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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눈물/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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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04회 작성일 10-02-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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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눈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石河 이 신 구 최근 청소년들은 강한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약하고, 폭력적인 것 같으면서도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유분방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여리디 여린 감정으로 눈물도 많은 편이다. 세태와 환경이, 우리사회의 구조가 청소년들의 가치관 정립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은 우려되는 일이다. 눈앞의 이익과 자기중심적 사고, 쾌락적이고 흥분된 취미에, 타인 앞에서 나를 세우려는 자존심 때문에 청소년의 마음이 멍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양하고 다각적인 문화 속에서 그름과 바름을 걸러내지 못하는 청소년시절, 부모와 사회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에 대한 과잉사랑으로, 학교는 학교대로 그저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하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는 사이, 청소년의 가슴엔 본인도 모르게 멍울이 생기는 현실이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옛날과 달라, 보는 것, 듣는 것뿐 아니라 미디어매체에 너무 개방된 현실이라는 취약성이 있기에 더 그렇다. 교사는 학부모의 과잉보호를 탓하고, 학부모는 학교교육에 기대하지만, 가정과 사회의 구조 속에서 청소년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성교육과 학력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하나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던가,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우리 아들, 우리 학생’ 공부보다는 심성과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어떻게든 공부를 잘해야 하고, 그 다음이 심성’인 셈이다. 그 괴리 현상의 기로에서 학생은 미로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부모나 선생님은 잘 모른다. 자녀만이 느끼고 있을 뿐이다. 나는 퇴직 후 심리상담전문가 자격증이 있어서, 교육청의 위촉을 받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상담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즈음엔 상담교사가 법적으로 배치되고 있기 때문에 나의 봉사활동도 내 나이만큼 퇴색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례만 소개하여 상담학생의 심리적 변화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K군은 초등학교 5학년, 유복하고 지성적인 부모 밑에서 귀염둥이로 자랐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말썽꾸러기요, 걷잡을 수 없이 헤매고 다니는 개구쟁이다. 수업시간에도 담임교사의 주의는 잠시 뿐, 쓸데없는 잡담으로 수업에 방해가 됨은 물론 친구들을 집적거려 귀찮게 하고, 툭탁하면 물건을 흩어놓고 친구에게 뒤집어씌우며 때로는 자기보다 체구가 작은 상급생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는 때도 있다. 교사가 꾸중하거나 벌을 세우면, ‘우리 선생님은 나만 미워한다’ ‘미운털 박혀 툭탁하면 나만 혼낸다’는 둥 불평불만이 많고, 부모님과 상의하면 부부직장인이라 상담시간도 내기 어렵다. ‘찾아뵙지 않으니 찍혀서 호출한다’ ‘선생님은 괜한 과민반응’ 또는 ‘학생장악력 부족’으로 생각하며 ‘우리아이가 집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고 좀 활달할 따름’이라며, 오히려 귀한 우리 아이를 우격다짐으로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다. 하긴 아침에 등교를 해서 학교공부를 마치고 학원을 서너 군데 쫓아다니다가 조금만 여유 생기면 오락실에 매달린다. 밤에나 부모얼굴을 대하니 대화 한마디 제대로 나눌 여유가 없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착하고 건강하며 활달하게 자라주니 대견스러울 수밖에.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도 집중력과 안정성이 부족해서 학습효과는 낮지만 공부야 중간 정도면 되고, 상급학교에 가서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담임교사가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그 자초지종을 들려주며, 학생상담을 의뢰했겠는가, 담임의 안내로 상담실 문을 들어선 K군은 “제가 왜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 하며 좀 의아한 표정이었다. 불평이 가득 차고 시큰둥한 자세로 권하는 자리에 앉는다. 책상위에 과일과 음료, 사탕과 과자 접시를 내놓고 먹기를 권해도 요즘 애들은 고급 생과자나 초콜릿 외에 과일과 사탕은 먹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상담실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슨 문제가 있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라는 것을 설명하고, 요즘 학교에서나 하교 후에 있었던 이야기, 친구랑 놀던 이야기를 통하여 자기생각을 말하고 어려움이나 불평불만을 풀고 가는 곳이라는 관념을 심어주었다. 학급 친구들 이야기를 하던 중 ‘우리 선생님은 OO을 편애하고 나만 미워한다’ 는 말을 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점은 전혀 생각도 않는 눈치였다. 제 행동에 관계없이 제 생각만 이야기하려 했다. 오늘은 학급에서의 일, 친구들 이야기 둥 불평불만을 포함한 제 이야기를 실컷 하도록 하고 긍정적으로 들어주었더니, 마음이 풀리는 듯 ‘경청과 수용’에 만족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공부시간에 쓸데없이 돌아다니거나 옆 친구와 장난하여 벌을 서야 할 때는 상담실로 보내면 상담도 하고 다른 활동도 시키겠다고 담임선생님과 약속하였다. 그 뒤 몇 차례 자의건 타의건 상담실을 찾아온 까닭, 학급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일, 상담실에 오기 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불평과 짜증’에 대하여 같이 생각하면서, 바라는 점과 내가 고쳐야할 점들을 찾아 이야기하며,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대화기회를 늘리고, 학원이야기 등도 점점 신나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그래? 그랬었구나!” 하면서 지지해 주고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성적이야기가 나와 성적이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내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학원에 다니면서 과외공부도 좋겠지만 좀 자유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면 여유시간엔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놀이도 하고 컴퓨터게임도 하며 책도 읽었으면 한다고 해서 도서실에 들려 좋아하는 책을 몇 권 빌려 우선 상담실서 읽도록 하고, 독서내용과 읽고 난 후의 생각을 문답식으로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로 흥미있어 하고, 칭찬까지 해 주니 아주 좋아했다. 그 후 점차적으로 독서와 일기쓰기, 규칙적인 생활이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라면서 매일 독서하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야기를해 드리기로 약속했다. 부모님께서 시간이 없어 안 들으시면 상담실에 와서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며 다음을 약속했다. 나중에는 일기를 쓰면 그날 한 일을 반성할 수 있는 데 특히 장난이 심하면 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말도 했다. 가끔 초보적이지만 약속대로 쓴 독서록과 일기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몇 번의 상담실 방문이 있은, 2개월 후 담임선생님은 K군이 서성대거나 다투는 일이 적어지고 안정성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해서 상담실에 들를 때마다 많은 칭찬 해 주었다. 어느 날, 방과 후 어느 소녀가 눈물을 훌쩍이며 상담실을 찾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고, 아무리 달래도 말을 하지 않고 어께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 눈물 속에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한참 있다가, 탁자위에 놓인 과일과 과자 초콜릿을 내 놓고, 과일을 깎으려고 하자 눈물을 멈추며 제가 하겠다는 몸짓을 했다. 소녀는 6학년 J양, 말하는 걸 보아 내성적이고 말이 적으며 감수성이 강한 초기 사춘기로 보였다. 상담자의 물음에 한참 울먹이다가 말문을 연 J양은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도 모르게 수업이 끝나자 바로 상담실을 찾았다고 한다. 집안도 유복하고 성적도 좋은 편이며 몇몇 친한 친구도 있는 데, 2주일 전 친구 M양과 사소한 일로 다툰 뒤 말을 않다보니 다른 친구들까지 부추겨 떼지어 수군대고, 하교 길 또는 학원가는 길에는 위협적인 말로 괴롭혀 속상해 죽겠다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왕따’를 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몇 번 접근하여 화해하고자 했으나 용기도 없고 너무도 차가운 모습이어서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단다. 며칠 고민 끝에 별별 생각을 다해 보았으나 마음의 안정을 찾을 길이 없고 생각할수록 답답한 가슴에 눈물만 고인다고 했다. 그렇다고 누가 중간에서 화해를 시켜주지도 않고 시켜줄 사람도 없단다. “선생님,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도 없고 담임선생님도 모르며 여러 친구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제 스스로 잃은 M양을 찾을 수는 없나요?” 순수한 소녀의 눈물의 하소연이었다. J양은 어른스럽게도 이런 문제는 제가 스스로 해결해야 오랜 친구가 된다면서 그 방법을 듣고 싶다고 한다. 한참을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킨 후, 그 착한 마음을 칭찬해주고 이 어려운 문제를 한 가닥씩 풀어나가자고 약속했다. 다음 상담실에 올 때, J양과 M양의 가까운 친구들, 두 사람 모두 어울리는 친구들을 찾아 적어오고, 특히 J양이 M양에 비해 모자라는 특기, M양의 장점을 모두 찾아 적어오도록 했다. 그리고 1차적으로, J양은 가끔 친구들에게 M양의 장점을 흘려보내며, 나는 내성적인데 그 애는 적극적이라 부러울 때가 많다, 미술솜씨가 참 좋은데 나는 그런 점이 부럽더라는 등 간접적인 칭찬작전을 일주일간 쓰기로 하고 상담자와 같이 구체적인 방법과 요령을 서서히 진행하도록 했다. 2차적으로 등하교길 또는 학원가는 길에 만남을 회피하지 말고 밝은 모습으로 맞되, 친구들이 없는 곳에서는 웃는 얼굴로 부담없는 이야기를 건네는 등 지금까지 피해왔던 관계를 우연한 만남작전으로 서서히 바꾸도록 하였다. 친구와 친해지고 사소한 오해를 풀려면 손을 먼저 내미는 자가 이기는 자요, 승리하는 자라는 생각을 갖고 자존심은 버려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 J양은 밝은 얼굴로 친구들과 함께 상담실을 방문하여 그 사이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랑, 서로들 집에 초대했던 일 등을 조잘대게 되었다. 그 소녀의 하염없는 눈물 속에 숨겨진 고민과 지혜를 우리는 잘 모른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요즘 청소년들은 그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줄 안다. 다만 그 방법을 찾을 줄 모르기 때문이며, 얽힌 사연은 상담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 (20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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