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사람/박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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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사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박인경
일요일 정오, 그 사람은 정겹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작은 키에 땅딸막한 몸집은 결코 TV 화면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는 오랜 세월 우리의 이웃이 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일요일 낮이면 TV 앞으로 간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의 사회자를 보기 위해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송복희'다. 예명은 '송해'이고 나이는 금년 84세로 인기연예인이라 불리기는 너무 늙었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은 1980년부터라고 한다. 지금까지 30년간 방송되고 있는데 그 중 24년을 이 분이 사회를 보고 있다. 한 때 사회자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적이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다시 출연하게 되었다. 구수한 입담과 서민적인 풍모는 연예인이 아니라 마치 옆집 아저씨 같다.
오랜 세월 방송을 하면서 한 번도 펑크를 낸 적이 없다니 그 성실성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분의 지론은 돈은 헛되고 부질없는 것이나 사람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지방으로 공연을 가면 보통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중목욕탕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며 그 지역을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그런 마음가짐과 성실함이 장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송해 선생은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이다.
‘밥퍼’라는 별칭을 가진 ‘다일공동체’의 주인공인 ‘최일도 목사’가 있다. 그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신학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 한 뒤,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길에서 쓰러진 할아버지에게 라면을 끓여 드린 일을 계기로 자신의 소명을 깨달았다고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성대하게 열리던 해, 집장촌으로 유명한 청량리 588번지 쌍굴다리 아래에서 밥을 지어 그는 굶주린 이들에게 밥을 퍼주기 시작했다. 수녀이자 시인이었던 부인과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나누는 이웃과의 이야기들을 닮은 책 <밥 짓는 시인 퍼 주는 사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국경을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으며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 등지에 분원을 설립하여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 캄보디아 분원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목에 뱀을 걸고 1달러를 구걸하던 소녀들로 중창단을 만들어 그들에게 꿈을 심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까지도 전파하고 있었다. 최 목사님은 이제 울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굶주리고 고달픈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어서 입구에 경비실이 한 개만 있어 아저씨 두 분이 교대로 근무를 한다. 그 중 한 분에 대한 이야기다. 약간 마른 체구에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경비실 업무는 물론이고 쓰레기 집합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면 얼른 받아서 처리를 해 주신다. 한 번은 친정에서 가져 온 쌀자루를 자동차 트렁크에서 내려 옮기려는데 멀리서 보고 달려오더니 집까지 옮겨 주시고 햇빛이 들면 안 된다면 종이상자를 접어 가리개까지 만들어 주셨다. 너무도 감사하여 사례금을 드리려 하니 펄쩍 뛰며 가셨다. 그 뒤로는 드나들며 그 아저씨가 계신지 확인하여 인사를 드린다. 우리 아파트에 꼭 필요한 분이다.
얼마 전 군대에 간 작은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어서 너는 어디에 필요한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거창하게도 "국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들은 이미 이 엄마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해 주니 벌쭉이 웃는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문득 떠올랐다. 나는 과연 어디에 꼭 필요한 사람일까?
(20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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