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손녀 서연에게/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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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손녀 서연에게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양희선
기축년 소띠해가 지구촌의 많은 일들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지나갔고 이젠 경인년 호랑이해가 희망과 꿈을 안고 성큼 다가왔구나. 소는 듬직하고 잔꾀를 부릴 줄 모르는 착한 짐승이란다. 호랑이는 옛적부터 신령스럽고 용맹하게 여겼단다. 특히 금년은 백호띠(흰색 호랑이)라고 하니 귀한 해라 할 수 있다. 올 한 해도 온 가족 모두 기쁘고 즐겁고 보람찬 대망의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연아, 그곳에 눈이 많이 내려 춥다던데 엄마아빠 동생들 모두 건강히 잘 있느냐? 지난 연말 네 생일에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했다던데 즐거웠겠구나. 독일 아이들이 좀 별나서 생일케익과 맛있는 음식을 친구들이 손수 만들었다고 엄마가 귀띔해 주더라. 가사실습도 해보고 재미있었겠구나. 고등학교시절의 친구가 가슴에 남는 절친한 사이란다. 복사꽃이 방긋 웃는 낭만의 여고시절을 맘껏 즐기고 부푼 꿈을 향하여 나래 를 활짝 펼치거라.
서연아, 너는 큰딸이니 살림밑천이란다. 너는 큰딸이기에 그만큼 네 소임이 크고 중하다는 뜻이다. 밑천이란 투자한 자본 또는 갖고있는 기술과 재주 따위를 말한단다. 이제 너는 청소년기로 접어들어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하는 때란다.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특히 남학생들의 유혹을 항상 조심하거라. 할머니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니 웃기는 소리로 흘려 듣지 말고 새겨 들었으면 좋겠구나. 너의 고모가 학교 다닐 때 경험했던 이야기를 참고로 너에게 들려줄까 한다.
네 고모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예쁘고 똑똑했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리틀미스로 선발되었단다. 특히 중고등학교시절에는 남학생들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명숙이와 사귀고 싶다고 당돌하게 나서는 학생이 많았었다. 철없던 사춘기의 불장난 같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럴 때마다 공부를 다 마치고 더 커서 오라고 달래어 보냈었지. 전주여고시절 어느 날에는 남학생이 따라오면서 귀찮게 하기에 길거리에서 같이 싸웠다고 헉헉거리면서 울고 올 때도 있었다. 남학생들이 우리 집에 밤낮으로 전화를 하기에 성가셔서 전화번호를 바꿔 버린 일도 있었단다. 네 고모는 대학을 나와 많은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MBC 아나운서시험에 합격하여 네 아빠와 큰 아빠에게 매달 용돈을 주면서 우리가족의 기쁨이 되었단다. 방송국에 다닐 때도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중매결혼으로 지금 고모부를 만나게 되었단다. 할머니가 너에게 잔소리 같은 말을 왜 하는가하면 영리하고 똑똑하여 공부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이 남자의 유혹에는 힘없이 넘어가는 예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란다. 요즘 아이들은 자유분망하게 자라서 구태의연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 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한 번쯤 귀담아 새겨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서연아! 네가 멀리 있으니 오만 걱정을 다하고 있구나. 할머니라서 그런가 보다 라고 이해하기 바란다. 우리 서연이가 벌써 커서 진솔한 말을 해 줄 수 있다니 세월은 참 빠르구나. 너는 성격이 온유하고 착해서 친구들이 많이 따른다고 들었다. 좋은 교우관계를 맺어 즐기면서 공부도 하기 바란다. 첼로연습 등 너무 힘든 일을 꾹꾹 참지 말고 몸을 아끼면서 소중하게 여겨라. 빈틈없는 네 성격이 너를 고단하게 하고, 다방면으로 최고 자리를 누려야 직성이 풀리는 네 성격을 알기에 더욱 염려가 된다. 공부할 날이 창창한데 허약한 체질의 네 건강이 항상 맘에 걸린다.
독일은 방학동안에 장래 희망하는 곳을 선정하여 실기실습을 한다니 미래 지향적인 그 교육제도를 본받고싶구나. 서연이는 장래 의사가 되는 것이 희망이어서 병원실습을 한다고 들었는데 보람찬 실습을 잘 하기 바란다. 항상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올 겨울은 세계적인 강추위로 지구촌 곳곳에 눈이 많이 내리고 무척 춥다니 기후변화에 민감해지는 것 같구나. 프랑크푸르트도 우리나라와 온도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감기 걸리지 않게 항상 조심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도록 하렴. 그리고 동생들도 잘 보살펴 주기 바란다. 그곳은 겨울방학이 짧아서 곧 개학하겠구나. 먼동이 트기도 전에 어둠을 헤치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너희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 그지없구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안심하여라. 그럼 만날 때까지 학교생활 잘하고 건강하기 바란다. 안녕~~.
(2010. 1. 13. 전주 할머니가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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