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기 숙제/김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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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하기 숙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기순
봄비가 내리고 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안개비가 되어 숨죽여 나를 집 뜰로 불러낸다. 촉촉이 젖어있는 흙을 밀어내고 어느새 수선화 새싹이 무리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고결한 사랑을 지켜가는 자존감으로 우아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단아한 수도자의 모습 같기도 한 수선화 새싹들, 파리한 줄기 사이로 피어 환하게 우리 집 화단을 밝힐 새싹들을 보노라니 안골수필창작반 문우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수필창작반 수업은 칭찬하기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유익한 시간이라 여겨져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그 숙제를 준비하려면 깊은 고민도 하게 된다. 다음 수업 시간에 칭찬하기 숙제는 '소율이 이야기'가 어떨까 생각해본다. 며칠 전 소율이가 우리 집을 찾아온 날도 주룩주룩 비가 내렸었다. 다섯 살 어린 남자아이인 소율이는 그의 엄마 등에 업힌 채 몸이 많이 아프니 기도 좀 해달라고 찾아온 것이다. 병원에서는 아무병도 없다는데 개구쟁이 소율이가 무서움증으로 며칠 잠을 못자고 시달렸단다.
나는 소율이를 무릎에 앉히고 기도하려고 하자 소율이는 “많이 무거울 텐데…….” 하면서 내 무릎에 앉았다. 나는 어린아이의 대견스러운 생각에 속웃음을 삼켰다. 아이 엄마와 함께 같은 기도내용을 반복하면서 묵주의 알을 넘기는 묵주기도를 올렸다. 소율이의 무서움증을 없애주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키워주시라고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는 데 소율이는 계속 울었다. 눈물, 콧물이 내 옷으로 흘러내렸다. 나중에는 구토까지 했다. 당황한 아이 엄마는 기도가 끝나자마자 휴지를 가져다가 옷의 오물을 치우기에 바빴다. 그런데 소율이는 울음을 멈추었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아이는 콧물, 눈물, 구토자국을 바라보면서 엄마에게 귓속말로 “엄마, 수녀님이 더러워 하시겠지?” 걱정을 하며 미안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소율아, 엄마는 소율이의 응가도 더럽지 않고 향기롭다고 했지? 수녀님도 엄마와 같은 마음이실 거야.” 하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두 모자에게 보이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보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게 해달라고 내심 기도하며 두 모자를 안심시켰다. 내 안에 지혜의 샘물을 선물로 받아 신선한 물을 퍼서 먹여주고 마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랑스럽게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난 소율이가 귀여웠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쁜 말들만 골라서 하는 엄마와 그 엄마의 그 아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칭찬하기 숙제를 해결한 기쁨도 컸다. 수선화 새싹들이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가 오늘따라 나에게 끝없이 즐거운 기분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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