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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한 송이/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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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7회 작성일 10-04-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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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水仙花) 한 송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금요반 서상옥 수선화 한 송이가 봄을 안고 내 가슴에 파고들었다. 푸른 잎 사이로 노랗게 피어나는 꽃잎 하나, 내게는 영원한 사랑이요, 아름다운 꿈이다. 겨우내 숨겨 두었던 영혼의 이야기를 굳게 묻힌 동토 위로 뽑아 올리면서 향기로운 봄의 서곡을 울려준다. 내 서재에서는 항상 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창문만 살짝 열면 향기 넘치는 꽃들이 서로 다투어 안방을 넘나든다. 베란다에 진열되어 있는 화분들이 나름대로 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성싶다. 사철 푸른 관음죽을 비롯해서 넓은 잎을 자랑하는 고무나무와 알록카시아, 남국에서 날아온 여신의 치맛자락 같은 극락조, 오래전에 홍도에서 구해온 풍난과 대만보세, 옥화, 애국, 관음소심 등이 제법 볼만하게 좁은 공간을 메우고 있다. 특히 양지녘에서 쉬지 않고 정렬을 불태우는 제라늄은 언제나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준다. 가녀린 소녀처럼 살랑거리는 사랑초의 속삭임도 그저 넘길 수 없다. 옛날 시골 장독대 옆에서 곱게 피던 봉선화와 채송화, 접시꽃도 참 고왔었다. 오월의 난초는 잎이 시들고 난 뒤 연분홍 대공 위로 나팔을 불어 그리움을 노래하는 안타까움을 가슴에 품었었다. 한 때는 도심 속에서도 옥상 위에 작은 정원을 꾸며 보았었다. 수형이 잘 잡힌 소나무 분재와 느티나무, 소사나무, 노간주나무, 철쭉 등 야생화까지 정성을 쏟아 가꾸어 보았다. 화려한 영산홍이나 목련화, 장미꽃, 라일락도 꽃잔치에 빼놓을 수 없는 화초들이었다. 저마다 화사한 꽃잎을 자랑하고 향기를 뿜어내면서 벌나비를 유혹하였다. 나는 유달리 이른 봄날에 노랗게 피어나는 수선화를 좋아한다. 곱게 뽑아 올린 대공에 수줍어 말 못하고 살며시 고개 숙인 듯 조용히 미소를 짓는 입술을 사랑한다. 바람이 아니어도 날갯짓이 꽃잎에 서린다. 손길이 없어도 가슴으로 안겨오는 포옹이 다사롭다. 긴긴 겨울의 동화가 이제는 봄날의 동요로 산울림이 되어 날아오는 것만 같다. 어쩌면 메마른 가슴에 푸른 초원을 일구어가는 나의 소망이 아닐까?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김동명(金東鳴)시인의 작품 수선화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안방을 곱게 장식하는 수선화가 봄의 향기를 안고 찾아온다.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꽃이라서 나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붙여준 애칭이기도 하다. 그저 청초하고 고운 향기를 담뿍 안겨 주는 노오란 수선화 한 송이! 영원한 나의 사랑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는 미소년으로 많은 소녀들과 님프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숲의 요정 에코는 나르키소스에게 반해 구애를 하면서 애를 태우다가 몸이 다 야위어 가고 소리만 남아 산위로 떠돌아다니는 메아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말라 옹달샘 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때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취해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한 채 빠져 죽었다. 그의 죽음이 변하여 샘가에 한 송이 수선화가 되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유래한 말이 나르시시즘인데 곧 자아도취라고도 한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조식(曹植)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형인 문제(文帝)와 궁궐에서 살다 죽은 견(甄)씨라고 하는 미인의 영혼을 만나 하룻밤을 지새고 낙신부(洛神賦)라는 시를 지었다. 그 시 속에 수선화를 능파선자(凌波仙子)라 하여 능파선(凌波仙)이라고 불렀다. 그 외에 금잔옥대(金盞玉臺) 수선창(水仙菖)이라는 이름도 있다. 나는 수선화와 오랜 세월을 같이 살고 있다. 새봄과 함께 희망과 기쁨을 안겨 주는 수선화! 그리고 수선화 같은 아내가 있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그 영원한 동반자의 향기로움이 그윽하게 풍겨온다. 차가운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방긋이 웃는 그의 얼굴에서 다사로이 다가오는 계절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고 있는 것 같다. 봄날이 바람 타고 나아갈지라도 수선화는 늘상 내 가슴에 피어나고 있지 않은가? 수선화 향기가 내 마음에 머물러 있는 한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행복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순간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20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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