 골동품도 아닌 골동품 전시장이다. 쓰다 버린 상품들도 많다. 사용할 수도 없는 고물 시계와 바이올린, 기타 별로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유리제품과 은식기, 값싼 커피잔, 헌 카펫이나 짐승가죽까지 나와 너풀거리고 있었다. 오랜 전통과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영국 국민의 품위와는 달리 이면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멋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조들의 손과 때가 묻어있는 유품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봉건적이면서도 온건한 마음을 엿볼 수도 있었다. 새 집으로 이사 갈 때마다 장롱이나 가구들을 모두 버리고 질그릇까지 새것으로 구입해야 새집에 어울린다는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를 갖고 있다는 데서 큰 감동을 받았다. 전통을 사랑하고 아끼는 국민성은 곧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 아닐까? 선조들의 정신과 세월이 숨어있는 골동품에 정을 버리지 않는 성싶다. 버려진 벽돌 하나에서도, 길가에 굴러다니는 맥주병 하나에서도 거기에 스며있는 인간미를 높이 사는 것 같았다.
나는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쓰다 버린 생활도구가 버리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것들을 많이 보았다. 때로는 내다 버린 책장을 옮겨놓고 쌓인 책들을 진열하기도 하였다. 아주 쓸만한 화분을 주워다 좋은 꽃을 심어 가꾸기도 했다. 요즈음 사람들은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새것에 대한 욕망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고뇌를 느낀다. 옛것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만족 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래된 고물 속에서 풍요함이 더해가는 참된 진리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 학교에서 공작작품으로 책꽂이를 만들어 보던 때가 생각난다. 서툰 솜씨로 톱질을 하고 못을 박아 열심히 만들었던 책꽂이가 얼마나 귀한 보물이었던가?
영국 국민은 옛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 전통으로 상징적인 여왕을 그토록 위대하게 모신다거나 근위병의 복장을 보면 바로 옛것을 그만큼 사랑하고 보전한다는 의미라고 느껴졌다. 항상 새 것 만을 즐기는 우리 국민성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것 같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새것만을 즐길 것이 아니라 옛것을 헤아려 새롭게 다듬어 고풍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감성이 아쉽다
(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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