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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릉지가 먹고 싶다기에/김 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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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839회 작성일 09-09-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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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릉지가 먹고 싶다기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베로니카 이 분을 보자마자 나는 감짝 놀랐다. 이미 간경화에서 간암말기환우로 복수가 차올라 배가 남산만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바로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가끔 부딪힌 핸섬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이 분은 말쑥한 옷차림과 겉모습이 여러모로 너무 훌륭한 분이라 언뜻 눈에 띄는 분이었다. 게다가 남원에서는 내로라하는 집안의 아들인데다가 인텔리이고 젊었다. 이 병동에 오신는 분들이 다 그렇듯이 서울로 올라가 이 병원 저 병원 다 다녀보고 가망이 없다면 오시는 분들이 거의 전부이듯이 이 분 역시 젊은 나이에 얼마나 괴롭겠는가?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게 말이 쉽지 나 자신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말이다. 모든사람은 다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얼마나 빨리 가느냐 늦게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없다. 그날도 그 분은 복수가 너무 많이 차올라 숨쉬기가 힘들었다. 보다 못해 나는 수녀님께 말씀을 드려 단 몇cc라도 복수를 더 빼서 제대로 숨이라도 쉴수있게 해주자고 말했다. 그리하여 원장수녀님이 담당의사한테 사정을 하여 수치보다 좀 더 빼드렸다. 그제야 그 분은 좀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이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하셨다. 유럽에서는 호스만 꽂고있는 환자는 환자가 원한다면 빼줄 권한이 있다는 판결이 잇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얼마나 괴로우면 죽음을 자청하랴. 이해가 백 번 가고도 남는다. 하느님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이 분은 가정사가 좀 복잡했다. 지금의 예쁜 아내는 둘째 부인으로 허구헌날 죽어가는 사람을 들들 볶아댄다. 왜냐하면 재산이 전부인 앞으로 되있기 때문에 그걸 죽기 전에 분할하여 공증이라도 세워야한다는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린 갈 때마다 부인을 설득해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분이니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매번 말해보지만 들을 리가 없다. 그분은 그럴 때마다 머리를 벽에 부딪치며 빨리 데려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이리 살았느냐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걸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던 중 좀더 친할 수가 있었고 급기야 편한히 마음을 먹고 하느님도 받아들였다. 놀라운 것은 이제 화장실에서도 묵주기도를 한다. 그 부인은 날마다 술을 마시니까 병원에서 우선 귀가조치를 하고 대신 우리가 자주 번갈아 가며 돌보아 주었다. 원래 멋쟁이여서 머리도 자주 감겨드리고 면도와 이발도 해 주며, 자주 연못가를 거니는 등 팀들이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보니 화색이 말이아니었다. 그 전전날에 하도 자장면이 먹고싶어 몰래 불러 먹었다는것이다. 그래서 급격하게 악화되어 정말 안 좋은상태였다. 그러면서 이틀이나 아무 것도 못 먹은 상태라 누릉지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돼지고기찌개를 먹고 싶다고도 하셨다. 내 파트너가 저녁에 갖다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어 얼마나 배고프겠습니까..수퍼에 가서 누룽지 2천 원짜리와 돼지고기를 조금 사고 김치와 냄비를 가지고 갔다. 물론 담당의사한테 드릴 지 물어보았다. 의사선생님은 이미 가망이 없으니 드려도 된다고 하셨다. 병원문을 여니 힘이 든지 배를 열어놓은 채 눈만 멀뚱멀뚱 뜨고 누워 있었다. 나는 냄비의 상표를 뜯고 씻은 뒤 가스에 올려놓으려고 할 때 그 분은 편하게 웃으시며 좀 마른 누룽지를 드셨다. 이야기를 오래 하셨다, 형제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사셨으며 우리 모두는 정말 형제님을 사랑한다고 다독거리고 나왔다. 그렇게 아파도 미남은 미남이었다.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참다가 복도에 나와서 울어버렸다.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저녁무렵 그날따라 평일미사에 가고싶어서 성당에 갔는데 다 끝나고 나니 루시아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 형제님이 조금 전에 돌아가셨다고. 나는 바로 영안실로 달려 갔다. 낮에 봤던 그 형제님은 달랑 사진 한 장으로 남았고 그 아내는 멍하니 영안실을 지키고 있었니다. 인생이란 이렇게 가는 것을!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담당 수간호사한테 그 형제님이 누룽지 맛이 너무 좋았다며 꼭 전해달라고 하셨다 한다. "형제님, 그리도 번민하고 고통스러워 한 것들을 이제는 다 잊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부디 행복하세요. 우리들은 형제님을 사랑하고 기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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