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에 가면/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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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에 가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전주시 인후동 안골에 가면 재미가 솔솔 솟아나오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뒤에는 산이 있고 앞은 툭 트인 곳을 좋은 집터자리라 했다. 그런 곳에는 틀림없이 마을이 들어섰다. 안골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아늑했으면 안골이라 했겠는가. 바깥골의 거센 바람도 막아주고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어 살기 좋은 곳이다. 그 곳에 노인복지관이 있으니 바로 노인들의 천국 안골노인복지관이다.
그 중에 글공부하는 방이 있는데 이름하여 <수필창작반>이다. 월요일 오후 3시가 되면 글공부에 굶주린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젊어서는 직장에서 한 가락씩 하던 사람들이다. 교단에서 새싹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제일 많다. 농촌에서 농민들의 건강을 돌보던 사람과 축산에 힘을 보태던 일꾼들도 있다. 더구나 평생을 자녀교육과 바깥양반 뒷바라지 하느라 자기를 돌볼 겨를이 없던 할머니들도 모여든다. 지금까지 뜻은 가지고 있었으나 펼쳐보지 못한 한을 풀어보려 모였다.
지도하는 선생님은 평생을 수필에 바친 분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모르는 사람이 없는 큰 인물이다. 지도하는 방법이 남다르다. 해박한 지식과 유려한 말솜씨로 시작하는 명쾌한 강의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알아듣는다. 10여년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신 노하우다. 신변잡기에 불과한 습작들을 첨삭지도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게 한다. 가시덤불 같던 글이 교수님이 지나가면 금잔디 밭이 된다. 움푹 움푹한 자갈길이 평탄한 포장길이 된다. 강의 자료는 어디에서 마련하는지 날마다 새로운 내용이다. 하나하나가 없어서는 아니될 금과옥조다. 인터넷에서 뒤지고 많은 책에서 얻어 오는 듯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필을 가르치라는 어떤 천명을 받고 내려온 선생님이지 싶다.
강의가 끝나면 제3강의실에서 모인다. 제1강의는 수필 강의 자료에 의한 배움이고 제2강의는 수강생의 습작을 첨삭지도하는 것이며 제3강의는 소주잔을 기우리며 터놓고 수필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이 이름은 2009년도 김상권 회장이 지은 것이다. 의문이 있는 것과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서슴없이 올려져 안주거리가 된다. 소감도 회자되고 새로운 소식이나 귀빠진 이야기들도 특별안주로 나온다. 제1강의에서 부족했던 것을 확실하게 채워주고 다져가는 곳이다. 이곳에는 인정이 넘친다. 너나 할 것 없이 속 있는 말을 할 수 있고 이해하고 격려하며 우의를 다진다. 조금 서먹한 점이 있었어도 여기에 와서 푼다. 이런 우정이 없었으면 벌써 없어졌을 것이다. 2년간 꾸준히 이어온 것은 인정이 넘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안골에서 수필 강의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첫 등단자도 나왔다.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존경스럽다. 이어서 제2 제3의 등단자를 내더니 2년째에는 한꺼번에 3명이 등단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년 만에 8명이 등단의 영예를 안았다. 쉽게 이룰 수 없는 업적이다. 이곳저곳의 문예지에 안골 작가들의 작품이 심심치 않게 실린다. 지방신문이나 잡지에도 자주 실려 수필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을 열어보면 안골 작가들의 수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
첫해인 2008년부터 안골은빛수필이라는 조그만 동인지 수필집을 냈다. 회원들의 작품을 실어 세상에 내보낸 첫 산물이다. 2009년 두 번째는 더 멋진 수필집을 냈다. 부수도 많이 찍어 여러 곳에 보냈다. 습작수준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우수작품이 실려 있다. 책다운 수필집이라 애착이 간다. 나도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모두 반겨하였다. 앞으로 더 나은 수필집이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2010년 새해에 등록을 하고 첫 강의가 있었다. 새로 뜻을 품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모두 글을 사랑하고 잘 써 보려는 열정이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노인복지관이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얼마나 할까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글쓰기에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루지 못한 한을 풀려고들 한다. 그러기에 더 열성적이어서 많은 작품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안골에서 보면 기린봉이 문필봉처럼 보인다. 문필봉이 솟아 있기에 안골수필창작반이 생겼고 거기에서 많은 작가를 배출하는 것 같다. 문필봉은 거저 있는 게 아니다. 그 정기를 받고 인간만사가 이루어진다. 문필봉의 정기를 받은 안골사람들, 그들의 문운이 더 크게 떨치리라 기대한다.
( 2010. 2.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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