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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켜기/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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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 10-03-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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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켜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시장거리를 거닐다보면 사철 때를 가리지 않고 번데기를 팔고 있다. 따스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번데기를 보면 더욱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달려가 한 봉지 사서 한 개쯤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체면 때문에 그만 둔 적이 더러 있었다. 내 어릴 적에는 누에치기가 매우 성행했었다. 그때만 해도 포근하고 부드러운 고급 명주옷을 입으려면 꼭 누에를 키워야했다. 농가에 농사 밖의 벌이가 없었으니 일 년에 두 번쯤(1개월여일 씩)온가족이 고생을 하면 돈이 생기니 피할 일이 아니었다. 더욱 일제강점 아래서는 이도 공출(供出)대상이 되기도 해 뽕나무 가꾸기와 누에치기를 장려했었다. 도내 S군청 마당에 있었던 잠령(蠶靈)을 달래기 위한 잠령비를 본 적이 있다. 일제 때에 양잠이 역점사업의 하나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비는 일제의 잔재라고 하여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농가 뜰에 작은 옹기그릇을 걸고 물과 십여 개의 누에고치를 넣고 불을 살살 때면 끓는 물에 거미줄 같은 가느다란 실 가닥이 풀려난다. 이 실 가닥을 모아 실을 뽑아 감아내면 고치는 실이 풀려나니 번데기가 둥둥 떠오른다. 할머니께서는 따스한 번데기를 먹으라고 건져주시곤 했었다. 군것질 할 것 없는 농촌 아이들에게는 아주 맛있고 영양가 높은 간식거리로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양잠의 역사는 중국과 더불어 유럽, 우리나라가 시작이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조선 시대부터다. 들 누에와 집누에가 있었다지만 옛날에는 전잠(田蠶)이 주였다 한다. 삼한시대를 거처 백제 상고왕(尙古王) 34년에는 공만왕(功滿王)이 일본에 잠종을 가져가 전파했고 조선조 정종 2년에 잠신(蠶神)에 제사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태종은 궁중에서 친잠(親蠶)도하고 7대 세조는 종상법(種桑法)을 마련하여 대호(大戶)는 300주, 중호는 200주, 소호는 100주, 기타는 50주를 기르도록 했다. 현재의 잠종(蠶種)은 주로 유럽 종, 중국 종, 일본 종 등이 주류를 이룬다. 보통누에는 동물학의 인시목(鱗翅目)으로 분류된다. 한 살이는 완전변태곤충으로 보통 알로 15일, 애벌레 25일, 번데기 15일, 나방 5일, 일생 60일이 일주기다. 그 중 30여 일간 대가족들은 상부상조하여 좋은 누에고치를 얻고자 밤잠을 설쳐가며 노력했다. 고생한 보람은 양질의 고치로 보답하니 참으로 고마운 곤충이다. 지금은 농촌에서 옛날 같은 고치켜기 정경(情景)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간 화학섬유 출현으로 사양(斜陽) 산업이 됐지만 잠업은 전업양잠업으로 산업화되었다. 고치켜기도 제사(製絲)공장에서 하니 번데기도 일시에 생산되어 많은 양이 일시에 시장에 나온다. 가끔 음식점이나 막걸리주점에서 술안주로도 등장하지만 할머니께서 주시던 그 때 따스한 번데기 맛을 느끼기에는 어림없다. 이제 공장에서 공산품으로 양산하니 술안주로 가끔 먹기는 하지만 그 많은 생명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한편 징그럽기도 하다 할까? 누에는 양질의 뽕잎으로 적당한 온도와 습도로 잘 관리해 기르면 아주 질 좋은 누에고치를 생산할 수 있다. 누에고치의 질에 따라 개당 600m에서 1,500m의 명주실을 뽑을 수 있다하니 그 차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농민들은 등급 높은 고치를 얻기 위해 뽕나무 밭을 기름지게 정성껏 가꾸었다. 사람도 선천적인 태생보다 후천적 좋은 환경에서 양육되고 교육을 받아야 무한의 가소성(可塑性)에 인간형성이 좌우된다. 양잠뿐이겠는가? 모든 일과 산업은 노력과 정성을 들인 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으니 공평하고 다행한 일이다. 좋은 실은 물론 죽어서까지 우리들을 위해 몸을 희생시키는 누에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그 옛날 할머님께서 주시던 따스한 번데기 맛을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다 (2010. 2. 28.) *고치켜기 ......누에고치를 끓는 물에 넣고 실을 풀어내는 일. *공출...............일제 때 강제로 농산물을 농가에 일정량을 할당하여 수매해 갔던 제도. 주로 곡식류였으나 목화, 대마, 기타 등 심지어 놋그릇, 송지(松脂)까지도 공출량을 할당했다 한다. *돌 것 ........... 옛날 길쌈을 할 때 쓰는 기구의 1종(실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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