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리 집 10대 뉴스/이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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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평화로운 한 해
-- 2009년 우리집의 10대 뉴스--
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행촌수필 문학회 이윤상 (179호)
수도인(修道人)들은 12월을 참회, 반성의 달이라고 한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참회하라는 뜻이다. 참회란 과거의 죄업을 뉘우쳐서 또다시 죄악을 범하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맹세하는 일이다. 참회의 방법으로는 사참과 이참이 있다. 사참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날로 악업을 끊고 선업을 쌓아가는 것이요, 이참은 원래 죄성이 텅 빈자리를 깨쳐, 안으로 모든 번뇌망상(煩惱妄想)과 삼독오욕(三毒五慾)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대종사님의 가르치심이다.
인간은 누구나 맑은 공기, 태양열, 물, 바람, 등 대자연의 은혜 속에서 살아간다. 또한 발명가나 과학 기술자들이 만들어 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편리한 생활을 한다. 천지, 부모, 동포, 법률, 4은의 은혜 속에서 살면서도 그 은혜에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는가 반성해 본다. 나는 해가 바뀔 때가 되면 지난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아쉬워 한다. 특히 노인 세대들은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고 한숨을 짓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은 분명히 무엇인가 남기고 간다. 아름다운 추억이든지 슬픈 기억이나 새로운 다짐이나 새로운 희망의 씨를 뿌리고 떠난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숲을 보면서, 그 속에서 지난 시간의 의미를 찾아보고, 다가올 새봄의 새싹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를 갖는다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해마다 이때가 되면 행촌수필문학 회원들은 그해 자기 집의 10대 뉴스를 써서 발표한다. 지도교수의 과제이기도 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기축년 세모에 지난 1년을 회고해 보니, 보람이나 기쁨보다는 후회투성이다. 그러나 온 가족이 건강하고 마음이 평화로운 한 해를 보냈으니, 은혜에 감사하고 조상님께 감사드리면서 10대 뉴스를 찾아 보았다.
1. 제12회 전라북도 서예전람회 입상
내가 서예에 입문한 때는 1980년 여름이었다. 그해 처음으로 붓을 잡고 6개월간 열심히 연습을 하여 그해 겨울에 전라북도교육청에서 평가하는 기능장을 거뜬히 취득했다. 그때는 제법 열심히 썼다. 그 후로 교원서예전에 3회 출품도 하고, 틈틈이 혼자서 수련을 하였다. 그러나 교감승진 시험 대비니, 만학으로 대학원 학위취득을 한다는 핑계로 중단했다. 금년 봄에 27년만에 전주안골복지관 서예반에 등록을 하고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나가서 2시간씩 지도를 받고 체본을 받아서 연습을 해 보니 글씨 자형도 옛날과 달라졌고, 완전히 왕초보였다. 가을에 접어들어 지도 강사님이 국전지 규격으로 체본을 해 주시면서 11월 중순까지 작품을 완성하여 응모해 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국전지 한 장을 쓰는데 4시간씩이나 걸렸다. 입상은 기대도 안하고 15일간 심혈을 기울여 연습하고 작품을 응모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입선이 되었다. 전라북도예술회관에서 1주일간 전시를 하게 되어, 보신 분들로부터 찬사도 받았다. 이제라도 새로 출발하면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2. 원불교 법호 취득
원불교 교도 중에서 공부와 사업에 실적을 쌓은 숙덕(宿德)에게 증여하는 것이 법호(法號)이다. 남자에게는 산(山)자 항렬을, 여자에게는 타원(陀圓)이라는 항렬이 붙는다. 원기 94년 (2009년) 10월 11일 오전에 원불교진북교당에서 백여 명의 교도들과 내빈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법호수여식을 성대하게 갖고 초산(超山)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내가 원불교 발전에 기여한 공적도 별로 없는데, 과분한 법호와 축하를 받으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앞으로 신앙과 수행, 적공에 더 분발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받았다. 기독교에서 장로 추대식과 비슷한 의식이다.
3. 민간친선교류로 초청받아 일본 여행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일본 큐슈의 오츠카소학교와 자매결연을 하여 학생들의 작품교환도 하고 상호 친선방문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금년 가을에는 민간교류 친선방문 협약을 맺게 되었다. 먼저 10월 중순에 오츠카소학교 교장을 중심으로 퇴직한 교장 5명이 전주를 방문하였다. 전주코아호텔에 투숙하고 2박 3일간 부안새만금방조제, 전시관, 고창 모양성, 고인돌 박물관 등을 관광하도록 안내하고, 전주북초등학교 방문, 국립전주박물관, 한옥마을 등을 관람하면서 3일간 우리가 접대를 해 드렸다. 그분들은 서울로 가서 2일간 서울관광을 하고 귀국하셨다. 그 다음 11월 중순에 우리 일행을 초청하여 4명이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큐슈의 남해안 휴양도시, 미아자키시의 명소를 돌아보면서 참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우리가 전주에서 대접한 것보다 몇 배 더 칙사대접을 받고 보니 미안하기 그지 없었다. 미아자키시는 하와이처럼, 경치가 수려하고 명승고적이 많아서 신혼여행객이 몰려오는 휴양도시라 했다.
첫날 밤의 만찬은 일본정통코스 요리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고, 고급 국빈호텔에 묵으면서 2일째는 미아자키 신궁→ 박물관 →미술관 →결연인 오가미 교장의 개인전 관람→오츠카소하교 탐방 →평화공원에서 팔굉일우(八紘一宇)라는 석탑은 일본이 세계를 제패한다는 야심찬 꿈으로 세계 각지의 돌을 운반해서 쌓았는데, 우리나라 경상북도교육청의 명패가 새겨진 돌을 보니, 일제전성기에 쌓은 탑으로 보였다. 만주, 중국, 동남아시 여러 나라의 돌을 운반해서 쌓은 거대한 역사의 상징물이었다.
3일째는 청도 해변 국립공원 →해변 조망공원 →요비성 →일본 천황이 거북을 타고 바다에서 솟아 올랐다는 천황신궁 등 신비로운 경관을 두루 돌아보았다. 일반 관광으로 와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곳들이 많았다. 일본국민의 친절성, 청결성, 준법성, 절약성, 인사성이 가는 곳마다 감동적이었다. 만찬 후에는 저녁마다 가요주점으로 안내하여, 노래방 기기에서는 한국가요가 흘러나와서 한류열풍이 식지 않고, 큐수우 지방마다 한글공부방이 성황을 이룬다는 말을 들을 때, 한국국력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4. 형님 내외분 건강 회복
6월 중에 형수님은 75세인데, 악성빈혈 증세로 수혈까지 하고, 위, 소장,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2일간 입원하신 뒤에 철분제약을 복용하신 한 달 후에 혈소치가 정상으로 회복되셨다. 형님은 81세로 7월 중순에 심혈관장애로 3일간 입원치료를 받으시고, 심장약을 복용하며 통원치료를 하여 8월부터는 정상으로 회복되셨다. 형님 내외분이 건강하게 활동하시니 가정이 평화로워 참으로 통쾌하다.
5. 둘째손자 이화섭 바둑대회 우승
우리집에서 3년이나 자라던 둘째손자 화섭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저희 집으로 갔다. 어려서는 동네에서 꾸러기라고 놀리기도 했었다. 작년 1학년 때는 학교에서 방과 후에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여 올해는 바둑교실 교습소에 다니는데, 바둑에 아주 심취한 모습이 대견했다. 여름부터 바둑대회에 나가서 트로피를 따오더니, 가을 들어서 두 번이나 바둑대회에 출전하여 우승을 했다. 우리 집안에 바둑 신동이 나온 모양이다. 책을 보면서 저 혼자도 작전에 골몰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공부도 두각을 나타내는데, 바둑에도 상당히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모양이다.
6. 외손녀 신다현 학업성취 만족
올해 외손녀가 전주 한들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개교당시 내가 초대 교장으로 근무했던 학교라 나도 더 애착이 간다. 저희 집 코앞에 학교가 있으니, 등하교가 안전하고 편리해서 좋다. 1학기는 잘 적응하고 다닌다해서 안심이 되었다. 2학기 10월에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3명이 전과목 100점을 맞아서 칭찬을 받았고, 12월 기말평가에서는 저 혼자 100점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보니, 학업성취에 두각을 나타내는 모양이다. 공부를 잘하는가 보다.
7. 거문도 여행
다도해의 관문 거문도여행을 하려고 여수까지 갔다가 풍랑으로 3번이나 가지 못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런데 금년 8월 19일은 최고로 청명하고 잔잔한 날씨였다. 이날 아침에 고흥반도 나로도 항에서 출발하여 1박 2일간 아주 쾌적한 날씨여서 거문도 여행을 즐겁게 다녀왔다. 출발한 날 오후 5시에 위성을 발사했다가 실패했지만 역사적인 날이었다. 거문도 등대와 동백섬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위성 발사를 했는데 불발되었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3전4기로 거문도 여행을 성공적으로 한 것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8. 묘지자리와 택지 매각
형님 소유인 임실 덕치면의 자투리 땅을 그 마을 노인이 묘지로 사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4월 중에 측량하여, 분할등기를 해주고 적절한 시가에 매각하니, 형님은 노후 쓸돈이 생겨서 매우 후련했다. 또 하나 진안군 상전면 용담댐 수몰지역 인접한 문화마을에 처제가 원해서 택지 한 필(100평)을 분양 받은 것이 있는데, 매수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10년 만에 매각을 했다. 은행 이자보다도 수익은 낮았지만, 택지 매기도 없는 때에 자연스럽게 매각되니 천만 다행이었다.
9. 방과후 교실 한자 지도
우아동에 있는 방과후교실에 가서 월, 금요일에 1주일에 2시간씩 한자를 지도했다. 8급, 7급, 6급, 5급까지 수준별로 지도하니, 성과가 좋았다. 처음에는 쓰기에 부담을 느끼고 피동적이었으나, 한 달 두 달 하면서 급수도 따고 매주 형성평가를 해서 성과가 오르니 아이들이 좋아라 잘 따라왔다. 11월로 종강을 했는데, 겨울방학때 더 지도해달라는 요청도 온다. 금년에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다.
10. 단풍 산행 만끽
금년 가을에 접어들면서 단풍산행을 많이 했다. 9월에 선운산 꽃무릇축제부터, 대전 동학사, 뿌리공원, 진산 휴양림을 시작으로 하여, 지리산 삼성재, 노고단, 달궁 계곡, 설악산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대둔산, 강천산, 내장산, 마이산 등지의 단풍축제기간에 맞추어 단풍산행을 다른 해보다 많이 했었다. 가는 날마다 날씨가 좋고 동행한 일행들이 좋아서 만족스럽게 단풍을 감상했다.
다가오는 경인년 새해에는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길은 ‘나를 죽이는 것이다‘. 나를 죽인다는 뜻은 내 마음속에 솟아나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타인에 대한 관용과 사랑으로 마음을 비우고 다스려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원불교 신앙에서 깨달은 바를 실천하는 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2009년 12월 20일 기축년 세모에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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