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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렇게 쓰고 싶다/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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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1회 작성일 10-01-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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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렇게 쓰고 싶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수필에 입문한 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초보자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신변잡기에 불과한 수필을 많이도 썼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하여 그에 따라보려고 많이 쓴 것이다. 김학 교수님 덕에 2008년 겨울에 대한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고 2009년 가을에는 처녀수필집도 냈다. 너무 빨리 달려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수필다운 수필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 앞으로 글다운 글을 써 보려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란 글에는 내가 어떻게 수필을 써야할까 잘 일깨워 주고 있다. 그 글에서 피천득 선생은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라고 했다. 내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수필의 길을 밝혀준 글이다. 청자연적(靑瓷硯滴) 같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 청자는 빛깔이 찬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우아하고 청아한 빛깔이다. 그렇다고 추하거나 퇴락한 색깔도 아니다. 차분히 살피면 마음이 가라앉고 은은한 향취가 나오는 듯하다. 가을하늘 같아 공상의 나래를 펴고 나는 느낌도 든다. 창공을 나르며 내 영혼을 널리 널리 펼쳐보고 싶은 빛이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면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난(蘭)은 청초하다. 맑고 깨끗한 모습이 선비와 같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바른말을 하는 올곧은 선비의 모습이다. 난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최소한의 물과 햇빛만 있으면 살아간다. 오히려 물을 흡족히 주거나 거름을 많이 주면 죽는다. 청빈한 선비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라는 교훈을 주는 식물이다. 난은 꽃을 피운다. 조촐한 자태에 은은한 향기를 내는 꽃이다. 날 듯 말 듯한 향이 더 마음을 끈다. 나를 보아달라고 안달할 줄도 모른다. 난의 자태 같은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鶴)은 고고하다. 흰 빛이 보는 순간 예사롭지 않다. 하늘을 나는 모습은 어찌 그리 우아하고 날렵한지 모른다. 잡티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순백의 자태가 가슴에 와 닿는다. 학은 탐욕을 모른다. 그의 위는 항상 반 밖에 차지 않는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여 욕심을 버린 마음 때문이리라. 그래서 학은 오래 오래 사는 것이리라. 청정한 소나무 위에 앉아 있는 학의 아름다움을 우리 조상들은 즐겨 그림으로 그렸다. 그 단아한 모습과 아름다운 정신을 길이길이 남기고자 하는 뜻일 게다. 학의 고귀한 모습과 깨끗한 정신을 닮은 글을 쓰고 싶다.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여인상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걸친 여인은 수필에서 바라는 여인의 모습이 아니다. 맑은 자태에 화장기 없는 청순한 얼굴,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여인, 그런 여인이 수필에서 바라는 여인이다. 더구나 진주목걸이에 다이아반지를 낀 여인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 아무 치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인이라야 한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소박한 여인 같은 수필을 쓰려고 한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눈보라 휘날리는 황야도 아니고 가파르게 올라가는 고갯길도 아니다. 조용하고 한가한 평온한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그러기에 이 길은 산골짜기에 난 험난한 길이어서는 안 된다. 숨 가쁘게 올라가야 하는 그런 길도 아니다. 깊은 생각을 하며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사람냄새가 나는 길이어야 더 가치가 있다. 이런 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수필을 쓰고 싶다. 수필은 만고풍상을 다 겪고 희로애락을 맛 본 사람이 써야 된다고 믿는다. 수필은 체험의 문학이요 고백의 글이기에 인격을 갖춘 사람이 써야 좋은 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 글로 빚어 나와야 하리라.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농익은 체험에서 빚어진 글이어야 한다. 그런데 수양도 부족하고 학식이나 교양이 모자라는 사람이 글을 쓰려하니 마음에 드는 글이 되지 않는다. 욕심만 가지고 있지 마음에 맞는 글이 통 잡히지 않는다. 건지는 것이 잡동사니뿐이고 월척은 구경도 못한다. 아직 부족한 탓이니 좀 더 공부하고 갈고 닦아야 하려니 싶다. ( 2009년 12.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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