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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선/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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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83회 작성일 09-10-21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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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여름이 돌아와도 부채를 구경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지금은 선전용 플라스틱 부채, 선풍기, 냉방시설 등에 밀려난 것이다. 다시 말해 부채의 덕을 보며 살았던 세대는 가고 부채 없이 살아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내 어렸을 적엔 특히 여름 한 철 부채 없인 살 수 없었다. 더위는 물론 파리와 모기를 쫓고, 농사일에 필요해서 집집마다 크고 작은 여러 가지의 부채가 생활필수품이었다. 덥고 무더운 밤 모기가 앵앵거리면 모깃불 피고 누우니 부채는 모기를 날려 주고 서늘한 바람 총총히 박힌 하늘의 별들을 헤어본다 저 별은 내 별 저별은 아빠 별 저별은 엄마 별 하나 별 둘 별 스르르 찾아드는 꿈나라 부채하면 단선(單扇), 접선(接扇), 별선(別扇) 등 모든 형체나 재질 그리고 기능의 부채를 모두 말한다. 단선하면 방구부채라고도 하는데 자루가 길고 부챗살에 갑사나, 비단, 종이, 깃털 등을 붙여 만든 둥근 부채를 말한다. 대원선, 태극선, 파초선 등이다. 접선은 접부채라고도 한다. 민속자료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접었다 폈다하는 접선을 처음 만들어 중국과 일본 등에 기술을 전파하였다고 전한다. 엷은 살을 만들고 비단이나 종이 등에 그림이나 글을 새긴 최고급 부채다. 합죽선, 백접선, 대접선 등이며, 별선은 특별한 모양이나 재료 등을 사용하여 바람을 일으켜 시원하게 할 목적이 아니라 특별한 용도에 쓰는 부채다. 대윤선, 대파초선, 차면선, 무용선, 무단부채, 방아질부채 등이다. 휴대용 선풍기라 할 수 있는 단선 접선은 사라지고 더위와 관계없는 별선만 살아남기에 이르렀다. 예로부터 부채는 여덟 가지 덕을 본다고 해서 팔덕선(八德扇)이라 했고, 여덟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고 해서 팔용선(八用扇)이라고도 했다. 여덟 가지 덕은 ㈀ 부채를 부쳐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쫓는 덕, ㈁ 파리와 모기 등을 쫓는 덕, ㈂ 빚쟁이 얼굴을 가리며 덮개로도 쓰이는 덕, ㈃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덕, ㈄ 이리저리 방향을 가리키고 오라 가라는 신호할 수 있는 덕, ㈅ 미인이 웃을 때 살짝 가릴 수 있는 덕, ㈆ 들에서 앉을 때 방석으로 쓰거나 청소할 때 쓰레받기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덕, ㈇ 신나게 장단을 칠 수 있는 덕 등이다. 우리 집 벽에도 고급 태극선이 몇 개 십여 년째 걸려있다. 벽의 장식품이 된 지 오래다. 한때 너도나도 퇴임식 때 기념품으로 주어 받아 왔던 귀한 물건들이다. 옛날 같이 활용했다면 흔적도 없을 텐데! 오래 간직하게 되고 그들 얼굴마저 떠오르게 하니 선풍기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내 책상 서랍에 역시 아주 고급 합죽선이 하나 잠들고 있는데 그 부채는 하품만 한다. 이 역시 십여 년 전에 선물로 받은 기념품이다. 여름이 돌아오면 책상위로 나오지만 신세를 끼칠 일이 없다. 간혹 외출용 휴대 팩을 지키는 파수병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으니 쓸모가 없다. 그는 나이를 먹어가도 늘 새것이다. 버리자니 아까워 그저 간직하는 골동품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모든 세상사들도 새것에 밀려 낡은 것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미 탁상 위 전화기도 핸드폰에 밀리고, 손목시계 역시 핸드폰에 밀리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신진대사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한 때 편리하여 팔덕선이라 자랑했던 부채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 별선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고급 합죽선 하나든 사라져가는 귀중품 하나를 골라 간직하다가 훗날 KBS텔레비전의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출품하면 좋을 듯싶다. (2009.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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