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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의 고수/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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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41회 작성일 12-10-0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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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의 고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노인은 짐작의 고수다. 깊은 사연이나 내막은 알 길이 없지만 대충 짐작으로 때려잡는다. 내 짐작의 경우 조금 과장하면 80% 이상은 맞춘다. 오다가다 허당을 짚고 나가떨어질 때도 있으나 웬만한 사건, 사고는 그 정황을 대강 유추할 수 있다. TV 드라마를 두어 번 보고 나면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아내나 딸은 '어찌 그리 잘 맞추느냐?'고 놀라지만 험한 세상,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살다 보면 저절로 깨닫는 수가 있다. 뉴스에 나오는 친구마다 돈 안 먹었다고 생떼를 쓰는 데,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하였다. 실무자가 저지른 실수지, 간부는 연루되지 않았다고 잡아떼어도, 그 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한다. 돈은 위로 흐르고 책임은 아래로 내려오는 게 세태다. 아래에는 적은 뇌물이, 위에는 큰 것이 오간다. 속말로 맨 땅에 헤딩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 연줄을 찾아 밥과 술을 사고 선물이 오가야 일이 성사된다. 바로 후진국의 전형이다. 그래선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다. 이럴 때 내부 고발자, 블랙 휘슬 블로어는 아주 유효한 증인으로 등장한다. 이젠 믿지 못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꼭 필요한 사람만 통하는 직거래가 활성화 되었다. 딸이 손자에게 언짢은 소리를 하고 짜증을 내면,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썽을 피웠겠지 짐작한다. 딸은 초등학교 6학년을 맡고 있는데, 한 아이가 유난히 속을 썩인다고 하였다. 요즘 선생 노릇하기가 얼마나 힘 드는지, 그렇다고 선뜻 사표를 내고 그만두기도 쉽지 않다. 짐작은 나 혼자 하는 것이니 맞고 안 맞고는 문제가 아니다. 짐작이 빗나가면 잘못 들어서 그런 게지 넘기면 그뿐이다. 미리 시퍼렇게 장담할 필요는 없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눈 빼기다.' 하고 열을 낼 것은 없다. 세상일이란 미리 잘 맞춰도, 맞추지 못해도 그만이다. 오히려 세상은 족집게 같이 잘 맞추는 사람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이, 김 선생 한 잔 해야지?" "오늘은 좀 쉬고 싶네요." '저 친구가 어젯밤에 많이 마셨나 보군.' 이렇게 짐작하는 사람은 지혜롭다. "어이, 권하지 말게. 김 선생도 억지로 마시지 마." 손사래 치는 분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아내가 잠을 쉬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인다. 요즘 폐렴예방주사를 맞고 된통 시달렸다. 몇 달 전에 갑상선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다 이사문제로 걱정이 많아 그러려니 짐작한다. 딸네는 3년 전 아파트를 사서 전세로 내놓았는데, 올 겨울을 넘기기 전에 이사를 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저희 아파트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여생을 보내려 마음먹은 지 오래인데, 이럴까 저럴까 갈등이 크다. 아내가 집에 돌아와 어제 사온 빵을 찾는다. 내가 점심으로 먹어 버린 터였다. 입맛이 없어 먹었다고 하니,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서운한 말을 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다. 내가 좀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니 아내의 심기가 불편해서 그런 게 아닌가 짐작되었다. 밖에서 고스톱이 시원치 않았거나, 누구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들었거니 짐작하고 말았다. 언제 빵집에 가서 그 빵을 사와야겠다. 동네 옷가게가 너무 많다. 아파트 재건축 붐을 타고 도로 변에 빼곡히 들어섰는데,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가게마다 '50˜80% 할인' 표시가 연중 붙어있다. 나는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가격을 올리고 다시 할인해 주며 이윤을 챙기겠지 짐작한다. 오히려 할인 표시가 없는 가게가 믿음직스럽다. 노인은 일일이 묻고 의견을 말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친절을 베풀라치면 간섭을 한다고, 잔소리를 한다고 싫어한다. 나는 가급적 묻지 않는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다. 딸애가 갑자기 물었다. "아빠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 같아?" "아마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지 않을까?" 나는 부담 없이 의견을 말한다. "그럼 누구를 대통령으로 찍을 거야?" "응,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내가 사실대로 밝히면 딸은 실망할지 모른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부녀간의 신뢰도 그에 못지않다. 그러니 딸아이도 내 속을 그냥 짐작해주길 바랄 뿐이다. (201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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