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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길, 앉아야할 자리/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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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7회 작성일 10-03-1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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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길, 앉아야할 자리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 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아침 밥상이 끝나야 나의 일을 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첫 강의가 시작되는 날이다. 언제나 새로움을 맞을 때는 설렘과 낯섬으로 마음이 조인다. 분위기는 어떨까. 젊은이들 틈에서 주책없는 신세가 되지나 않을까, 초조한 심정으로 강의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안골에서 같이 수학한 문우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일찍 서두른 탓에 서너 분만 오셨다. 먼저 오신 분이 낯익은 선배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사를 드리니 온유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내가 가고자 할 길을 찾아 안내를 받고자 강의실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사람은 누구나 가야할 길이 있고 앉아야 할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어렸을 적엔 부모님으로부터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보살핌을 받는 자리였다. 공부를 시켜 지식을 쌓아 앎을 터득하여 옳고 그름을 판가름할 줄 아는 인성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사람 됨됨이를 바로잡는 기반의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생활에서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를 분별할 수 있는 것을 배웠다. 능력에 따라 연륜에 맞게 앉을 자리가 구분되는 것이리라. 지난날을 반추해 본다. 딸이란 자리와 며느리란 위치에서 책무를 다했던가. 가난하고 암울했던 그 시절을 사는 것이 급급하여 물질적인 도움은 아니었어도 서로가 따스한 온정을 나누면서 살았다. 그러나 말주변이 없고 무뚝뚝하여 부모님들은 항상 외롭고 섭섭하였으리라. 남편에게는 아내의 소임을 성의껏 했으나 섭섭한 응어리가 남아있지 않을까 두렵다. 2남 1녀의 엄마 자리는 만족할 수 있었을까. 넉넉지 못한 월급쟁이 부모를 만나 지지리도 고생을 많이 시켰다. 남들처럼 학원에 가서 과외공부 한 번 해보지도 못했다. 청바지에 운동화로 대학을 마쳤다. 넉넉지 못한 용돈에 점심은 언제나 배고팠으리라.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부부가 지금까지 건재하게 살아서 부모 없는 설움을 당하지 않게 하였고, 짝을 지어 주엇으니 의무를 다한 샘이다. 이제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내가 가야할 길을 가련다. 힘들고 험한 길일지라도 내가 좋아서 찾아가는 길이다. 배운 것도 모자라고 아는 것도 없는 늘그막에 주제 넘는 욕심을 부리는 심사가 얄궂다. 어렸을 적부터 심사가 꼬이면 말하기보다는 글로 쓰길 좋아했다. 말이 되든 말든, 쓰고 나면 화풀이가 되고 후련했다. 그 버릇이 잠재의식으로 지금까지 남아있었나 보다. 나는 진득하지 못하여 긴 문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짧은 글속에 자신의 인생체험이나 자연관찰 등 다양한 주제를 진솔하게 나타내는 것이 수필이라 했다. 독자의 마음에 정신적 그린벨트를 만들어주는 언어예술이란 것을 교수님에게서 배웠다. 매끄럽고 진솔한 글을 보면 공감이 되고 여운이 남는다. 어쩌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모자란 나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위축감이 든다. 내가 쓴 글이 독자들에게 푸른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으랴. 서로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글, 그러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련다. 수박 겉핥기로 수필쓰기를 흉내내어 보니 갈수록 더욱 어렵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머리를 굴리지 않는 진솔한 자세로 임해야 할 줄로 안다. 수박 겉핥기를 벗어나 꿀맛 같은 속맛을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좋은 글을 많이 읽고, 폭넓은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세월과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내 자리를 지키면서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채찍질하며 어렸을 적부터 품었던 꿈을 펼쳐 보련다. 사람이 가야할 길은 다양하다. 높은 자리 낮은 자리, 각자 주어진 임무에 따라 자리가 마련된다. 과학자는 자기 분야의 연구를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의사는 인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와 많은 체험을 통해 사람을 구하는 인술을 다루지 않겠는가. 어느 자리에 앉아 일하든 힘들이지 않고 녹녹한 길은 펼쳐지지 않을 터. 높은 자리일수록 남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 꾸준한 노력으로 가치상승의 빛나는 높은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피나는 훈련으로 자기의 재량을 다하여 국가를 빛내고, 자신의 이름을 높이면서 제 자리를 지켜 나가고 있지 않은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고 편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권력을 남용할 수는 없는 일, 나라를 위한 고뇌가 얼마나 클 것이며, 흥망성쇠가 달려있지 않은가. 그만큼 무겁고 어려우면서도 빛나는 자리다.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재주가 없고 힘들다고 멀리하지 말자. 두드리면 열릴 것이니 두드려 보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보람된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훗날 나의 책이 엮어져, 손자손녀들이 내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책처럼 재미나게 읽어준다면, 나로서는 큰 기쁨이 되지 않겠는가. (201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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