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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루/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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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44회 작성일 13-03-2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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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루(祖香樓)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윤 철 우리 집에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 다락방이다. 8평이 조금 넘으니 웬만큼 큰방 두 개정도의 면적이다. 내 책상과 책장은 물론이고 카메라를 비롯해서 취미생활과 관련된 장비와 수집품, 기념품 등, 내가 평소 아끼는 물건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 요즈음은 집을 지을 때 지붕을 슬라브형태로 하지 않고 옥상과 지붕 사이 공간을 다락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짓는다. 우리 집도 그렇게 지었다. 대개 처음에는 다락방이 운치 있고 멋스런 공간이 되도록 꾸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주 안 쓰는 물건을 보관해두는 창고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허지만 우리 집은 조향루(祖香樓)라는 어엿한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 방으로 집안에서는 제법 비중이 큰 공간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내의 덕이 크다. 우리 집에는 방이 세 개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 부부가 쓰고, 두 딸이 하나씩 차지해서 방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작은 딸이 서울로 대학진학을 가면서 방이 하나 비었다. 그러나 작은 딸이 가끔 내려오기 때문에 사실은 빈 것이 아니다. 그런 여건인지라 내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닐 때 주로 주방 식탁에서 공부를 하였다. 식탁 위에 전등이 있어서 밝기도 하지만 상당시간 책을 보려면 의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식탁이 안성맞춤이었다. 아내의 눈에는 그런 내 모습이 슬플 정도로 안쓰러웠단다. 작은 딸은 서울에서 취업이 되어서 집에 내려오는 횟수가 드물었다. 사실상 비어있는 작은딸 방을 내 서재로 고쳐주려고 마음먹고 딸의 동의를 얻어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딸 방을 터서 주방을 만들고 주방을 거실과 합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내가 결혼기념일 깜짝 이벤트로 아내와 상의도 없이 일을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아내가 오랫동안 마음먹고 있던 내 서재는 날아가 버린 셈이다. 새집을 지을 때 아내가 주문한 몇 가지 중 하나가 내 서재였다. 새로 지은 집도 방은 3개밖에 없었다. 그런데 집을 짓는 중에 어머니를 모시게 되고, 서울에 있던 작은 딸이 전주로 발령이 나서 내려오게 되었다. 다시 내 서재로 쓸 방은 없게 되었다. 아내는 미리 생각이라도 해뒀던 것처럼 그때부터 다락방 인테리어를 전부 목재로 바꾸고 붙박이 책장을 만드는 등 다락방을 내 서재로 기정사실화하고 인테리어를 주문했다. 보일러와 에어컨도 따로 설치하였다. 다락방은 어떤 용도로 쓰느냐에 따라 건축 비용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건축비는 인테리어 비용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서재가 마련되었지만 나는 서재(書齋)라는 말이 싫었다. 서재는 책을 갖추어 두고 글을 읽거나 쓰는 방을 말한다. 내가 집에 있을 때 많은 시간을 여기에서 보내며, 공부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이기는 하다. 하지만 찾아오는 지인들과 차를 마시는 원탁형 탁자, 가끔은 술판, 화투판이 벌어지는 장탁자와 낮잠용 침대까지 갖추고 있어 쓰임새의 비중 면에서도 놀이에 할애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러니 다락방은 나의 종합 놀이터라고 해야 옳다. 더구나 계단을 올라가는 재미부터 말짓거리가 많아 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다락방을 양반 취향의 고급스런 개념인 서재라고 부른다는 것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김 교수 내외가 내 이런 생각에 동의하면서 선뜻 자기가 좋은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며칠 뒤 할아버지의 향기가 묻어나는 다락이라는 의미로 조향루(祖香樓)가 어떻겠냐고 내 의향을 물었다. 나는 성의가 고마워서 무조건 아주 좋다고 대답했다. 내심으로는 왠지 모르게 촌스럽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아 그다지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김 교수는 이름만 지어준 것이 아니라 제법 이름 있는 작가에게 부탁하여 ‘조향루(祖香樓)’라는 글씨가 마치 천자문처럼 아주 뚜렷하게 조각된 목각현판을 보내주었다. 목각현판이 마음에 들어 다락에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걸었다. 식구들 모두가 다락이라는 말보다는 조향루(祖香樓)라는 이름으로 부르니 어느새 익숙해져서 이제는 이보다 더 좋은 이름은 없을 것 같다. 조향루(祖香樓)에 앉아 있으면 아내의 지극한 사랑과 따뜻한 정이 전해진다. 앞으로는 잡스러운 놀이보다는 좋은 글을 더 많이 읽고 부지런히 습작하는 것이 아내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리라 여긴다. 항상 당당하고 멋진 할아버지로서의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하여 손자들이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는데 크게 보탬이 되는 조향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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