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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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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34회 작성일 10-03-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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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우리 아파트 모퉁이의 산수유나무가 봄비에 놀라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다. 옆의 매화도 지지 않으려는 듯 봉긋봉긋 고운 자태를 내밀려고 한다. 느닷없는 폭설이 내리고 영하의 날씨가 꽃샘을 부려도 봄은 정녕 우리 곁에까지 와 있다. 2주일 전에 제주도 성산일출봉 아래에는 유채꽃이 노랗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광양 다압면의 매화축제도 3월 10일쯤 열린다고 했으니 봄이 온 것은 맞는가 보다. 요즘 봄비가 하루걸러 내려 등산하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우리일행 8명은 웬만하면 집을 나선다. 오늘도 전주 평화동에 있는 학산에 올랐다. 오르는 길가의 진달래가 겨울잠에서 깨어났는지 눈을 부스스 뜨려했다. 봄바람에 닫혔던 창문이 열렸나 보다. 며칠 전 지방 뉴스에서 학산 아래 저수지에 두꺼비 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을 보면 생물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새봄을 맞이하는 것 같다. 보광재를 지나 흑석골로 내려섰다. 훈훈한 봄바람이 볼을 살살 어루 만졌다. 길섶의 이름 모를 풀들은 언제 자랐는지 키 자랑을 하고 있었다. 길 따라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시원스럽다. 졸졸 흐르다가 더 내려오니 철철 흐른다. 이렇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본 게 언제던가? 깨끗한 물소리를 들으면 어찌 그리 시원한지 모르겠다. 온갖 더러운 것을 모두 쓸어가는 물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물처럼 인간세상의 몹쓸 것들을 다 쓸어가는 것은 없을까? 중간의 흑석정에서 쉬면서 봄놀이를 했다. 작년에 새로 지은 정자라 깨끗하고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다. 한 친구가 사돈이 보냈다고 흑산도 홍어에 돼지고기 삶은 것과 김치를 가져왔다. 이른바 삼합이다. 복분자술을 곁들이며 젓가락이 여러 차례 오갔다. 살짝 삭은 홍어가 더 맛을 돋우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 둘이 옆에 와서 앉기에 술 한 잔 하라 하니 서슴없이 끼었다. 잔이 오가고 삼합이 몇 차례 들락거리더니 얼큰히 취기가 올랐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벌써 술이 올라오네 하였다. 한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들었다. “어제 먹은 술이 마중을 나와 얼큰해 진다.”고. 처음 듣는 재담이었다. 재미있는 말솜씨라 모두 한바탕 웃었다. 이렇게 봄놀이는 무르익어 갔다 주위 경치를 보니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났다. 누님을 따라 나물 캐러 갔던 일이 떠오른다. 묵은 장뜰 우리 집터의 언덕에서 쑥부쟁이 냉이 꽃다지를 캤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봄나물을 캐어 국을 끓이면 향긋한 냄새와 감칠맛이 고깃국 보다 나았다.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피어오르고 종달새가 높이 떠 지저귀기도 하여 아름다웠다. 지금은 그 시절 아지랑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종달새도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하도 공해가 심해 멀리멀리 도망 간 모양이다. 고향에 찾아가도 그 때 그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추억만 남아 마음속을 헤집고 있을 뿐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앞산과 뒷동산으로 뛰어다니며 놀던 일도 꿈만 같다. 나는 또래 친구가 없어 항상 형들과 같이 다녔다. 술래잡기, 진 빼앗기, 숨바꼭질, 제기차기, 연날리기 등을 하고 재미있게 놀았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다 보면 어머니께서 저녁밥을 먹으라고 부르셨다. 거의 같은 시간에 여기저기서 불러댔다. 내 이름을 부르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삼삼하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낭만이 없다. 더구나 도시 아이들은 모여서 놀 줄을 모른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느라 시간이 없다. 또 틈만 나면 혼자 게임을 즐기니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가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는 게 측은하기도 하다. 새봄이 희망에 벅찬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옛날보다는 훨씬 잘 살면서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인 것을 보면 너무나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루 밥 세끼 거르지 않고 깨끗한 옷 입고 지내면 되지 왜 그리 큰 것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을 따라 가려고 욕심을 부리면 나는 항상 못사는 사람이 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부자라는 마음을 먹고 살아보면 좋으련만. 새봄을 맞아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새 희망으로 살았으면 한다. ( 2010. 3.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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